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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영화·뮤지컬로 성 안찼나…서편제 ‘창극’으로 세번째 변신

등록 2013-03-26 19:58수정 2013-03-26 21:02

창극 <서편제>의 연출가 윤호진(가운데), 선곡 및 송화역을 맡은 안숙선(왼쪽), 대본을 쓴 김명화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창극 <서편제>의 연출가 윤호진(가운데), 선곡 및 송화역을 맡은 안숙선(왼쪽), 대본을 쓴 김명화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뮤지컬 연출가 윤호진씨 첫 도전
“한국적 정서의 진실 전달 주력”

선곡 맡은 안숙선 명창 특별출연
“득음 과정 수묵화처럼 풀어내”

극작가 김명화 연극적 대사 주력
“등장인물 마음 느끼는 데 고심”
소리꾼들의 인생과 한을 그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100만 관객을 모았던 <서편제>가 창극으로 거듭난다. 국립창극단이 27~31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창극 <서편제>는 제작 주역들 면면만으로도 화제가 될 만하다. <명성황후> 등 여러 창작뮤지컬을 만든 유명 연출가 윤호진씨가 처음으로 창극 연출에 도전하고, 극작과 연출과 연극비평을 넘나드는 극작가 김명화씨가 대본을 썼다. 여기에 안숙선 명창이 선곡을 맡고 여주인공 송화의 노년 역으로 특별출연한다.

<서편제>는 이청준(1939~2008) 작가가 1976년 발표한 단편소설 <서편제>와 <소리의 빛>을 줄거리 삼아 임권택 감독이 1993년 영화로 만들었다. 2010년에는 이지나 연출가와 조광화 작가, 윤일상 작곡가가 뮤지컬로도 만들었다. 창극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호진, 김명화, 안숙선씨를 20일 국립창극단 연습실에서 만났다.

안숙선 명창이 서편제의 의미를 먼저 짚었다. “우리 판소리는 지리산 자락에서 나온 자연에 가장 가까운 소리예요. 창극 <서편제>는 지리산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사계의 변화에 따라서 소리꾼들이 득음으로 향해 가는 집요한 과정을 수묵화 같은 영상과 익숙한 노래로 풀어냈습니다.”

연출자 윤호진씨는 창극으로서의 <서편제>는 결국 한국적 정서의 ‘진실’을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극은 캐릭터의 진실을 끄집어내야 합니다. 그게 <서편제>에선 한국적인 정서라고 봅니다. 소설가도 그 정서를 너무 잘 아는 분이었고, 그래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진짜를 가지고 그 진실을 이야기했어요. 그런 진실성이 판소리와 맞아떨어지는 것, 그게 <서편제>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윤 연출가는 몇백년 이어진 판소리 가락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강렬한 느낌을 조금이라도 더 젊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주력했다고 한다.

창극 <서편제>는 남도를 유랑하는 소리꾼 유봉과 친딸 송화, 의붓아들 동호 남매가 득음을 찾는 과정에서 겪는 실명의 아픔, 헤어짐과 만남을 유명한 판소리와 민요 가락으로 풀어놓는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겨울에 눈이 하얗게 쏟아지는 가운데 눈먼 송화와 늙은 동호가 <심청가>의 마지막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부르는 장면이 압권이 될 것이라고 세 사람은 입을 모았다. 영화 <서편제>에서 안숙선 명창이 불렀던 바로 그 대목이다.

보통 창극은 모든 대사가 노래 위주로 이뤄지지만 이번 창극은 연극 형식으로 바뀌면서 노래가 사이사이 들어가게 된다. 대본을 쓴 김명화 작가는 “등장인물의 마음을 느끼는 것”이 극을 쓰는 과정에서 가장 고심한 점이었다고 말했다. “아버지 유봉이 어떻게 송화의 눈을 멀게 했나, 송화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유봉이 죽으면서 딸 송화에게 미안하다며 화해하는 장면에서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런 것들을 생각했어요. 저는 여자 예술가니까 송화를 생각하면 너무 분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소리’라는 보이지 않는 예술의 매력과 의미를 극으로 끌어오는 것은 실로 어려웠다고 한다. 김 작가는 “판소리 <심청가> 완창을 듣고 신재효의 판소리 다섯바탕과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를 읽어봤는데 우리 소리의 고색창연하고 맛깔진 매력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판소리는 그대로 살려주고 연극적인 대사에 주력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창극 <서편제>는 이런 고민 끝에 극을 이끄는 해설자 ‘도창’도 빼고, 새로운 소리를 짓는 ‘작창’을 최소화해 연극적인 대본에 기존의 판소리를 집어넣는 형식에 집중했다. 안숙선 명창은 <심청가> <춘향가>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바탕의 눈대목과 단가 <사철가>, 민요 <흥타령> <봄노래> <진도아리랑> 등 익숙한 노래들을 찾아 채워 넣었다. “작창은 지금 새로 만드는 것이어서 오랜 세월 동안 완성된 판소리에 비해 예술성이 떨어지는 점이 있어요. 그래서 널리 알려진 소리 대목들을 가져다가 극의 격을 높이고자 했어요. 관객들이 그런 점에서 진짜 소리의 예술성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안 명창의 말이다.

이번 공연에선 어린 송화 역 민은경, 중년 송화 이소연·김미진, 노년 송화 김금미·안숙선씨 등 ‘3대 송화’가 나온다. 또 어린 동호 김준수, 중년 동호 이광복·임현빈, 유봉 역 왕기철·기석 형제 명창, 어머니 역 박애리씨 등 국립창극단의 간판배우들이 모두 출연한다. 배경음악은 양방언 작곡가가 맡아 국악과 양악이 어우러지는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02)2280-4114~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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