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계의 대표적 콤비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왼쪽)과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30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두 사람은 5월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크레디아 제공
클래식 음악계의 명콤비들
내달 방한 마이스키·아르헤리치
첼로-피아노 2중주로 30년 호흡 의견 대립으로 등돌린 사례도
그리모·아바도 6년만에 결별 피아노를 뺀 대부분의 악기는 무반주곡을 연주할 때를 빼고 필연적으로 누군가와 짝을 이뤄야 한다. 때때로 안정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일은 연주자의 경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잘 맞는 짝을 찾은 경우, 평생을 두고 그 끈을 유지하며 함께 음악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5월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듀오 콘서트를 여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65)와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72)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대표적인 짝이다. 젊은 시절부터 3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호흡을 맞춰온 두 사람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무대에 함께 섰고, 수십장의 듀오 음반을 남겼다. 2011년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출시한 <나의 소중한 마르타>(My Dearest Martha)라는 제목의 음반은 둘의 관계가 얼마나 친밀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다. 이 음반은 마이스키가 아르헤리치의 70살 생일을 기념해, 아르헤리치의 음반 중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연주만을 골라 시디 두 장에 담은 것이다. 아르헤리치는 예민하고 완벽주의적인 성격 때문에 연주를 취소하는 일이 잦고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기로 유명하다. 함께하는 상대에게는 불편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이스키는 “아르헤리치와 연주하는 것은 삶 그 자체와 같다”며 “예측할 수 없고 힘겹지만 세상의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고 말했다. 마이스키의 음악세계에서 만약 아르헤리치를 뺀다면 균형을 잃게 될 것이다. 피아노를 포함하는 거의 모든 실내악 음반과 주요 연주회를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마이스키와 아르헤리치가 한국 청중 앞에 나란히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아 모음곡(풀치넬라 중에서)>과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2번>,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쇼팽의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이즈>를 연주할 예정이다. 모두 듀오 음반으로 녹음했던 곡들이다.
마이스키 말고도 “아르헤리치 없이는 나의 음악도 없다”고 외칠 만한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72)다. 크레머는 아르헤리치와 둘이, 혹은 마이스키까지 셋이서 많은 음반을 녹음했다. 독주자로서 냉철한 모습을 보였던 아르헤리치는 좋아하는 친구들과 실내악을 연주할 때면 따스하고 유연한 조력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 밖에 첼리스트 요요 마, 피아니스트 이매뉴얼 액스,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의 트리오도 황금 조합을 이루며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바이올린 같은 독주 악기는 무대에 설 때뿐 아니라 연습할 때도 반주자를 필요로 하는데, 이때 꼭 맞는 반주자가 아니면 제 실력을 내지 못한다. 독일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안네조피 무터는 거의 모든 음반 녹음과 연주를 피아니스트 램버트 오키스와 함께 했다. 수십년간 짝을 이뤄온 두 사람은 이제 한 몸처럼 소리를 낸다. 오키스의 반주가 얼마나 절묘한지, 연주회가 끝나면 청중은 무터 못잖게 오키스에게 찬사를 보내곤 한다.
지휘자와 독주 악기 협연자 사이에도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협연자 입장에서는 명문 악단을 이끄는 유명 지휘자에게 발탁되어야 세계무대로 나아가거나 음반을 녹음해 자신을 알릴 기회를 얻고, 지휘자 입장에서는 궁합이 잘 맞는 협연자를 만나야 오케스트라를 더욱 빛나게 하는 동시에 티켓 판매를 늘릴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1970~1980년대 샤를 뒤투아와 함께 세계 각지로 투어 연주를 다니고 음반을 발표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다. 환상의 파트너십도 깨지는 경우가 있다.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와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1995년 아바도의 지휘로 그리모가 베를린 필과 데뷔 연주를 한 뒤 꾸준히 짝을 이뤘으나 2011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음반을 녹음하면서 사이가 벌어졌다. 모차르트의 카덴차를 고를 것이냐 부소니의 카덴차를 고를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 둘은 음반 녹음은 물론 이후 예정돼 있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협연도 ‘예술적인 견해차’를 이유로 취소했다.
드물지만, 사적인 관계가 깨졌음에도 예술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독특한 경우도 있다. 지휘자 샤를 뒤투아와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한때 최고의 파트너십을 자랑하며 부부의 인연까지 맺었으나 결국 이혼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꾸준히 협연하며 음악적인 동료로 남았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첼로-피아노 2중주로 30년 호흡 의견 대립으로 등돌린 사례도
그리모·아바도 6년만에 결별 피아노를 뺀 대부분의 악기는 무반주곡을 연주할 때를 빼고 필연적으로 누군가와 짝을 이뤄야 한다. 때때로 안정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일은 연주자의 경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잘 맞는 짝을 찾은 경우, 평생을 두고 그 끈을 유지하며 함께 음악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5월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듀오 콘서트를 여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65)와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72)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대표적인 짝이다. 젊은 시절부터 3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호흡을 맞춰온 두 사람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무대에 함께 섰고, 수십장의 듀오 음반을 남겼다. 2011년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출시한 <나의 소중한 마르타>(My Dearest Martha)라는 제목의 음반은 둘의 관계가 얼마나 친밀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다. 이 음반은 마이스키가 아르헤리치의 70살 생일을 기념해, 아르헤리치의 음반 중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연주만을 골라 시디 두 장에 담은 것이다. 아르헤리치는 예민하고 완벽주의적인 성격 때문에 연주를 취소하는 일이 잦고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기로 유명하다. 함께하는 상대에게는 불편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이스키는 “아르헤리치와 연주하는 것은 삶 그 자체와 같다”며 “예측할 수 없고 힘겹지만 세상의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고 말했다. 마이스키의 음악세계에서 만약 아르헤리치를 뺀다면 균형을 잃게 될 것이다. 피아노를 포함하는 거의 모든 실내악 음반과 주요 연주회를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마이스키와 아르헤리치가 한국 청중 앞에 나란히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아 모음곡(풀치넬라 중에서)>과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2번>,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쇼팽의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이즈>를 연주할 예정이다. 모두 듀오 음반으로 녹음했던 곡들이다.
수십년 동안 단짝으로 함께 공연해온 바이올리니스트 안네조피 무터(아래)와 피아니스트 램버트 오키스(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