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들의 춤을 담은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 공연을 앞둔 무용가 안은미씨가 24일 오후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익살스런 동작을 취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아저씨를 위한…’ 안무 안은미
전국 다니며 남성들 ‘막춤’ 촬영
몸짓으로 쓴 ‘아저씨들의 역사’
촬영대상자 일부 직접 무대위로 “이 40~60대 ‘오빠들’의 삶이 뭘까. 너무 무겁게 사는 거예요. 일만 하고 있어요. 자기를 놓고 싶어도 놓을 시간을 한 번도 가질 수 없는 세대인 거죠. 하루쯤은 노동으로부터의 책임이 없는 남자로, 그 무거운 짐들을 다 내려놓게 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메시지이고 이분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에요.” 춤 공연 제목에 쓰인 ‘무책임한’의 의미에 대한 현대무용가 안은미(51)씨의 설명이다. “아저씨들이 하루만이라도 무책임해졌으면” 하는 마음은 지난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150여명의 40~60대 중년 아저씨들을 만나 그들의 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품게 된 자연스런 바람이라고 했다. 안씨가 이끄는 현대무용단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가 새달 1~3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안씨를 24일 공연장에서 만났다. 2주 전 무릎 수술을 받아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는데도, “일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즐거워서 하는” 사람만이 낼 수 있는 긍정적인 기운을 그는 내뿜고 있었다.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는 2011년 우리나라 60대 이상 할머니들을 출연시킨 <조상님께 바치는 땐쓰>, 지난해 10대 청소년들과 함께 한 <사심 없는 땐쓰>에 이은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처음 할머니들의 춤을 담을 때까지만 해도 연작으로 만들 계획은 아니었다고 한다. “인간의 몸이 가지고 있는 역사가 동질하다고 믿고, 그것의 값어치가 동일하다고 봐요. 직업·나이·지위·명예에 상관없이 우리는 평등해요. 춤추는 마음 앞에 무엇이 우리를 저울질할 수 있겠어요?” “잠시라도 짐 내려놓으라는 뜻
지위 상관없이 몸은 모두 평등
춤출땐 정말 예뻐…슬픔도 보여” 60분의 공연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안은미컴퍼니 소속 무용수들이 아저씨들의 춤을 전문적인 몸짓으로 다듬은 춤을 20분 동안 추고, 다시 20분 동안 지난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만난 150명의 중년 아저씨들 가운데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춘 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된다. 마지막 20분은 22명의 ‘평범한 아저씨’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와 자신만의 춤을 춘다. 39살 막내부터 60살 큰형님까지, 은행원부터 사진 작가 등 직업도 다양하다. 처음엔 안씨가 들이민 카메라 앞에서 머뭇대는 사람들을 “잘 추고 못 추는 경연이 아니다” 하고 설득했다. “자기들이 추면 막춤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개별적으로 보면 춤의 질이 아주 뛰어난 거예요. 그가 가진 슬픔이나 그런 게 다 들어 있어요.” 아저씨들의 춤에 대해 그는 “완전히 귀엽다”고 소개했다. “(공연을 보고 나면) 남자, 그리고 아저씨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춤출 땐 정말 예뻐요. 그걸 보시게 될 거예요. 남자들에게 이런 느낌 받기가 어려운데, 천사 같고 아기 같아요. 원래는 천사 같았던 사람들이 사회에서 힘들게 살면서 험악해지는 거예요.” 무대는 뒷면이 4000개의 흰색 막걸리병으로 장식되어 온통 하얀색이다. 공연 마지막에 천장에서 물이 비처럼 떨어진다. 아저씨들과 무용수들이 함께 물을 맞으며 무아지경의 춤을 추게 된다. “남자들의 오줌과 땀과 정자, 가슴의 끈적끈적함, 술 등 액체 같은 것들”이자, 그런 끈적끈적한 것들을 씻겨 내려주는 의미라고 한다. 안씨는 ‘땐쓰 3부작’을 “역사의 기록으로서의 춤”이라고 설명했다. 한 삶을 겪어낸 할머니들, 삶이 불확정적인 청소년들, 삶에서 가장 어깨가 무거운 시기의 중년 남성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지금 현재를, 역사를 옮겨놓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춤을 추는가 하는 거죠. 책으로만 역사를 기록해야 하나요? 저희는 무용으로 남기는 거죠.”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 세계 사람들의 춤 영상을 하루 종일, 1년 365일 동안 매일 전시하는 ‘바디 뮤지엄’을 만드는 것이다. 세상의 춤추는 사람들을 모은, “몸의 박물관이자 춤의 박물관이고 우리의 묘지가 되는 전시”라고 한다. (02)708-5001.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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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으로 쓴 ‘아저씨들의 역사’
촬영대상자 일부 직접 무대위로 “이 40~60대 ‘오빠들’의 삶이 뭘까. 너무 무겁게 사는 거예요. 일만 하고 있어요. 자기를 놓고 싶어도 놓을 시간을 한 번도 가질 수 없는 세대인 거죠. 하루쯤은 노동으로부터의 책임이 없는 남자로, 그 무거운 짐들을 다 내려놓게 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메시지이고 이분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에요.” 춤 공연 제목에 쓰인 ‘무책임한’의 의미에 대한 현대무용가 안은미(51)씨의 설명이다. “아저씨들이 하루만이라도 무책임해졌으면” 하는 마음은 지난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150여명의 40~60대 중년 아저씨들을 만나 그들의 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품게 된 자연스런 바람이라고 했다. 안씨가 이끄는 현대무용단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가 새달 1~3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안씨를 24일 공연장에서 만났다. 2주 전 무릎 수술을 받아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는데도, “일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즐거워서 하는” 사람만이 낼 수 있는 긍정적인 기운을 그는 내뿜고 있었다.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는 2011년 우리나라 60대 이상 할머니들을 출연시킨 <조상님께 바치는 땐쓰>, 지난해 10대 청소년들과 함께 한 <사심 없는 땐쓰>에 이은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처음 할머니들의 춤을 담을 때까지만 해도 연작으로 만들 계획은 아니었다고 한다. “인간의 몸이 가지고 있는 역사가 동질하다고 믿고, 그것의 값어치가 동일하다고 봐요. 직업·나이·지위·명예에 상관없이 우리는 평등해요. 춤추는 마음 앞에 무엇이 우리를 저울질할 수 있겠어요?” “잠시라도 짐 내려놓으라는 뜻
지위 상관없이 몸은 모두 평등
춤출땐 정말 예뻐…슬픔도 보여” 60분의 공연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안은미컴퍼니 소속 무용수들이 아저씨들의 춤을 전문적인 몸짓으로 다듬은 춤을 20분 동안 추고, 다시 20분 동안 지난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만난 150명의 중년 아저씨들 가운데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춘 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된다. 마지막 20분은 22명의 ‘평범한 아저씨’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와 자신만의 춤을 춘다. 39살 막내부터 60살 큰형님까지, 은행원부터 사진 작가 등 직업도 다양하다. 처음엔 안씨가 들이민 카메라 앞에서 머뭇대는 사람들을 “잘 추고 못 추는 경연이 아니다” 하고 설득했다. “자기들이 추면 막춤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개별적으로 보면 춤의 질이 아주 뛰어난 거예요. 그가 가진 슬픔이나 그런 게 다 들어 있어요.” 아저씨들의 춤에 대해 그는 “완전히 귀엽다”고 소개했다. “(공연을 보고 나면) 남자, 그리고 아저씨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춤출 땐 정말 예뻐요. 그걸 보시게 될 거예요. 남자들에게 이런 느낌 받기가 어려운데, 천사 같고 아기 같아요. 원래는 천사 같았던 사람들이 사회에서 힘들게 살면서 험악해지는 거예요.” 무대는 뒷면이 4000개의 흰색 막걸리병으로 장식되어 온통 하얀색이다. 공연 마지막에 천장에서 물이 비처럼 떨어진다. 아저씨들과 무용수들이 함께 물을 맞으며 무아지경의 춤을 추게 된다. “남자들의 오줌과 땀과 정자, 가슴의 끈적끈적함, 술 등 액체 같은 것들”이자, 그런 끈적끈적한 것들을 씻겨 내려주는 의미라고 한다. 안씨는 ‘땐쓰 3부작’을 “역사의 기록으로서의 춤”이라고 설명했다. 한 삶을 겪어낸 할머니들, 삶이 불확정적인 청소년들, 삶에서 가장 어깨가 무거운 시기의 중년 남성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지금 현재를, 역사를 옮겨놓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춤을 추는가 하는 거죠. 책으로만 역사를 기록해야 하나요? 저희는 무용으로 남기는 거죠.”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 세계 사람들의 춤 영상을 하루 종일, 1년 365일 동안 매일 전시하는 ‘바디 뮤지엄’을 만드는 것이다. 세상의 춤추는 사람들을 모은, “몸의 박물관이자 춤의 박물관이고 우리의 묘지가 되는 전시”라고 한다. (02)708-5001.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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