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음악 축제·콘퍼런스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서 이승열(가운데)이 공연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기고 l 미국 음악축제 SXSW 참관기
한국 음악 위해 꾸민 무대서
f(x)·국카스텐·이승열 등 공연
노브레인 관객 장악 돋보였지만
공연장 사운드 부족 아쉬움 커
한국 음악 위해 꾸민 무대서
f(x)·국카스텐·이승열 등 공연
노브레인 관객 장악 돋보였지만
공연장 사운드 부족 아쉬움 커
해마다 3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사우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이자 음악 마켓·콘퍼런스다. 다른 유명 페스티벌과 다른 점은 오스틴 시내 모든 장소에서 온갖 형태의 공연이 열린다는 것. 클럽·술집·카페 등 공식 무대만 100여개이고, 이밖에 다른 가게와 거리에서도 공연으로 넘쳐난다. 24시간 음악이 점령하고 리듬이 넘쳐나는 도시, 그게 바로 ‘사우스…’의 오스틴이다.
12~16일(현지시각) 열린 이번 ‘사우스…’는 한국 대중음악계에도 의미 있는 행사였다. 12~13일 이틀에 걸쳐 한국 음악인들로만 채워진 무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많은 팀이 동시에 외국에서 공연을 펼쳤다.
첫날 500명가량이 들어가는 클럽 엘리시움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쇼케이스 ‘케이팝 나이트 아웃’이 열렸다. 에프엑스, 노브레인, 국카스텐, 로다운30, 이승열(사진), 정차식, 갤럭시 익스프레스, 긱스 등 6팀이 사전 심사를 통해 출연진으로 선정됐다. 오후 3시께부터 관객이 줄을 서기 시작하더니 오후 6시께는 긴 줄이 건물을 한바퀴 둘렀다. 교민·유학생과 현지인들이 절반씩 섞여 있었다.
저녁 8시 막이 올랐다. 한국 방송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에프엑스·노브레인·국카스텐 무대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반면, 나머지 팀들에 대한 호응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공연장의 열악한 사운드 탓인 듯했다. 엘리시움의 음량은 웬만한 한국 공연장 음량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사운드로 승부해야 하는 록 음악인에게는 치명적인 조건이었다. 미디어를 통해 인지도를 얻은 이들이 유리했던 까닭은, 이미 관객들이 음악을 알고 있던 덕에 쉽게 호응을 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을 마친 이들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한결같이 사운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음날 ‘사우스…’ 일일 소식지 표지를 장식할 만큼 관심을 끌었던 에프엑스의 공연도 유감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라이브와 립싱크를 섞어 공연한 에프엑스 역시 음량이 중요했다. 하지만 객석 앞쪽 말고는 소리가 지나치게 작게 들렸다. 아이돌이든 록 음악인이든 음원과 유튜브 영상으로만 만날 수 있던 한국 음악인들의 무대를 실제로 보여주는 기회였으나,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제대로 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준비에 더 철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다음날 ‘이지 타이거’라는 곳에서 미국 유력 음악 전문지 <스핀>이 마련한 무대가 열렸다. 한국 밴드 특별 무대로 마련된 이날 공연에는 로다운30,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노브레인, 긱스, 3호선 버터플라이,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 6팀이 참여했다. 비록 관객은 전날 열린 ‘케이팝 나이트 아웃’보다 적었지만, 대부분 현지 관객들로 채워졌다.
로다운30의 정통 록 사운드를 들은 한 미국 관객은 “웬만한 미국 밴드보다 훌륭한 연주”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공연 때는 시카코에서 온 어느 밴드 멤버들이 무대 앞에서 흐느적거리는 춤을 추며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노브레인의 공연은 <스핀> <가디언> 등에 소개될 정도로 강렬한 관객 장악력을 보였다. 밴드들은 록의 본토에서 공연하는 데서 오는 흥분감을 마음껏 누리고 또 표출했다. 무대를 마친 뒤에는 모든 밴드들이 갑자기 생긴 현지 팬들과 사진을 찍고 얘기를 나누며 훈훈한 시간을 보냈다. 전날 무대가 잘 짜인 국내 음악 공개방송의 확장판 같았다면, 이날 무대는 에너지 넘치고 자유분방한 축제 같았다.
두 무대를 보며 느낀 점은 향후 한국 대중음악을 ‘수출’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두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는 음악과 라이브를 통해 다져가야 하는 음악의 수요가 다른 만큼, 이에 걸맞게 정책적 지원 방향도 이원화돼야 한다는 명제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오스틴/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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