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상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방송사마다 연말 가요시상식을 열었다. 하지만 음악보다는 인기도, 자사 방송 기여도 등이 주요하게 작용했고, 이는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수상 결과를 놓고 특정 방송사와 특정 연예기획사 사이가 틀어지는 일도 벌어졌다. 나눠 먹기, 구색 맞추기, 특정 기획사 배제 같은 부작용이 속출했고, 상의 권위는 추락했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이런 가운데 탄생했다. 기존의 천편일률적이고 상업적인 가수상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 순수하게 음악성 위주로 평가하는 대안적 의미의 음악상을 추구했다. 시민단체 문화연대가 문화일보사와 손잡고 ‘한국의 그래미’를 표방하는 한국대중음악상을 제정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음악 담당 기자·피디,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 전문가들이 선정위원으로 모였다. 선정위원장은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가 맡았다.
2004년 첫 시상식의 뚜껑이 열렸다. 더더, 러브홀릭, 휘성, 이상은, 빅마마, 정재일 등이 주요 상을 받았다. 비주류(인디) 음악인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아이돌 일색의 획일화된 음악에 길들여진 기성 가요판에는 충격으로 다가갔다. 2007년 4회 시상식부터 문화연대 등으로부터 독립해 선정위원회가 주최하며 홀로 서기에 나섰다. 비주류 문화 분야를 지원하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여러 뜻있는 기업체들이 후원에 나서면서 시상식은 해가 갈수록 탄탄해져갔다.
하지만 2009년 초 위기가 닥쳤다. 6회 시상식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정부가 지원을 급작스레 철회한 것이다. 정부는 3회 때부터 매년 3천만~5천만원을 지원해왔다. 정부는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시상식은 무기한 연기됐다. 한 달 뒤, 가수 출신이자 뮤지컬 제작자인 김민기씨의 도움으로 서울 대학로 학전소극장에서 규모를 크게 줄인 가운데 시상식을 치렀다.
2010년 7회 시상식을 앞두고는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 후원회원을 모집하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호소했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한겨레신문사와 포털 다음 등이 힘을 보태면서 불씨를 이어가게 됐다. 한겨레신문사는 8회 시상식까지 공동주최했다. 9회 시상식은 경제지 이데일리 신문사가 공동주최사로 참여했고, 올해로 10회를 맞는 이번 시상식은 다시 한겨레신문사가 공동주최하게 됐다.
10회를 자축하는 특별한 행사도 마련한다. 10년 역사와 수상작들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3월6일까지 서울 홍대앞 케이티앤지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또 3월1일 저녁 6시 서울 광장동 유니클로악스에서 게이트 플라워즈, 로다운30, 전기뱀장어,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등이 출연하는 10회 기념 공연도 열린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열리는 두 행사는 무료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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