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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묵직하고도 섬세한 고밀도 음향
마젤 지휘 ‘베토벤’ 탄성 자아내

등록 2013-04-23 19:53수정 2013-04-24 08:52

21일과 22일 로린 마젤이 지휘한 뮌헨 필하모닉 내한공연은 베토벤에 대한 탁월한 해석과 스트라빈스키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선보이며 수준 높은 연주로 깔끔하고 냉정한 무대를 선보였다. 빈체로 제공
21일과 22일 로린 마젤이 지휘한 뮌헨 필하모닉 내한공연은 베토벤에 대한 탁월한 해석과 스트라빈스키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선보이며 수준 높은 연주로 깔끔하고 냉정한 무대를 선보였다. 빈체로 제공
리뷰 l 뮌헨 필 내한공연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은은한 기품과 자신감. 6년 만에 내한한 뮌헨 필하모닉(지휘 로린 마젤)은 지난 21일과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일 음악의 정통성을 간직한 귀족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로린 마젤(83)과 뮌헨 필이 빚어내는 밀도 높은 음향은 묵직하면서도 위압적이지 않았다. 균일하고 치밀한 음의 입자들이 보드랍고 섬세한 질감을 만들어냈다. 앙상블의 완벽성을 추구하며 뮌헨 필의 부흥을 이끈 세르지우 첼리비다케(1912~1996·전 상임지휘자)의 영향이 지금까지 남아 있기 때문일까. 악기들 간의 자력이 매우 강력했다.

21일은 ‘베토벤의 날’이었다. 뮌헨 필은 독일 악단답게 베토벤에서 탁월한 면모를 자랑했다. 연주 내내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했다.

‘봄의 제전’ 연주땐 냉정한 절제미
피아노 협연 조성진은 음색 순수

마젤이 지난 2월 리카르도 무티를 대신해 갑작스럽게 시카고 심포니 내한공연을 지휘했을 때는 베토벤의 <교향곡 3번>을 연주했다. 그가 오케스트라를 바꿔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지휘할 때 어떤 연주를 들려줄지가 관심거리였다.

해석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편이었으나 내용은 사뭇 달랐다. 시카고 심포니를 지휘할 때는 자신의 카리스마로 오케스트라와 청중을 이끌고 가려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음색도 매우 어둡고 건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신이 수석 지휘자로 있는 뮌헨 필과 함께여서인지 단원들에게 음악의 흐름을 이끌고 갈 여지를 주면서 한결 편안한 소리를 들려줬다. 음색은 따스하고 밝았으며 기품이 넘쳤다. 특히 1악장에서 우아하게 리듬을 타며 부드럽게 부풀어 오르는 음향은 탄성을 자아냈다. 지난 3월 하이팅크의 지휘로 런던 심포니가 같은 곡을 연주할 때의 담백함과도 다른 느낌의 깔끔하고 고귀한 연주였다. 베토벤의 <교향곡 4번>에서도 셈여림과 빠르기 변화의 폭은 컸지만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윤기가 흐르되 과하지 않고 산뜻했다.

22일, 마젤과 뮌헨 필은 차이콥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으로 객석의 온도를 가볍게 올린 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협연 조성진)을 연주했다. 무대에 설 때마다 괄목할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조성진(19)씨는 첫 악장부터 마지막 악장까지 솔직하고 순수한 음색으로 청중의 가슴을 두드렸다. 얼굴은 여전히 앳되지만 음악성만큼은 한 사람의 음악가로 충분히 존중받을 만큼 성숙해 있었다.

이어진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해석이 독특했다. 기존의 많은 연주가 원시성과 불타오르는 듯한 공격성, 도발성을 이 곡의 정수로 여기고 이를 극대화하는 데 반해, 이날의 연주에서는 기묘하게도 고전적인 절제미와 냉정함이 느껴졌다. 마젤은 누리집에 연주 직후의 소회를 적은 글에서 이날의 <봄의 제전>을 ‘드라이아이스의 냉기, 얼어붙은 불꽃, 절대 영점 공간에서의 행성 융합과 분열’에 비유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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