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상디자이너 헤르베르트 무라우어(왼쪽 첫번째), 연출가 헬무트 로너(왼쪽 세번째),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오른쪽 첫번째)
국립오페라단 ‘팔스타프’ 연출한 헬무트 로너
“오페라 <팔스타프>는 관람하기 쉬운 작품은 아닙니다. 그러나 관객 스스로 작품을 음미하면서 대본과 음악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관람하면 특별히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또 제가 무대 디자이너와 함께 연출과 무대 컨셉을 준비하면서 항상 중점을 둔 것은 무슨 사건이 벌어지는지 관객이 한눈에 알아챌 수 있게 배려하려고 했어요.”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 탄생 200돌을 기념해 오는 21~24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베르디의 유일한 희극 오페라 <팔스타프>를 올린다. 11일 서초동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출가 헬무트 로너(80)는 “이 작품은 단순히 웃음만을 위한 작품은 아니다. 열린 마음으로 관람한다면 ‘인생은 다 장난이고 희극’이라는 마지막 장면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페라 <팔스타프>는 평생 비극 오페라를 작곡한 주세페 베르디(1813~1901)가 80살에 작곡한 유일한 희극이다. 그의 친구이자 대본작가 보이토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와 <헨리 5세>,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를 토대로 쓴 대본에 곡을 입혔다. 몰락한 귀족이자 주정뱅이 뚱보 기사 팔스타프가 늙어서도 젊고 예쁜 여자를 밝히다 주위 사람들에게 혼쭐나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다뤘다.
이번 공연에는 헤버트 아렌도르프와 헤버트 폰 카라얀를 사사한 중견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58)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오스트리아 학문·문화분야 최고 십자훈장을 수상한 바 있는 관록의 연출가 헬무트 로너가 연출을 맡는다. 그리고 바르셀로나 리체우 극장, 프랑크푸르트 오퍼, 빈 슈타츠 오퍼,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등 유럽 최고의 극장에서 무대·의상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헤르베르트 무라우어가 참여한다.
연출가 헬무트 로너는 “이 작품을 연출하면서 가장 흥미를 느낀 것은 각 배역이 팔스타프 뿐 아니라 모든 주·조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캐릭터가 굉장히 입체적이고 살아 있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무대·의상 디자이너 헤르베르트 무라우어도 “<팔스타프>는 베르디 작품 중에서 굉장히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셰익스피어와 베르디라는 두 천재가 만났으니까 그만큼 뛰어난 작품이 나온 것은 당연한 것 같다”고 소개했다.
특히 한국 공연에서는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최고의 팔스타프’로 평가 받고 있는 바리톤 앤서니 마이클스 무어(56)와 한국의 팔스타프로 새롭게 태어나는 바리톤 한명원(35)씨가 열연을 펼친다.
앤서니 마이클스 무어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콩쿠르 입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1987년 데뷔 이래 지속적으로 로얄오페라극장, 코벤트 가든의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팔스타프>로 55번 정도는 무대에 올랐지만 늘 특별하다”면서 “다른 작품과는 달리 아무도 죽지 않기 때문이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 “팔스타프라는 캐릭터를 전달할 때 굉장히 명확하고 긍정적인 것을 보여줘야 하고 제 자신이 행복한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바리톤 한명원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수석으로 졸업한 후 부세토, 스페인 비냐스,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스페인 아라갈, 이탈리아 아싸미 국제콩쿠르 등에 입상하며 실력을 입증 받았다. 그는 “악보가 471페이지가 될 정도로 두껍고 2중창, 3중창뿐 아니라 오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9중창까지 등장한다”며 “처음 하는 작품이라서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연출가와 작곡가의 도움으로 현재는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스타프> 공연에는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카르멘>의 돈 호세 역으로 호평을 받았던 테너 정호윤씨(36·팬톤 역)와 스위스 바젤극장 주역 가수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바리톤 이응광씨(32·포드 역) 등 젊은 성악가들의 열연도 기대된다. (02)586-5282.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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