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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베이비붐 세대와 88만원 세대 ‘불협화음’

등록 2013-04-04 20:03수정 2013-04-04 21:18

이선균 부부가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연극 `러브, 러브, 러브'의 한 장면
이선균 부부가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연극 `러브, 러브, 러브'의 한 장면
이선균 부부 출연 연극 ‘러브…’
우리 사회의 세대갈등 비춰

늘 생활고에 찌들리는 37살 노처녀 딸은 나이 든 부모에게 아빠에게 불만이 많다. “자기네만 편하고 자기네만 좋은 차 타고 다니면서. 자기네만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가고 나서는, 사다리를 부숴버렸어.”

그러자 부모가 한마디 쏘아붙인다. “우리는 있는 사다리 타고 올라간 게 아니야. 없는 사다리를 만들어서 올라갔어. 전부 다 우리 힘으로 해낸 거야. 미안하지만 너는 아무것도 몰라.”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영국의 젊은 인기 극작가 마이크 바틀렛(33)의 연극 <러브, 러브, 러브>(이상우 번역·연출)에서 ‘베이비붐 세대’인 부모와 그 이후 ‘버림받은 세대’인 30대 딸의 대화다.

이 연극은 영국의 인기그룹 비틀스가 ‘올 유 니드 이즈 러브’를 부르던 1967년, 옥스포드대 동창생 케네스(이선균)와 산드라(전혜진)가 19살에 만나 결혼하고 이혼하면서 걸어온 40년 세월을 딸 로지(노수산나)와 아들 제이미(노기용)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극은 시기를 따라 3막으로 구성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1967년, 갈등이 시작되는 1990년, 그리고 이혼 뒤 연금과 임대수입으로 여유로운 은퇴 생활을 보내면서 자식과의 감정 골이 드러나는 2011년을 나누어 보여준다. 그 자신도 ‘버림받은 세대’인 1980년생 희곡작가 마이크 바틀렛은 베이비붐 세대를 자식에게 무책임하고 자기만족에 빠진 인물로 그렸지만 자신의 세대에게도 신랄한 공격을 퍼붓는다.

연극의 배경과 설정은 영국이지만 우리의 기성세대와 88만원 세대의 갈등과 다르지 않다. 불황 속에 내몰린 자녀 세대들은 부모 세대에 불만이 많고, 부모 세대는 고생하며 키워 놓으니 부모탓만 한 자녀 세대들이 곱게 보이지 않는 점에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3막에서 딸 로지가 “집을 사달라”는 요구에 산드라와 케네스가 “니 인생 니가 사는 거야”라며 냉정하게 거절하는 장면은 평생을 자식들의 뒤치다꺼리에 목을 매는 한국 부모들과 비교되어 가슴을 울린다.

<러브, 러브, 러브>는 이선균·전혜진씨 부부가 함께 출연해 일찍부터 화제가 되었다. 부부의 찰떡궁합이 무대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산드라 역을 맡은 전혜진씨의 연기가 빛나고, 막 사이 사이를 5월 광주, 6월 항쟁, 베를린 장벽 붕괴, 소련연방 해체 등 역사적 장면 영상을 넣어 처리한 전개도 돋보인다. 21일까지, 1644-2003. 정상영 기자chung@hani.co.kr

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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