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선. 사진 허브뮤직 제공
유럽 활동하는 재즈 보컬 나윤선
첫 녹음이 가장 긴장되고 흥분돼
사전연습 없이 즉흥으로 녹음했죠 프랑스 재즈차트 1위 오른 실력파
이번엔 ‘아리랑’ 넣어 자부심 느껴 나윤선은 국내보다 유럽에서 더 유명한 재즈 보컬리스트다. 독일의 세계적인 재즈 레이블 액트(ACT)와 계약하고 발표한 6집 <부아야주>(2008)와 7집 <세임 걸>(2010)은 현지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7집은 프랑스 재즈 차트 1위에 오르고 무려 80주간 스테디셀러 목록에 들며 10만장 넘게 팔렸다. 정통 재즈 음반이 이렇게나 많이 팔리는 사례는 요즘 세계적으로 드물다. “7집은 부담 없이 편하게 만든 터라 저도 음반사도 별 기대 안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제가 액트를 먹여 살리고 있어요.” 5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나윤선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선지 다음 앨범에 대한 부담도 생겼어요. 스팅, 피터 가브리엘, 허비 핸콕 같은 거장들과 협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죠. 물론 그들과 녹음할 수는 있겠지만, 공연까지 같이 다니긴 힘들어요. 공연이 생활이다 보니 허황된 꿈을 꾸지 않게 되네요.” 마침내 나윤선의 새 앨범 8집 <렌토>가 12일 한국과 프랑스에서 동시 출시된다. 이달 안에 35개 나라에서 순차적으로 나오며, 6월에는 미국에서도 공연과 함께 발매될 예정이다. 6집부터 호흡을 맞춰온 울프 바케니우스(기타), 라르스 다니엘손(베이스), 그자비에 데장드르 나바르(타악)가 이번에도 참여했고, 뱅상 페라니(아코디언)가 새로 합류했다. 다들 유럽 정상급 재즈 연주자다. <렌토>에는 나윤선과 연주자들의 자작곡과 기존 노래를 재해석한 곡이 섞여 있다. 7집에서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의 곡을 부른 데 이어, 이번에는 1인 밴드 나인인치네일스의 곡 ‘허트’와 조니 캐시 등이 부른 유명 컨트리 곡 ‘고스트 라이더스 인 더 스카이’에 새로운 색깔을 입혔다. 패티 김의 ‘초우’와 전통민요 ‘아리랑’도 수록했다. “‘아리랑’을 공연에서 자주 불렀는데, 외국 연주자와 관객들도 무척 좋아해요.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많죠. 국경과 민족을 뛰어넘는 보편적 감동을 지닌 노래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앨범에도 꼭 넣고 싶었는데, 이번에 이루게 됐네요.” 지난해 말 ‘아리랑’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자 언론은 나윤선을 주목했다. 그는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 ‘아리랑’을 부르기도 했다. “제가 ‘아리랑’으로 크게 조명받아 국악 하는 분들께 죄송하기도 해요. 하지만 재즈를 통해 ‘아리랑’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는 자부심을 느껴요. 앞으로 더 잘해야죠.”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단 한 번에 녹음을 마쳤다고 한다. 화려한 스캣(목소리를 악기 삼아 즉흥연주를 하듯이 흥얼거리는 창법)이 쉼 없이 이어지는 ‘모멘토 마지코’를 빼고는 사전연습조차 하지 않은 채 녹음실에서 즉흥으로 연주자들과 손발을 맞췄다. “재즈는 악보대로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냥 순간의 마음을 담는 음악이죠. 어떤 곡이든 첫 녹음이 가장 긴장되고 흥분되는 순간이란 걸 알기에 딱 한 번씩만 녹음했어요. 오랫동안 함께해온 연주자들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이죠. 공연 때는 연주가 앨범과 또 달라질 거예요. 저도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대돼요.” 나윤선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 1995년 무작정 프랑스로 건너가 재즈를 공부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는 1994년 서울 동숭동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초연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연변 처녀’ 역으로 출연했다. “제가 섰던 무대는 아니지만 학전그린 소극장이 없어지게 됐다는 기사를 봤어요. <지하철 1호선>을 하면서 음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에 학전은 친정과도 같은 곳이죠. 너무 안타깝고 속상해요. 김민기 학전 대표는 우리나라의 보물 같은 분인데, 힘이 못 돼드려 죄송해요. 오늘 연락이라도 드려야겠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허브뮤직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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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연습 없이 즉흥으로 녹음했죠 프랑스 재즈차트 1위 오른 실력파
이번엔 ‘아리랑’ 넣어 자부심 느껴 나윤선은 국내보다 유럽에서 더 유명한 재즈 보컬리스트다. 독일의 세계적인 재즈 레이블 액트(ACT)와 계약하고 발표한 6집 <부아야주>(2008)와 7집 <세임 걸>(2010)은 현지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7집은 프랑스 재즈 차트 1위에 오르고 무려 80주간 스테디셀러 목록에 들며 10만장 넘게 팔렸다. 정통 재즈 음반이 이렇게나 많이 팔리는 사례는 요즘 세계적으로 드물다. “7집은 부담 없이 편하게 만든 터라 저도 음반사도 별 기대 안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제가 액트를 먹여 살리고 있어요.” 5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나윤선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선지 다음 앨범에 대한 부담도 생겼어요. 스팅, 피터 가브리엘, 허비 핸콕 같은 거장들과 협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죠. 물론 그들과 녹음할 수는 있겠지만, 공연까지 같이 다니긴 힘들어요. 공연이 생활이다 보니 허황된 꿈을 꾸지 않게 되네요.” 마침내 나윤선의 새 앨범 8집 <렌토>가 12일 한국과 프랑스에서 동시 출시된다. 이달 안에 35개 나라에서 순차적으로 나오며, 6월에는 미국에서도 공연과 함께 발매될 예정이다. 6집부터 호흡을 맞춰온 울프 바케니우스(기타), 라르스 다니엘손(베이스), 그자비에 데장드르 나바르(타악)가 이번에도 참여했고, 뱅상 페라니(아코디언)가 새로 합류했다. 다들 유럽 정상급 재즈 연주자다. <렌토>에는 나윤선과 연주자들의 자작곡과 기존 노래를 재해석한 곡이 섞여 있다. 7집에서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의 곡을 부른 데 이어, 이번에는 1인 밴드 나인인치네일스의 곡 ‘허트’와 조니 캐시 등이 부른 유명 컨트리 곡 ‘고스트 라이더스 인 더 스카이’에 새로운 색깔을 입혔다. 패티 김의 ‘초우’와 전통민요 ‘아리랑’도 수록했다. “‘아리랑’을 공연에서 자주 불렀는데, 외국 연주자와 관객들도 무척 좋아해요.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많죠. 국경과 민족을 뛰어넘는 보편적 감동을 지닌 노래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앨범에도 꼭 넣고 싶었는데, 이번에 이루게 됐네요.” 지난해 말 ‘아리랑’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자 언론은 나윤선을 주목했다. 그는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 ‘아리랑’을 부르기도 했다. “제가 ‘아리랑’으로 크게 조명받아 국악 하는 분들께 죄송하기도 해요. 하지만 재즈를 통해 ‘아리랑’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는 자부심을 느껴요. 앞으로 더 잘해야죠.”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단 한 번에 녹음을 마쳤다고 한다. 화려한 스캣(목소리를 악기 삼아 즉흥연주를 하듯이 흥얼거리는 창법)이 쉼 없이 이어지는 ‘모멘토 마지코’를 빼고는 사전연습조차 하지 않은 채 녹음실에서 즉흥으로 연주자들과 손발을 맞췄다. “재즈는 악보대로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냥 순간의 마음을 담는 음악이죠. 어떤 곡이든 첫 녹음이 가장 긴장되고 흥분되는 순간이란 걸 알기에 딱 한 번씩만 녹음했어요. 오랫동안 함께해온 연주자들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이죠. 공연 때는 연주가 앨범과 또 달라질 거예요. 저도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대돼요.” 나윤선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 1995년 무작정 프랑스로 건너가 재즈를 공부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는 1994년 서울 동숭동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초연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연변 처녀’ 역으로 출연했다. “제가 섰던 무대는 아니지만 학전그린 소극장이 없어지게 됐다는 기사를 봤어요. <지하철 1호선>을 하면서 음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에 학전은 친정과도 같은 곳이죠. 너무 안타깝고 속상해요. 김민기 학전 대표는 우리나라의 보물 같은 분인데, 힘이 못 돼드려 죄송해요. 오늘 연락이라도 드려야겠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허브뮤직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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