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김광석이 위로할 거예요~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등록 2013-02-24 20:41

뮤지컬 <그날들>의 장유정 연출가(오른쪽)와 장소영 음악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창작센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뮤지컬 <그날들>의 장유정 연출가(오른쪽)와 장소영 음악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창작센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4월 막 올리는 뮤지컬 ‘그날들’
장유정 연출-장소영 음악감독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한 감정에 관한 이야기예요.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겐 위로를 전하고 싶었고요. 지켜주지 못한 존재, 그게 김광석일 수도 있죠. 아니면 개인적인 사랑, 날 떠나간 사람이나 내가 떠나보낸 사람일 수도 있고요.”(장유정 연출가)

“추억과 낭만이요. 김광석을 잘 아는 세대에겐 추억을, 잘 모르는 세대에겐 낭만을 전하고 싶어요.”(장소영 음악감독)

연출가는 소중한 걸 잃은 뒤 잊은 척하며 살아야 했던 이들의 그리움을 표현하고 싶다 했다. 음악감독은 그런 연출가의 바람이 관객의 마음에도 잘 전해질 수 있도록 “잘 알려진 노래는 최대한 원곡의 느낌을 살리고, 비교적 생소한 노래를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게 건드려서” 음악 작업을 했다고 한다.

1990년대 한국에 포크 음악을 실어 나른 ‘가객’ 김광석(1964~96)의 노래 24곡으로 만드는 뮤지컬 <그날들> 이야기다. <그날들>은 4월4일 서울 대학로 뮤지컬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성이 같아서 ‘장 시스터스’로도 불리는 장유정(37) 연출가와 장소영(42) 음악감독을 18일 뮤지컬 연습장인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창작센터에서 만났다.

청와대 경호원과 대통령 막내딸
사라진 두사람 찾는 이야기 곳곳
김광석 노래 24곡 맛깔나게 버무려

<그날들>은 2012년 5월23일 청와대를 배경으로 하여, 한 경호원과 대통령의 막내딸이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경호과장인 ‘정학’(유준상·오만석·강태을)이 ‘사라진 두 사람’을 찾아다니면서 20년 전인 1992년 5월23일에 ‘사라진 또다른 사람들’을 떠올리는데,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먼지가 되어’ 같은 김광석의 노래가 정학의 여정에 함께한다. <그날들>은 김광석의 노래 제목이자, 이 뮤지컬이 그리는, 20년이란 시간 간극을 둔 두 개의 ‘그날’을 가리킨다.

장유정 연출가는 국내 뮤지컬 무대에서 ‘스타’ 연출가다. 2006년 대본을 쓰고 연출한 데뷔작 <김종욱 찾기>가 공전의 히트작이 됐고 지금도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날들>은 5년 만의 신작이다.

2004년 <하드락카페>로 뮤지컬 음악에 발을 디딘 장소영 음악감독은 뮤지컬계에서 손꼽히는 음악감독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등 영화 음악에도 참여했다.

두 사람은 2008년 <형제는 용감했다>로 처음 같이 작업한 이후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리걸리 블론드> 등 따뜻하고 유쾌한 뮤지컬을 함께 만들어왔다. 둘이 함께 한 뮤지컬들은 국내 창작뮤지컬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장 연출가는 장 음악감독의 대중적인 감각을 높이 산다. 장 음악감독은 장 연출가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에 솔직한 조언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5년째 공동작업한 ‘장 시스터스’
“미안함 품은 사람들 위로하고
추억과 낭만 선물하고 싶었다
관객들 위해 경건함 뺐어요”

<그날들>을 준비하면서도 장 연출가는 장 음악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여 김광석 노래 중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불행아’를 음악목록에서 빼기도 했다. “‘불행아’에 맞는 장면을 먼저 만들어 놓았는데, 장 음악감독님이 ‘가장 중요한 장면에 들어가기엔 너무 안 알려진 노래다’ 하시더라고요. 작품을 시작할 때 처음 생각한 이미지를 부수는 게 (예술적) 승화의 순간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지금은 ‘불행아’라는 씨앗을 딛고, 그걸 삭혀서 나무를 만들어 가는 거죠.”

음악감독에게 ‘김광석’은 부담스런 이름이라고 한다. 장 음악감독은 “김광석 노래들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은 ‘잘해야 본전, 욕먹기 쉬울 것’이란 걱정”도 앞섰다. 우울하고 쓸쓸한 정서의, 느리고 잔잔한 김광석의 노래가 뮤지컬로 만들기에 썩 좋은 재료는 아니라고 한다. “제약이 커요. 우선 그의 음악 가운데서도 (저작권 문제 때문에) 다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선택 폭이 좁았죠. 쓸 수 있는 노래들도 한 명이 부른 곡이라 음역대와 톤이 비슷해요. 미디엄 템포의 곡도 별로 없을 정도로 느리고, 그 안엔 착 가라앉은 정서가 있죠. 아무리 신나게 하려 해도, 참 어려워요.”

그러자 장 연출가가 장 음악감독이 바흐 음악에 접목해 기막히게 편곡했다는 ‘맑고 향기롭게’라는 노래를 예로 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김광석은 그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아련함에 젖어들게 하는 이름이다. 두 사람은 <그날들>을 준비하면서 “지나치게 경건해지지는 말자”고 다짐했단다. “첫 연습 때 말했어요. ‘우리 모두 김광석이 좋아서 모였지만, 경건하고 거룩해져 버리면 안 된다’고요. 그와 그의 친구들을 위한 작품이 아니라 관객을 위한 작품이니까요. 관객을 위한 작품을 만들면 유족이든 친구들이든 좋아할 거라고 말했죠.”(장유정)

똑 부러지는 두 예술가가 합심해 김광석의 ‘끝나지 않은 노래’들로 ‘맑고 향기롭게’ 가다듬은 ‘그날들’의 이야기가 4월의 봄만큼 따뜻한 추억과 낭만을 한 겹 더 선물해 줄 것 같다. (02)762-0010.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퇴임 D-1…잘가요, MB
삼재 쓰러진 ‘내 딸 서영이’ 오늘…
‘7번방의 선물’ 1000만 돌파에 경찰이 왜…
얘들아 살 빼자! 춤추는 미셸 오바마
“중국 여대생 화장품 구입비 87%는 한국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