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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국대중음악상 10돌
음악하기 힘든 나라에서
그들은 꿈을 노래했다

등록 2013-03-05 19:59

서정민의 음악다방
2004년 3월 나는 정치부 기자였다.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석간신문을 펼쳤다. <문화일보>에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 기사가 2개 면에 펼쳐져 있었다. ‘이런 상도 있었나?’

인기도와 방송사 기여도 등이 주요하게 작용하는 기존 가요시상식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 순수하게 음악성 위주로 평가하는 대안적인 시상식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문화연대가 이 신문사와 손잡고 제정했고 대중음악평론가, 음악 담당 기자·피디, 학계 등 전문가들이 선정위원으로 모였단다.

수상자 면면을 봤다. 더더, 러브홀릭, 휘성, 이상은, 빅마마, 정재일, 코코어, 데프콘, 윤건, 나윤선…. 아는 음악인도 있었고, 잘 모르는 음악인도 있었다. 그 모르는 음악인의 음악이 궁금해졌다. ‘맞아. 나, 예전에 음악 참 좋아했지. 바쁘다는 핑계로 그 즐거움을 잊고 살았구나.’

총선 뒤 있은 신문사 정기인사에서 나는 운 좋게도 마침 자리가 난 대중음악 담당 기자를 맡게 됐다. 이듬해 열린 제2회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참여하게 됐고, 이후 음악 기자를 떠나 있을 동안에도 이 상과의 끈만은 놓지 않았다. 그건 음악을 향한 내 애정의 최소한의 담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대중음악상은 상당한 부침을 겪었다. 문화연대와 문화일보사로부터 떨어져 나와 홀로 서기에 성공해 자리잡는가 싶더니만, 이명박 정부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예산 지원을 끊어 시상식이 무산될 뻔한 적도 있었다.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금을 모으려 했으나 이 또한 여의치 않았다. 그러다 <한겨레>가 공동 주최사로 참여하게 되면서 불씨를 되살렸고, 지난달 대망의 제10회 시상식을 열기에 이르렀다.

지난달 28일 시상식에서 국악과 록을 접목한 음악으로 최우수 크로스오버 음반 상을 받은 잠비나이의 한 멤버가 수상 소감을 얘기했다. “우리나라에서 국악을 하는 게 참 힘든데 이런 상을 받아서 큰 힘을 얻었습니다.” 그러자 시상자로 나선 기타 연주자 박주원이 말했다. “국악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하는 게 참 힘들어요. 차 팔고 집 팔아서 음반을 제작하는 음악인들이 많거든요.”

한국대중음악상이 10회를 맞기까지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공은 역시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해온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터다. 그래서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려 한다. 역대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이다.

“저는 비주류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있는 뮤지션인데, 이렇게 음악을 깊이 들어주고 평가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모그·2회 올해의 연주상)

“꿈을 꾸면서 돈을 떠올릴 수는 있지만, 돈으로 꿈을 살 수는 없습니다. 음악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꿈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이 꿈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이주엽 제이엔에이치뮤직 대표·2회 올해의 레이블)

“수천, 수만 명의 사람이 한번 듣고 잊어버리는 음악이 아니라 단 한 사람이라도 수천, 수만 번 들을 수 있는 그런 음반을 만들겠습니다.”(더블유·3회 최우수 팝 음반)

“댄싱퀸 엄정화예요. 저희 집에 트로피가 굉장히 많거든요. 하지만 오늘 받은 이 트로피가 최고로 의미있는 트로피인 것 같아요. 자랑하고 싶어요.”(엄정화·4회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서정민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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