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그룹 ‘공명’의 강선일(노래·장구·하모니카·퍼커션), 송경근(대금·소금·디저리두), 박승원(피리·태평소·기타), 임용주씨(북·가옹·젬베·퍼커션)(왼쪽부터)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각 악기를 선보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월드뮤직그룹 ‘공명’ 장기공연
국악과 서양음악 버무린 무대
아름다운 바다의 아픔 표현
“잠시 쉬어가는 힐링 콘서트”
국악과 서양음악 버무린 무대
아름다운 바다의 아픔 표현
“잠시 쉬어가는 힐링 콘서트”
서울 동숭동 쇳대박물관 지하 대학로예술극장 3관. 매일 저녁마다 국악 가락과 서양 리듬이 어울리는 하이브리드 음악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월드뮤직그룹 ‘공명’이 지난달 28일부터 ‘위드 시’(바다와 함께)라는 이름으로 50여일간의 소리 여정에 나선 것. 왜 그들은 콘서트가 성행하는 홍대 앞 라이브 카페가 아니라 연극과 뮤지컬이 넘쳐나는 대학로 동네를 찾아 소리 난장을 펼쳤을까?
“좋은 공연물을 만들고도 일회성으로 끝나는 아쉬움이 컸다고 할까요. 대중으로부터 지속적 평가를 받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음악적 노력과 실천이 꾸준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계속 반복되는 미완성 작품으로 사라지게 되겠지요. 그래서 호흡이 긴 콘서트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박승원(39)씨는 “우리 전통음악을 보전하고 전승하려는 절박함과 우리의 음악으로도 가슴을 찡하게 울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도전했다”고 밝혔다.
이제는 음악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해진 ‘공명’이지만, 1997년 박승원(기타, 피리, 태평소), 송경근(대금, 소금, 디저리두), 강선일(장구, 하모니카, 퍼커션), 조민수(장구, 젬베, 퍼커션)씨 등 추계예술대 국악과 93학번 동갑내기 4명이 의기투합할 때만 해도 한국에서 창작 타악 그룹은 그리 흔치 않았다. 한국 전통음악을 기반 삼아 전통악기와 서양악기로 창작과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온 지 벌써 16년. 직접 제작한 대나무 악기 ‘공명’을 연주하고, 무대에서 관객과 함께 악기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국내외 무대에서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룹 이름 공명은 이들의 첫 창작곡이자 처음 만든 악기 이름이다. ‘쳐서 울린다’(攻鳴), ‘함께 울린다’(共鳴), ‘함께 밝아진다’(共明)의 세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2010년 솔로활동으로 독립한 조민수씨 대신 젊은 피 임용주(32·북, 워터폰, 드럼통)씨를 영입한 뒤로는 국악과 영화, 연극, 뮤지컬, 무용,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로 음악 활동을 넓혀나가고 있다.
박승원씨는 “저희의 이름처럼 ‘함께 울린다’는 것 자체가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으로 세상과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은 몹시 힘들지만 너무나 행복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공명은 세계 최대 월드뮤직엑스포인 ‘워멕스’와 세계 최대 음악 마켓인 ‘미뎀’ 쇼케이스에 한국 음악단체로서는 최초로 참가하고, 영국 7개 도시 투어와 2012 런던 올림픽 한국 문화축제 등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국악의 현대화’라는 제목으로 2011년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수록되었고, 2013년에는 공명의 대표곡인 ‘공명유희’가 중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대학로 콘서트 ‘위드 시’는 자연에 대한 생각을 음악에 담으려는 공명의 오랜 작업 과정이다. 이들은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2011년부터 전남 여수의 작은 섬 연도를 수없이 찾아서 바다의 소리를 담고, 영상 촬영과 편집, 작곡 작업을 해왔다. 그래서 탄생한 작품이 타이틀 곡인 ‘위드 시’와 ‘대륙의 끝’, ‘파도의 기억’, ‘소리도’, ‘심해’, ‘은하수’, ‘춤추는 파도’, ‘연어 이야기’ 등 11곡이다. “자연은 우리를 커다랗게 덮고 있는 자신의 피부와 같다”는 신념이 배어 있다.
“연도에서 캠프 생활을 하면서 도시에서 맛볼 수 없는 포근함과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잊혀졌지만 이 섬은 1995년 유조선 시프린스호의 기름 유출 사고로 오염된 곳입니다. 섬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땅속 깊은 곳에는 아직도 그 아픔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가 바다에서 보고 느낀 감성을 영상과 음악에 담아서 많은 분에게 전달했을 때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까요.” 송경근씨는 “관객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도록 명상과 치유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강선일씨와 임용주씨도 ‘크나큰 슬픈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힐링 콘서트’라고 설명했다.
공명은 1997년 결성하면서 1000회 콘서트를 목표로 삼았다. ‘위드 시’ 콘서트 이전까지 지난 16년간 국내외에서 576회를 했다.
“인생의 동반자로서 다 같이 음악을 고민하고 나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우리가 죽는 날까지 걸어가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일들을 진솔하게 담아낼 수 있는 농익은 그룹이 되고 싶습니다. 물론 유명한 음악가가 되는 것도 멋있는 일이지만 뒤를 돌아보았을 때 부끄러움이 없는 음악단체였으면 좋겠고, 끝까지 그 길로 살아남을 수 있는 강력한 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돌아가며 리더를 맡는 이 그룹의 새 리더 박승원씨의 말이다. 070-8699-0132.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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