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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그림일까, 사진일까

등록 2013-02-27 20:30

주목! 이 작품 l 박종인 ‘구도자…’ 전시회
‘검프린팅’ 방식으로 인화
회화적 느낌 강하게 풍겨
화폭을 가득 채운 소나무. 기운생동하는 모습이 장대하다. 나무의 표면은 드러나지 않고, 거대하게 죽죽 뻗은 그 윤곽만이 그림자처럼 우뚝 섰다. 짙푸른 배경을 뒤로 해서 더욱 빛나는 소나무는 자세히 보면 온통 금빛 가루를 칠한 모습이다. 전통 장인의 공예품 같기도 하고 화려한 장식 같기도 한 이 소나무 작품의 이름은 ‘구도자-소나무’. 누구나 그림이라 여기기 쉽지만 실은 사진이다.

3월5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박종인의 전시회 ‘구도자의 풍경’은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진전이다. 신문기자이면서 사진에 매혹되어 사진가가 된 작가는 ‘검 바이크로메이트 기법’(검프린팅)이란 인화 방식으로 사진을 뽑아냈다. 검 바이크로메이트 기법은 사진 역사의 초기인 19세기 말 유행했던 인화법으로 은염 인화기법보다도 오래된 기술이다. 필름에 감광제와 물감을 섞어 바르고 빛에 노출시키면서 물로 씻어내려 이미지가 맺히는 인화법으로, 회화적인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전설적인 사진가 에드워드 스타이컨(1879~1973)도 애용했던 방법이다. 하지만 현대 사진에선 거의 사라진 기술이다. 까다로운 수작업을 요구해 인화 시간이 오래 걸려 한 작품 만드는 데 며칠씩 걸리며, 필름 하나로 여러 장을 찍어낼 수 있는 사진의 특성과 달리 똑같은 작품은 하나밖에 못 만든다. 그럼에도 손으로 만들어내는 수공예적인 느낌, 그리고 인화 과정에서 우연하게 생기는 효과가 더해져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내기에 현대 사진가들도 이 기법에 도전하곤 한다.

박종인 작가는 이 기법에 금가루를 가져와 자기만의 색깔을 더했다. 금분의 효과 때문에 보는 각도와 조명에 따라 작품의 느낌이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시대 전통 회화 중 하나였던 금니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의미에서 시도한 작업이라고 한다.

전시작은 금분을 쓰지 않은 것들도 여럿이다. ‘구도자’라는 주제어처럼 묵상하는 듯한 은은한 이미지들이 주를 이룬다. 빛이 바랜 옛날 사진 같은 산사의 풍경, 명암이 반전된 듯 강렬하게 빛나는 연꽃…. 사진과 회화의 경계가 무의미한, 그래서 더 그림 같은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02)736-1020.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도판 인사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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