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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살의·광기 사로잡힌 역할 11년째
루마니아 배우들도 인정한 존재감

등록 2013-02-26 19:54수정 2013-02-26 20:58

연희단거리패의 간판배우 이승헌(41)씨
연희단거리패의 간판배우 이승헌(41)씨
이오네스코 연극 ‘수업’ 주연 이승헌
수업중 여학생 살해 노교수 역
“에너지소비 ‘햄릿’만큼이나 커
부족하단 생각에 늘 부끄러워”
극작가 고향서 연기때 기립박수

광기에 사로잡힌 늙은 ‘교수’가 사람을 죽인 뒤 반라로 춤을 춘다. 땀에 젖은 마른 몸과 살의로 번뜩이는 얼굴이 파란 조명에 섬뜩하게 드러난다.

20일 서울 혜화동 게릴라극장에 오른 연극 <수업>(연출 이윤택)은 주인공 ‘교수’ 역을 맡은 연희단거리패의 간판배우 이승헌(41)씨의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무대다. 공연 중에도 매일 오전 게릴라극장에서 후배 배우들에게 ‘신체 연기’를 가르치고 있는 그를 25일 만났다.

“좋은 작품일수록 어렵습니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가 배우로서 제가 가진 그릇보다 더 크다는 것을 늘 깨닫기 때문입니다. 2002년부터 <수업>의 교수 역을 했는데 그때는 정말 몰랐던 것을 공연 때마다 새로 알게 되어서 힘들어요. 작품이 지닌 무게감과 진정성을 잃지 않으면서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수업>은 서양 전통 연극에 반기를 들고 부조리극의 지평을 연 루마니아 출신의 극작가 에우제네 이오네스코(1909~94)의 작품으로, <대머리 여가수>, <의자>와 함께 이오네스코의 ‘반희곡(反戱曲) 3부작’의 하나다. 한 교수가 언어와 수학을 배우겠다며 찾아온 여학생에게 수업을 하다가 소통 불능으로 결국 살인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기괴하게 보여준다.

이씨는 “11년째 <수업>을 해왔으면서도 모자란다는 사실을 느낄 때마다 남부끄럽고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별다른 무대장치 없이 몸짓과 대사로만 끌고가는 3인극이라 (배우의) 에너지 소비가 연극 <햄릿>만큼이나 크다”고도 했다.

그는 “의사 불통의 답답함, 언어도단의 허구, 온갖 권위의 폭력성 등을 담고 있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자기 체험에 맞게 이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교수가 풀어내는 온갖 논리적이지 않은 장광설과 행동을 관객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업>은 연출가 이윤택(61)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인터뷰 자리에 동석했던 그는 “아마 이만큼 노교수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없을 것”이라고 이씨를 칭찬했다.

이윤택 연출·이승헌 주연의 <수업>은 2012년 이오네스코의 고향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국립극장페스티벌에 유일한 국외 작품으로 초청되어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교수 역의 이승헌씨의 연기는 외국 평론가들과 배우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이승헌씨는 “마지막날 공연이 끝나고 루마니아 배우들이 분장실까지 찾아와 ‘배우들을 위한 연기 수업이었다’며 악수를 청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예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97년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하자마자 연극 <햄릿>의 주인공을 꿰찼다. 연극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봄날은 간다>, <변두리 극장> 등 이 극단 간판 작품에서 주역을 맡으며 동아연극상 연기상, 서울연극제 남자연기상 등을 받았다. 몇해 전부터는 여배우 김미숙(42)씨와 함께 극단의 ‘배우장’으로서 스승 이윤택 예술감독의 독특한 ‘연기 메소드’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수업>에서 ‘여학생’ 역은 박인화(29), ‘하녀’ 역은 김아라나(26)씨가 연기한다. 3월9일까지. (02)763-1268.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연희단거리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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