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47) ‘마을’ 단장
구례 군민극단 ‘마을’ 이상직 단장
귀농 뒤 3년째 풀뿌리문화 경작
사회비판극 ‘슈퍼마켓…’ 무대에
“남사당 장터굿처럼 누구나 함께”
귀농 뒤 3년째 풀뿌리문화 경작
사회비판극 ‘슈퍼마켓…’ 무대에
“남사당 장터굿처럼 누구나 함께”
섬진강변의 전남 구례에서 연극 잔치가 열린다. 구례의 풀뿌리 군민극단 ‘마을’은 9·10일 오후 4시 섬진아트홀 무대에 연극 <슈퍼마켓 습격사건>을 올린다.
“지난 4개월 동안 힘든 내색 없이 열심히 공연을 준비해온 배우들이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뒷풀이 때면 술 한잔 나누며 힘들었던 연습 얘기를 나누며 서로 다독였지요. 역시 연극의 기원은 마을의 대동놀이이자 굿이었다는 믿음이 확실해졌습니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상직(47·사진) ‘마을’ 단장은 “주민들이 공연을 내 일처럼 반겨주고 격려해주셔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공연을 준비해가면서 단원들도 점차 배우의 분위기를 일상에서도 풍기더라. 그 과정이 보기 좋고 가슴이 따듯해졌다”고 말했다.
‘슈퍼마켓…’은 199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이탈리아 희곡작가 겸 연출가 다리오 포가 74년 발표한 <안 내놔 못 내놔)>를 각색한 작품이다. 동네 여자들이 계속되는 불경기에 물가마저 두 배로 오르자 화가 나서 슈퍼마켓 지배인과 말다툼을 하던 끝에 그를 쫓아낸 뒤 물건들을 그냥 가져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이탈리아 정부의 조세정책과 자본주의, 권력, 종교 등 기득권 세력을 비꼬는 풍자와 해학이 있는 작품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비극적으로 풀기보다는 웃음과 희망으로 보여드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국립극단 배우 출신으로 2000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대상, 2004년 히서연극상 ‘올해의 연기상’을 수상했던 이 단장은 2010년 ‘농사 짓는 연극인’을 꿈꾸며 낯선 구례에서 귀농을 시작했다. 그는 문화에 목말라 있는 구례의 농부와 주부, 귀농·귀촌인들을 모아 군민극단을 만들었다. 스태프는 지역의 사진사와 화가, 밴드들로 꾸렸다. 극단 이름 작명과 작품 선정, 연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결정했다. 지난해 2월에는 군민들의 십시일반 후원을 받아 미국 극작가 닐 사이먼의 희곡 <굿닥터>를 우리 농촌 상황에 맞게 각색한 연극 <인생콘서트 39도 5분>을 창단공연으로 올렸다. 이틀 동안 섬진아트홀의 300석 객석뿐만 아니라 홀 내부 통로까지 인파로 가득 찰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그뒤 연극과 함께 음악·시·사진이 어울러진 ‘마실가세’ 기획공연도 했다. 올해부터는 마을로 직접 찾아가는 작은 공연을 해가며 연극의 저변을 넓혀나갈 생각이다.
그는 “마을이 지녔던 가치와 기능을 다시 살리는 데 문화와 예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만 연극하라는 법 있습니까? 남사당패가 장터에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듯 누구나 참여하고 누리는 것이 연극입니다. 구례 분들뿐만 아니라 인근 하동, 곡성, 남원 분들도 많이 오셔서 저희 배우들을 격려해주세요.”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극단 마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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