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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전인교육과 입시교육 ‘길을 묻다’

등록 2013-03-20 20:27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리뷰 l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수업철학 다른 두 교사 통해
입시 내몰리는 학교 현실 그려
지적이고 관능적이고 도발적이면서 유머러스하고 비판적인 연극이다. 공연 3시간 동안 문학, 역사, 영화, 음악에 관해 해박한 담론과 시구가 쏟아지고, 위트와 풍자, 지적 유희가 넘친다.

지난 8일부터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국내 초연중인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김태형 연출)는 대학입시에 내몰리는 학교 현실을 ‘지식의 향연’으로 풀어놓았다. 영국의 극작가 겸 연출가 앨런 베넷(78)의 대표작으로, 1980년대 영국 북부의 낙후된 철강도시 셰필드에 있는 한 공립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삼아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8명과 교사들의 관계를 그렸다. 2006년에 토니상 작품상과 연출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 연극은 ‘시험’이 아닌 ‘인생’을 위한 수업을 목표로 자유분방한 수업을 펼치는 낭만적인 문학교사 ‘헥터’(최용민)와 오로지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케임브리지대) 입학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교장’(오대석), 그리고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고용된 옥스퍼드대 출신의 젊고 비판적인 역사교사 ‘어윈’(이명행)의 갈등을 보여준다. 교육철학이 극명하게 다른 두 교사의 수업 방식에서 나름대로 균형을 찾으려는 8명의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50대 후반의 늙은 문학교사 헥터의 수업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필립 라킨, 위스턴 오든의 시가 학생들의 입에서 툭툭 튀어나온다. 헥터는 “시험 따위가 뭐냐! 시험이 끝나도 인생은 계속된다”며 학생들이 문학을 가슴으로 이해하도록 가르친다. 반대로 20대 중반의 젊은 역사교사 어윈은 학생들이 입시 면접관에게 인상적인 답안을 작성하도록 족집게 강의를 펼친다.

얼핏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 작품엔 낭만적인 학창시절도 영웅적인 교사도 없다. ‘학교는 이런 것이어야 한다’는 사회 고발적 성격보다는 학교 문제를 냉정하면서 차분하게 바라보게 한다. 두 교사 헥터와 어윈 또한 각각의 흠결을 가진 인물로 그리며 어느 한쪽 입장에 서지 않는다. 헥터는 삶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우는 전인교육을 추구하지만, 학생들이 직면한 입시 문제에 답을 주지 못한다. 어윈은 입시 만능주의자요 속물 같지만, 학생들에게 역사를 쇼나 오락으로 보도록 하면서 그 속에서 역사를 보는 또다른 시각을 열어준다. 연극은 두 사람이 교육, 역사, 예술에 대해 다른 방향을 제시하지만 분명 두 가지 모두 학생들에게 교육의 한 과정으로 거쳐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는 것을 일러준다. 31일까지. (02)744-4334.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노네임씨어터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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