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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경륜이 팽팽한 ‘젊은록’…희귀종 기억될 ‘버터플라이’

등록 2013-02-28 21:26수정 2013-02-28 22:19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지난해 쌀쌀했던 밤바람이 선선해질 무렵이었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기타리스트 성기완과 한강에서 자전거를 탔다. 서울 한남동 치킨집 앞 길가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닭을 뜯으며 맥주를 마셨다. 갈증이 가실 즈음 성기완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럴 법도 했다. 2003년 3집 <타임테이블>을 내놓은 후 3호선 버터플라이의 날갯짓은 꽤 오랫동안 멈춰 있었다. 멤버들은 개인 활동에 집중했다. 성기완은 그 사이 시집을 내고 솔로 앨범을 냈다. 보컬리스트 남상아는 가끔 혼자 공연을 하며, 게으르게 열심히 놀았다. 베이시스트 김남윤은 엔지니어로서 독자적 경력을 쌓아갔다. 3집까지 드럼 스틱을 잡았던 김상우는 팀을 떠나 카페를 개업했다.

그 공백이 끝난 것은 2009년이었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팀을 떠난 김상우 대신 문샤이너스의 손경호가 드럼을 맡은 미니앨범(EP)을 발매했다. ‘티티카카’, ‘깊은 밤 안개 속’ 같은 노래들이 긴 휴식기를 느낄 수 없는, 그들의 저력을 보여줬다. 장기하와 얼굴들, 국카스텐, 검정치마 등이 인디계 세대교체를 이룬 가운데 조용히 ‘선배의 존엄 비슷한 것’을 드러냈던 것이다. 젊디젊은 서현정이 새로운 드러머로 가입하며 팀의 하체를 튼튼히했다.

그리고 2012년 봄, 그들은 크라잉넛, 옐로우 몬스터즈와 함께 미국과 캐나다를 돌았다. 매년 한국 밴드 3팀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서울소닉’ 투어였다.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오스틴, 캐나다 토론토 등을 누비며 진행된 투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이었다.

지난해 그 쌀쌀하던 밤 ‘치맥’(치킨과 맥주)을 하며 성기완이 답답해했던 게 바로 그 지점이었다. 멤버들이 각자 바빠서, 앨범 작업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 이 좋은 에너지가 이어지지 않고 사그라질까봐 조바심을 내는 것처럼 보였다.

선선한 밤이 열대야가 되고, 다시 선선해질 무렵 10년 만의 정규 앨범인 4집 <드림토크>가 나왔다. 15년이나 밴드를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니 이제 막 밴드를 시작한 청춘의 에너지가 가득한 작품이었다. 많은 곡에 정형화되지 않은, 매너리즘과 거리가 먼 파격이 있었다. 이제 막 밴드를 시작한 청춘은 넘볼 수 없는 경륜과 노하우가 그 에너지와 양립했다. 그 양립은 더없이 소중하다.

한국은 물론이고 외국에서조차 록은 젊음의 전유물이다. 슬프게도, 많은 록 뮤지션의 최고작이 데뷔 앨범인 건 그 때문이다. 그 힘은 두어 장의 앨범을 낼 때까지도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뮤지션으로서 나머지 삶이란, 데뷔 시절의 히트곡을 연주할 때 최고의 반응을 보이는 관객들을 지켜보며 흘러간다. 잔인하지만 현실이다. 지난 10년간 이 쓸쓸한 하강 곡선을 타지 않고 오히려 반등의 로켓을 쏘아올린 팀은 2008년 <가장 보통의 존재>를 발표했던 밴드 언니네 이발관 하나였다. 이 희소한 사례에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이름이 추가됐다.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전문가들이 별점을 매겨 새 앨범 추천작을 선정하는 꼭지)에 <드림토크>가 선정되었을 때 리뷰를 썼다. 그때 난 썼다. 이주의 발견을 넘어 올해의 앨범으로 보내고 싶다고.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나 보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을 비롯한 3관왕을 차지했다. 그 밤, 성기완은 그저 맥주의 시원함만을 만끽했어도 좋았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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