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28일 저녁 서울 광진구 광장동 유니클로 악스에서 열린 가운데 가수 정기고가 축하 공연을 펼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10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
버터플라이·싸이 음악성 인정받아
올해의 신인엔 인디 록 밴드 ‘404’
정차식·버스커 버스커 2관왕 영예 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의 두 주인공이 ‘3호선 버터플라이’와 싸이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두 수상자 모두 오랜 기간 꾸준한 음악적 행보를 해오다가 데뷔 10년을 넘긴 지난해에 가장 큰 성취를 이뤄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극심한 부침을 겪은 점도 비슷하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2000년 1집 앨범을 발표했다. 대단한 히트곡을 낸 건 아니지만,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쌓아가며 인디계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밴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2004년 3집 이후 오랜 침묵기에 들어갔다. 개성 강한 멤버들이 각자 개인 활동에 집중했고, 일부는 밴드를 떠났다. 3호선 버터플라이라는 이름이 희미해져갈 즈음, 이들은 2009년 미니앨범(EP)으로 존재감을 다시 알렸다. 그리고 지난해 4집 <드림토크>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2001년 ‘새’로 데뷔한 싸이는 파격적인 노랫말, 푸근한 외모, 우스꽝스러운 춤으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다.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그는 그러나 병역특례 비리에 휘말리면서 군대에 현역으로 다시 가는 상황을 맞았다. 제대하고 가요계에 복귀했지만, 예전 같은 인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발표한 6집 수록곡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싸이는 ‘국제가수’로 거듭났다. 이 둘 말고 또다른 숨은 주인공이라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과 신선함을 척도로 하는 ‘올해의 신인’일 것이다. 이에는 인디 록 밴드 ‘404’가 선정됐다. ‘진정한 인디’를 자처하며 자본과 기존 유통 구조로부터 완벽한 자립을 추구하는 단체 ‘자립음악생산조합’과 연대하고 독창적 어법의 음악을 선보였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상반기 음악 시장을 강타한 ‘버스커 버스커’는 최우수 팝 음반과 노래 2관왕을 차지했고, 록 밴드 레이니썬 출신의 정차식은 최우수 록 음반과 노래 2관왕에 올랐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나얼은 최우수 아르앤비(R&B)·솔 음반과 노래를 수상했다. 아이돌 가수들의 성취도 눈부시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에프엑스는 ‘일렉트릭 쇼크’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상을 받았다. 같은 장르 후보인 ‘강남스타일’보다 적어도 음악성 면에서는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은 ‘원 오브 어 카인드’로 최우수 랩·힙합 노래 상을 받았다. 지난 1월 미리 발표한 공로상은 ‘아침이슬’로 유명한 한국 포크 음악의 거목 김민기에게 수여됐다. 이날 시상식에서 발표한 선정위원회 특별상은 올해로 10회를 맞으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악 축제로 성장해가고 있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 돌아갔다. 누리꾼들이 분야별 모든 후보를 대상으로 투표해 선정하는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에서는 박재범(남자 부문), 박정현(여자 부문), 버스커 버스커(그룹 부문)가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수상 결과를 보면, 지난 한 해 한국 대중음악계가 더욱 풍성하고 윤택해졌음이 확연히 드러난다. 주류에서 음악적 성취를 꾸준히 모색해온 음악인, 대중의 사랑을 받는 아이돌 그룹, 자기만의 음악 철학과 색깔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인디 음악인, 비주류 장르에서 고군분투해온 음악 장인 등이 두루 포함됐다. 싸이, 나얼, 버스커 버스커 등은 주류에서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확고히 다졌고, 지드래곤과 에프엑스는 아이돌 음악 수준을 한 단계 드높였다. 3호선 버터플라이, 정차식 등은 인디 음악계에서 탄탄한 기본기와 독특한 개성을 앞세워 주류 음악계에 강한 충격파를 던졌고, 재즈 베이시스트 이원술, 록과 국악을 접목한 밴드 잠비나이, 프리 재즈 색소폰 연주자 강태환 등은 비주류 장르에서 높은 음악적 성취를 일궈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교과서 실렸는데도… 5·16을 쿠데타라 못부르는 교육부장관 후보
■ 일제 “조선인 열등” 판단 근거는 A형 혈액형
■ 김행, ‘지각 브리핑’하면서 “그만 좀 조져라”
■ 취임뒤 나흘, 가장 바쁜 시기에…박 대통령 목요일 하루 ‘쉼표’ 왜?
■ ‘비빕밥’에 뿌려진 일본 ‘노리’…“기무치 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