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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쓰레기봉투로 만든 개 ‘고정관념’을 물어뜯다

등록 2013-03-05 19:57

‘개 같은 형태’
‘개 같은 형태’
김홍석 개인전
이불 쓴 남자·벽 뚫은 손 등으로
노동과 윤리에 대해 도발적 질문
“주체와 객체 사이 존재에 관심”
‘미스터 김’
‘미스터 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나오는 것은 벽에 얼굴을 대고 선 웬 남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보나 마나 마네킹이겠지 하면서도 진짜 사람 아닐까 싶어진다. 작품 이름은 ‘미스터 김’. 하긴, 전시장 입구 광장에도 쓰레기봉투로 만든 개 동상이 한껏 궁금증을 자극했잖는가. 쓰레기봉투를 척척 쌓아 만든 동상 ‘개 같은 형태’ 말이다.

전시장 안에도 유머는 넘친다. 갑자기 벽을 뚫고 튀어나온 마네킹의 손 하나. 제목은 ‘악수를 청하는 남자’. 벽 뒤편으로 돌아가면 나머지 몸 전체가 보인다. 7일부터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리는 김홍석(49) 상명대 공연영상미술학과 교수의 전시회는 일단 흥미롭다. 가벼운 듯 유쾌하면서도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도발적인 작품으로 주목받아온 김홍석 작가의 주요작이 모두 모였고, 새로 선보이는 신작들이 더해진 대형 전시회다. 장난스러운 속임수가 난무하는 작가의 작업 방식은 여전하며, 그가 천착해온 주제인 ‘노동’과 ‘윤리’에 대한 질문들이 그 안에 숨어 있다. 전시 제목도 그래서 ‘좋은 노동 착한 미술’이다.

대중들에게 김홍석 작가는 2008년 ‘창녀 논란’으로 유명하다. 전시장 안에 있는 여성들 중 창녀를 찾으면 현상금을 준다는 설정으로 여성 관객들 모두를 잠재적 창녀로 만들어 논란이 벌어졌다. 이번 전시에선 그런 도발은 없지만 끊임없이 우리의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쓰레기봉투로 조각 작품을 만들어 예술 작품의 재료에 대한 통념을 흔들듯 예술 작품을 만드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 작가는 집요하게 묻는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인 나무 각목을 그대로 본을 떠 동상으로 만든 작품에서는 과연 주체와 객체가 존재하는지, 재료가 쓰레기에서 값비싼 구리로 바뀐 것만으로도 작품이 되는지 따져묻는 식이다. 자기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제 수고로운 작업을 대행한 일꾼들, 작업과정을 찍은 촬영 기사, 작품을 운반한 트럭 운전사들 같은 ‘노동’을 담당한 이들의 존재를 작업의 소재이자 주제로 삼아 미술에서의 ‘노동’의 가치를 다시 들여다보고, 미국 존 케네디 대통령의 유명한 연설을 초등학생에게 번역해 건넨 뒤 웅변으로 이야기하게 하면서 진짜와 가짜, 참과 거짓 사이에 대해 말한다.

김 작가는 모든 것에 주체가 있고 객체가 있는 구조 안에서 그 사이에 있는, 자잘해서 눈에 안 보이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품을 만들 때는 도면이 필요합니다. 그 도면대로 작품을 만든 뒤 찌그러뜨리면 도면대로 만들었어도 도면만으로는 다시는 만들 수 없는 작품이 나오게 되죠. 저는 제 작품이 도면이 없기를 바랍니다. 주체와 객체 사이 중간에 끼어 있는 주체가 제 작업의 주제이며, 그걸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5월26일까지. 1577-7595.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플라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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