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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신과 운명의 이야기, 명품배우들도 심장이 뛴다

등록 2013-04-09 20:04

고대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를 무대에 올리는 한태숙 연출가는 “노배우 신구(오른쪽)의 잘 익은 연기에서 오는 노회한 느낌과 바늘과도 같이 날카로운 감성을 지닌 김호정(왼쪽)의 조합이 대립각을 세우며 치열하게 펼치는 싸움을 재미있게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극단 제공
고대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를 무대에 올리는 한태숙 연출가는 “노배우 신구(오른쪽)의 잘 익은 연기에서 오는 노회한 느낌과 바늘과도 같이 날카로운 감성을 지닌 김호정(왼쪽)의 조합이 대립각을 세우며 치열하게 펼치는 싸움을 재미있게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극단 제공
한태숙 연출 연극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딸 다룬 그리스 비극
45살 김호정·77살 신구 주연 맡아
“잠자는 시간 외엔 미친듯 빠져”
“새로운 모험 헛되지 않게 할 것”

2500년 전 그리스의 비극작가 소포클레스는 가혹한 운명의 덫에 걸려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와 자식들의 비극을 희곡 3편에 담았다. <오이디푸스 왕>,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와 더불어 ‘오이디푸스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인 <안티고네>가 15~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씨제이(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과 안산문화재단,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공동제작했다. 여배우라면 탐내는 ‘안티고네’ 역은 김호정(45)씨가 꿰찼고, 안티고네와 대립하는 ‘크레온’을 원로배우 신구(77)씨가 맡았다. 2000년대 들어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이후 신구씨가 두번째 오르는 연극무대다.

“안티고네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작업이 몹시 힘들었습니다. 잠자는 시간 외에는 연극에 미친 듯이 달라붙고 있어요. 엄청난 그리스 비극인데다 일상적인 인간이 아니라 운명과 신과의 이야기가 들어가니까 어마어마해요. 또 무대가 긴 삼각형의 경사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발성이나 움직임, 자세 어느 하나라도 철저하지 않으면 배우가 들통나기 알맞습니다. 그래서 더 두려워요.”

김호정씨는 “처음으로 연극 무대가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또 “앞으로도 이런 큰 배역을 다시 맡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까 꿈속에서도 안티고네가 떠오르는 것 같다”고 했다.

부담스럽기는 연기인생 51년째인 신구씨도 마찬가지. 그는 “<안티고네>는 60~70년대 극단 드라마센터와 극단 광장, 국립극단 시절에도 접해보지 못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새롭기도 하고 모험일 수도 있지요. 지난번 한태숙 연출가의 <오이디푸스>를 봤는데 아주 충격적이었습니다. 소포클레스의 연작을 한태숙씨가 하면 비슷한 그림이 나오겠다, 그렇다면 내가 움직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는 “뒤늦게나마 찾아온 귀중한 경험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수십년간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로 사랑받아온 신구씨의 연기 출발은 연극무대였다. 1962년 이호재, 전무송, 반효정, 민지환씨 등과 함께 남산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서울예대 전신) 1기로 연극에 입문한 뒤 극단 드라마센터를 거쳐 동랑 레퍼터리, 실험, 자유, 광장, 산하, 국립극단 등에서 활약했다. 김호정씨 또한 연극 <사라케인>, <갈매기>, <보이체크> 등 굵직굵직한 작품으로 개성있는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2001년 영화 <나비>로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청동표범상(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영화 <즐거운 인생>,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등에 출연하며 영화배우로서의 경력도 탄탄하게 쌓아가고 있다.

연극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의 또 다른 비극을 담은 작품이다. 스스로 눈을 찌른 아버지 오이디푸스를 따라 망명 길을 떠난 안티고네는 고향 테베로 돌아오지만 두 오빠 폴리니케스와 에테오클레스는 왕위를 다투다 서로 칼에 찔려 죽고, 숙부 크레온이 왕위를 물려받는다. 크레온왕은 에테오클레스의 장례를 성대히 치르고, 폴리니케스는 조국의 배신자로 간주하여 짐승의 먹이가 되게 내버려둔다. 안티고네는 몰래 큰오빠의 주검을 매장하다 숙부 크레온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이 작품은 법과 윤리, 법과 도덕, 자연법과 실정법 사이에서 인간이 해야 할 선택을 이야기한다. 크레온과 안티고네가 상징하는 국가와 개인, 이상과 현실, 통제와 자유의 대립하는 화두는 이 작품을 동서고금의 인기 단골 연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공연은 연극 <레이디 맥베스>, <이아고와 오셀로>, <대학살의 신> 등의 작품을 발표해 “어두운 인간의 본성을 그 밑바닥까지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은 여성 연출가 한태숙(63·극단 물리 대표)씨가 연출을 맡았다. 그는 지난 2011년 1월에도 <오이디푸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평단과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안티고네가 여성으로서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숙부 크레온과 맞붙어 논쟁을 벌일 때 예민한 칼날로 벤 듯한 날카로움과 세련된 이미지를 함께 보여주려고 합니다.”(김호정)

“크레온은 남성 우월주의자로서 제도화된 법 위에 세워진 국가를 지키려는 사람입니다. 그가 한곳만 바라보고 강직하며 외곬처럼 보이지만 그의 이면에 감춰진 노회하고 다양한 색깔의 인간성을 표현하려고 합니다.”(신구)

서울 공연 이후 5월24~26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6월21~23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무대에도 오른다. 1688-596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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