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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흥겨운 마당놀이 보는 듯 맛깔난 무대

등록 2013-02-21 19:59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리뷰 l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배비장전’ 원작으로 17년만에 공연
해학적 대사 능청스런 연기에 웃음

지금부터 47년 전, 1966년의 관객들이 즐긴 ‘토종’ 창작 뮤지컬을 지금 관객이 다시 봐도 재미있을까?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씨제이(CJ)토월극장이 재개관작으로 공연중인 <살짜기 옵서예>는 1966년 첫선을 보인 창작 뮤지컬이다. 그동안 여섯차례 공연했는데, 가장 최근이 17년 전인 1996년이다. 동시대 화려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맛들인 지금 관객의 눈과 귀를 어떻게 만족시킬지가 제작진의 큰 고민이었을 테다.

고전소설 <배비장전>을 원작으로 한 <살짜기 옵서예>는 지금 관객들과의 소통에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엄숙함이나 진지함은 몽땅 덜어낸, 짓궂은 장난과 농담으로 채워진 해학적인 무대는 남녀노소가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조선 후기, 제주의 절세미인인 기생 ‘애랑’(김선영)이 신임 목사와 모략을 꾸며 제주 관아의 ‘배비장’(홍광호·최재웅)을 유혹해 골려주는 이야기다. 아내를 여읜 배비장은 주색에는 관심 없는 깐깐한 양반인데, 결국 애랑의 계획대로 애랑에게 반하고 만다.

양반인 제주 목사가 개입돼 있긴 하지만, 기생이나 방자 같은 천민들이 양반을 놀려주는 이야기다. 이야기 얼개나 공연 전체의 분위기가 흥겨운 마당놀이 한판을 연상시킨다. 화려한 복식과 조명 등으로 이 작품을 개관작 삼아 새로이 문을 연 토월극장의 분위기가 공연에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배우들의 제주 사투리가 완벽하다 할 수는 없겠지만, 관객이 자막 없이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에서 “~쿠가”, “~서예” 같은 어미를 재미있게 살린다. 애랑 역의 김선영과 주요 배역들의 능청스런 연기가 맛깔스럽고, 전체 출연진의 조화가 훌륭하다. 영상으로 처리한 파란 제주 바다와, 무대 바닥에 깔린 검은 돌의 질감, 샛노란 유채꽃밭 등 무대가 제주도의 ‘이국 같은 정취’를 물씬 풍긴다. 서양 고전에 기반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대극장 뮤지컬들이 식상해졌다면, 신선하게 볼 수 있는 공연이다. 3월31일까지. 1588-0688.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씨제이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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