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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하늘에서 내려다본 ‘공원의 정수리’

등록 2013-03-10 20:17수정 2013-03-10 22:26

에버랜드
에버랜드
이득영 사진전 ‘공원, 한강’
한강 48㎞ 찍은 치과의사 작가
시대적 욕망 담은 공원에 주목
첫작업 대상은 용인 에버랜드
구글로 조망뒤 헬기 타고 촬영
“위에서 보면 정말 낙원 같아”
한강의 밤 찍은 144m 사진도

사진가 이득영이란 이름이 미술계에 본격적으로 각인된 것은 2006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한강변에 있는 간이매점 69개를 모두 사진으로 찍은 전시였다. 서울이란 도시를 흐르는 거대한 한강, 그 한강을 오가는 시민들의 쉼터인 매점들을 모조리 훑은 그의 사진은 현대라는 시대와 도시라는 공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묘한 감흥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득영 사진가는 그 뒤 헬기를 빌려 한강 다리 25개를 하늘에서 찍은 사진전을 2008년 선보이며 작가로서 자기 정체성을 더욱 분명하게 했다. 하늘에서 내려 찍은 한강 다리들은 친숙하면서도 낯설었다.

본업이 치과의사인 그는 이후 한강 다리를 또다른 방식으로 들여다본다. 한강이 서울을 흘러가는 구간 중 48㎞를 모두 담은 거대한 파노라마 사진을 선보인다. 서울시 허가를 얻어 배를 빌려 타고 강 양쪽을 샅샅이 찍어 1만3000장 사진을 일일이 이어붙인 87m짜리 사진을 만들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강 풍경을 바라보는 작품 ‘두 얼굴’은 분명 사진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었다.

그다음 그의 눈은 예상 못한 곳으로 향했다. 몇년 전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작가는 소재를 찾아냈다.

그날 이야기 화제는 마침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광화문 광장이었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광장답지 못한 광장이란 비판을 하고 있는데 지인 하나가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다 소용없어요. 광장을 찾아가는 사람들 표정을 보셨어요? 다들 행복해하잖아요.” 그 순간 작가의 머리에 새로운 생각이 스쳤다.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곳, 그곳이 곧 낙원이 아닌가. 그럼 도시에서 낙원은 어떤 곳일까. 혹시 공원?’

이득영 작가는 한국의 공원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공원들은 저마다 시대 상황의 소산이자 동시대인들의 욕망과 취향을 반영하는 아이콘임을 알 수 있었다. 골프장이었다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탄생한 서울 어린이대공원, 군사 목적으로 계획되었던 땅이 놀이동산이 된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 군 퍼레이드 공간에서 숲으로 변한 서울 여의도 공원, 재벌이 만들어낸 ‘실내의 낙원’ 롯데월드…. 만든 주체가 다르고 위치가 달라도 공원은 엇비슷한 논리를 지니고 있었고, 그 안에 다양한 표정이 들어 있었다. 작가는 작업의 첫 대상지로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를 골랐다. 그리고 2년에 걸쳐 이 ‘인공낙원’을 카메라에 담았다.

4월28일까지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득영 사진전 ‘공원, 한강’은 그 결과물이다. 공원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가을을 골라, 구글로 먼저 공원을 조감하고, 공원 크기를 감안한 촬영 각도를 삼각함수로 계산한 뒤, 시간당 180만원씩 내야 하는 헬기를 빌려 단풍으로 물든 에버랜드를 조감했다.(사진)

하늘에서 보는 놀이공원은 똑같이 하늘에서 본 한강 다리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골프장, 자동차 경주로, 놀이기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싸는 아름다운 나무들까지 인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모습은 사람 눈높이에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작가는 사진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위에서 보면 정말 낙원 같지 않나요? 정확히 무엇이라 할 수는 없어요. 모든 정보와 이미지들이 넘쳐나는 시대, 제 작업이 과연 어떤 자리에 있는지 무엇을 전달하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전시장 1층 공원 사진을 보고 나면 2층은 거대한 강 풍경이 다시 펼쳐진다.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밤 풍경이다. 작가가 바라본 소재는 강 자체보다도 도시를 밝히는 수많은 불빛들. 강 남쪽과 북쪽을 각각 144m씩, 오로지 한 작품이 전시장 모든 벽을 거대한 용처럼 휘감는 전시 공간 자체가 작품이나 마찬가지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일민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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