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문훈의 드로잉 <내 손 안에 세상을 짓다>. 건축이 생성되기 전, 그 바탕이 되는 사유를 구상화한 작품.(왼쪽) 임지택 건축가의 <고질라>.(오른쪽 위) 돌연변이 존재인 고질라가 현대 도시에서 알을 낳아 무한 번식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방철린 건축가의 <허>.(오른쪽 아래)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무위자연의 상태인 ‘허’(虛)가 건축과 도시에서도 중요한 존재임을 나타낸다. 갤러리모아 제공
국제 건축 드로잉전 ‘감각의 본질’
국내외 건축가 15명 밑그림 선보여
봉하마을 사저 설계 ‘정기용 아카이브’
고인 개성 엿볼 기증자료 2만점 전시
국내외 건축가 15명 밑그림 선보여
봉하마을 사저 설계 ‘정기용 아카이브’
고인 개성 엿볼 기증자료 2만점 전시
건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최근 부쩍 높아졌다. 하지만 아름다운 건물, 새롭고 기발한 건물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는지 그 과정은 아직 일반인에겐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건축가들은 어떻게 건물에 대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뽑아내는 것일까?
그 실마리를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도, 작고 귀여운 단독주택도 모두 건축가의 손에 들린 펜 하나와 종이 한 장에서 시작된다. 바로 건축 아이디어를 처음 구현하는 밑그림들이다. 건축가가 자유롭게 자기 감각을 단련하며 날것의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단계이므로 개성적이고 실험적인 아이디어의 씨앗이 그 속에 담겨 있다. 건축가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두 전시회를 소개한다.
■ 부적부터 추상화까지? 그 모든 것이 건축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 갤러리모아에서 열리는 ‘감각의 본질’전은 국내에선 드문 국제 건축 드로잉전이다. 국내외 건축가 15명의 다양한 건축 드로잉을 한자리에서 훑어볼 수 있다. 김인철·방철린·우경국·최두남·문훈·정수진·구영민씨 등 국내 유명 건축가들과 에릭 리더, 산티아고 포라스 알바레스 등 외국 건축가들이 참여했다. 건축가들이 어떻게 드로잉으로 사물의 형상을 파고들어 해석하고, 자기 철학을 이미지로 만드는지, 그리고 저마다 어떻게 드로잉으로 작업을 하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조각 작품의 밑그림과 달리 훨씬 추상적이며, 때론 공상에 가까운 것들까지 있지만 모두 건축가들에겐 중요한 사고의 단초들이다.
건축계의 소문난 그림꾼 문훈 건축가의 마치 부적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로테스크한 드로잉부터, 사물의 본질과 패턴의 근원을 추구하는 방철린 건축가의 추상화 같은 드로잉까지 건축이라는 같은 길을 가면서도 서로 다른 각자의 감각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흥미롭다. 30일까지, 월요일은 휴관. (031)949-3309.
■ 말하는 건축가, 정기용의 모든 것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건축 전문 전시공간을 마련하면서 첫번째 전시로 선보이는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전은 한 건축가의 정신세계 전반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전시다. 정기용(1945~2011) 건축가를 조명하는 자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와 전국 곳곳의 ‘기적의 도서관’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정기용 건축가가 기증한 자료 2만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이 분류·연구해 ‘정기용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평생 공공건축과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온 정 건축가가 남긴 수많은 그림과 글들, 그리고 다양한 자료를 통해 그의 건축이 어떤 자료와 구상을 통해 현실화되었는지 그 배경을 볼 수 있다. 미대 출신 건축가답게 누구보다도 많은 그림을 그렸던 건축가인 고인의 개성적인 그림들은 그 자체로 건축 못잖게 매력적이다.
정기용의 마지막 1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를 연출한 정재은 감독이 촬영한 생전의 강연 영상을 전시장에서 상영하며, 3월9일에는 영화 상영 뒤 정재은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한다. 9월22일까지. 무료. (02)2188-6000.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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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건축가의 생전 모습. 그는 작고 소박한 공공건축에 매진해 ‘건축계의 공익요원’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김재경 건축사진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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