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음 피아노 독주회
리뷰 l 손열음 피아노 독주회
리스트·쇼팽 등 7곡에 청중 열광
본공연 재즈풍 연주선 무릎 들썩
리스트·쇼팽 등 7곡에 청중 열광
본공연 재즈풍 연주선 무릎 들썩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두 시간짜리 독주회를 끝낸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표정에 아직 깜짝쇼가 남아 있다는 듯 미묘한 장난기가 서렸다. 그는 앙코르 첫 곡으로 윌리엄 볼컴의 <에덴의 정원> 중 ‘뱀의 키스’를 골랐다. 천연덕스럽게 래그타임(강박과 약박의 악센트를 역전시킨 싱커페이션 리듬으로 연주하는 것)을 선보이다가 피아노의 몸체를 타악기처럼 두드리더니 객석을 향해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췄다. 그러고는 능청스럽게 휘파람을 불다가 양팔로 저음역의 건반을 한꺼번에 누르는 톤클러스터로 마무리했다. 객석에서 큰 박수와 함께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렇게 시작된 앙코르는 또 하나의 독주회였다. 프란츠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새뮤얼 파인버그가 피아노 독주용으로 편곡한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3악장의 ‘스케르초’, 프레데리크 쇼팽의 <연습곡 작품번호 25 중 11번 ‘겨울바람’> 등 총 7곡을 연주했다. 청중은 뜻밖의 선물에 열광했다.
이날 쇼팽으로 시작된 독주회(사진)는 초반까지만 해도 약간 불안정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의 첫 독주회라서인지 손열음은 긴장한 듯 보였다. 쇼팽의 마주르카와 스케르초에서는 음을 잘못 짚거나 손가락이 엉키는 실수가 몇번 있었다. 객석 분위기도 정돈이 안 된 듯 휴대전화 벨소리가 연거푸 울렸다.
그러다 샤를발랑탱 알캉의 <12개의 단조 연습곡> 중 12번 ‘이솝의 향연’에서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 청중에게 조금 특별한 레퍼토리를 들려주고 싶어 골랐다”는 이 곡에서, 손열음의 야무진 타건과 폭발적인 에너지는 빛을 발했다. 쇼팽·리스트와 동시대의 작곡가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현대적이면서 야릇한 광기와 유머를 품은 알캉의 곡은 곡예에 가까운 기교 때문에 자주 연주되지 않는다. 그러나 손열음은 자신만만했다.
2부에 이어진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8번> 역시 연주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곡이었다. 그는 다채로운 표현력을 발휘해 악장과 악장이 명료하게 대비되도록 했다. 느린 2악장에서는 온몸의 근육을 모두 이완시키고 구름 위를 걷는 듯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소리를 빚었고, 빠른 3악장에서는 귀가 얼얼할 만큼 무섭게 속주하며 타악기적인 소리를 냈다.
재즈적인 어법으로 작곡된 카푸스틴의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중 6, 7, 8번에서 손열음이 보여준 예술적 유연성은 앞으로 그가 만들어 갈 음악세계에 대해 기대감을 높였다. 정통 클래식에서 지극히 절제된 연주를 들려주었던 그가 리듬과 화성의 빗장을 풀고 자유롭게 재즈의 흐름을 타는 순간 무릎이 절로 들썩였다. 마치 고전 발레에 정통한 프리마 발레리나가 토슈즈를 벗어 던지고 재즈댄스를 기막히게 추는 느낌이랄까.
이번 독주회는 프로그램 책자에 그가 직접 쓴 곡 해설부터 신선한 선곡, 곡에 걸맞은 음색을 내기 위해 1부와 2부의 피아노를 바꾸는 세심한 노력, 꽉 찬 선물상자 같은 앙코르까지 청중이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낄 만한 무대였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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