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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일본이 바꿔치기한 뇌, 제자리 찾았나요?

등록 2013-03-04 20:11

연극 ‘두뇌수술’. 사진 극단 그린피그 제공
연극 ‘두뇌수술’. 사진 극단 그린피그 제공
리뷰 l 연극 ‘두뇌수술’
일제시대 작가 진종혁 원작 각색
대뇌교환 수술과 한판 소동 통해
식민지 조선 정신개조 야망 비판
‘진정한 일제청산 이뤄졌나’ 질문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 있는 ‘오영호 외꽈의원’ 앞에서 매일 저녁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저명한 외과의 ‘오영호 박사’에게 수술을 받으려고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와 병원 문을 두드리지만 병원 쪽의 진료 거부로 좌절한다. 병원 쪽은 “병원 원장인 오 박사가 세계 의학계를 놀라게 할 대뇌 교환 수술 환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외래 환자를 볼 겨를이 없다”고 해명한다.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소극장 무대에 오른 극단 그린피그의 연극 <두뇌수술>(사진)은 ‘대뇌 교환 수술’이라는 발상부터 황당하고 기발하다. 일제강점기에 극작가 겸 시인, 소설가로 활동한 우촌 진종혁(1904~?)이 1945년 12월 잡지 <신문예> 창간호에 진우촌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동명의 희곡을 연출가 윤한솔(41)씨가 무대에 올렸다.

연극은 외과의사 ‘오 박사’(신재환)가 반편이로 태어난 부잣집 아들 ‘상도’(이필주)와 가난하지만 총명한 시골청년 ‘무길’(박기원)의 두뇌를 교환하는 수술을 한 뒤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상도의 정신이 온전해질 거라 기대한 그의 부모는 자신이 무길이 같다고 헛소리를 하는 상도를 보며 불안해한다. 무길의 약혼녀와 부친은 병원 소사와 간호부에게 사정해 무길을 만나지만 그가 반편이처럼 행동하자 충격에 빠진다.

<두뇌수술>은 해방 직후 일제 청산이 지상과제였던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이다. 일제가 조선인을 상대로 벌였던 ‘내선일체’ 운동을 두뇌수술에 빗댄다. 극중 ‘신문기자’(이정호)의 입을 빌려 “현대 의학이 육체는 수술할 수 있지만 정신은 수술하지 못한다”는 말로써 일본이 식민지 조선을 개조하려고 했던 야망을 꼬집는다. 원작은 “오늘부터 선생(오 박사)은 그 위대한 연구의 재주로써 새 환자를 취급하라”는 그 ‘신문기자’의 당부와 함께 희망적인 메시지로 끝을 내지만 윤한솔 연출가는 결말을 비틀었다. 윤 연출가는 두뇌수술, 곧 일제의 정신개조운동에 동참한 인물을 용서하고 ‘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식으로 성급하게 모든 것을 덮어버리기보다는 그 신문기자의 대사가 끝나기 무섭게 갱단의 총격, 슈퍼맨의 등장 같은 ‘비(B)급 영화’ 요소를 집어넣었다. 극의 마무리에 등장인물들이 일장기로 눈을 가리고 친일가요 ‘희망의 나라’를 합창하는 장면에선 “진정한 일제 청산이 이뤄졌느냐”는 물음을 던진다.

연극은 1940년대 유성기 녹음기록 등의 사료를 통해 재현한 당시의 독특한 말투와 근대 신파극에서 했음직한 과장된 몸짓으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긴다. 17일까지. 010-8120-122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극단 그린피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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