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방랑기’에 선보인 사진 <목마>
주목! 이 작품 l 박진영 사진전 ‘방랑기’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황폐화된 재앙 흔적 담아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황폐화된 재앙 흔적 담아
여기 사진 속에 목마가 하나 있다. 딱 보기에도 낡았다. 표면은 군데군데 벗겨지고, 주변은 황량하게만 느껴진다. 목마를 타고 놀아야 할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목마 하나뿐인데 사진에서 쓸쓸함이 묻어난다.
일본에서 살며 한국을 오가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박진영(41)씨는 한달에 한번씩 일본 동북부로 촬영을 떠난다. 거대한 지진해일(쓰나미)이 강타한 바로 그곳에서 그는 재앙의 흔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사진으로 담고 있다. 어느새 2년째 해오고 있고, 앞으로 최소 5년에서 10년은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지진이 일어난 지 사흘째에 처음 간 그곳에서 그는 차마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비로소 그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처음 그가 생각했던 대상은 재난으로 버려져 야생화된 가축들. 그러나 필름 대형카메라를 쓰는 탓에 인간을 경계하며 잽싸게 피하는 동물들을 찍을 수는 없었다. 대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지진 피해를 입고 떠난 이들이 남기고 간, 정확히는 버리고 간 물건들이었다. “인간의 선택에 의해 버려진 것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버려진 그것들이 마치 아름다운 오브제처럼 보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 물건들에 빠져든 작가는 “발빠른 저널리스트의 취향도, 덤덤한 주민의 시선도 아닌 그 중간에 있는 사진가의 시선”으로 촬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5월9일까지 부산 고은컨템포러리 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그의 전시회 ‘방랑기’에 선보인 사진 <목마>(사진)는 바로 이 작업의 결과물이다. 후쿠시마의 한 놀이터에 덩그러니 남은 목마는 마치 온갖 상념을 다 겪어낸 듯, 그런 풍상을 비웃는 듯 여전히 홀로 존재한다. 안장이 떨어져 나간 세발자전거를 찍은 <자전거> 역시 지진으로 버려진 것이다. 임자가 없는 자전거는 멀리 도쿄의 고물상까지 흘러들어왔다가 사진가의 눈에 띄었다. 이번 전시는 20년 넘게 사진을 찍어온 작가의 중간 회고전으로, 초기 치열한 다큐의 현장부터 최신작인 일본 현장 사진까지 다양한 작품을 망라했다. 문의 (051)744-3933.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사진 박진영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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