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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국판 ‘그리스인 조르바’…로맨스와 흥겨운 음악 버무렸어요

등록 2013-04-28 20:03

양정웅 연출가(왼쪽)가 “배 작가와 처음 작업하면서 인문학적 깊이가 굉장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하자, 배삼식 작가는 “음악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리듬감 있는 공연에 양 연출가가 최적이었다”고 화답했다.
양정웅 연출가(왼쪽)가 “배 작가와 처음 작업하면서 인문학적 깊이가 굉장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하자, 배삼식 작가는 “음악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리듬감 있는 공연에 양 연출가가 최적이었다”고 화답했다.
연극 ‘라오지앙후 최막심’
배삼식 작가·양정웅 연출가
영원한 자유인이었던 그리스 사람 알렉시스 조르바스가 구한말 떠돌이 조선인 최막심으로 환생한다.

그리스의 세계적 문학가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의 대표작 <그리스인 조르바>가 한국 정서가 묻어나는 연극 <라오지앙후 최막심>으로 옮겨져 다음달 8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1800년대 말 이후의 크레타 섬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연극계의 이야기꾼 배삼식(43) 작가가 1941년 격동기 연해주 지역 조선인 촌락 이야기로 고쳐 썼다. 연출은 셰익스피어와 입센 등의 고전 작품에 한국적 미장센을 입히는 데에 능숙한 양정웅(45·극단 여행자 대표)씨가 맡는다. 막바지 작업에 매달리고 있는 두 사람을 25일 서울 대학로의 명동예술극장 연습실에서 만났다.

앤서니 퀸이 주연한 1964년 작 영화로도 유명한 <그리스인 조르바>는 그리스의 젊은 지식인인 ‘나’가 광산 사업을 하려고 크레타 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다가, 거침없고 열정적인 60대 노인인 ‘자유인 조르바’를 만나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진정한 자유를 맛본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한국의 역사적 상황에 맞게 고친 연극 <라오지앙후 최막심>은 광산 사업을 하려는 글쟁이 김이문이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서 최막심과 만나 연해주 얀코프스크 반도 바닷가의 조선인 거주지 ‘앵화촌’에서 지내면서 그의 거침없고 자유분방한 말과 행동에 동화되는 과정을 담았다.

연해주의 조선인 촌락 배경
떠돌이 자유인 최막심 등장
도덕과 제도의 허울 비웃고
질곡의 삶 희망으로 이겨낸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 그려

메시지? “힘들어도 힘내 살자”
특징은? “재미난 음악극 형식”

얼핏 줄거리가 아주 흡사해 보이지만 배삼식 작가는 소설을 연극으로 옮기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고 한다.

“소설적 서사와 연극적 구조의 차이 때문에 힘들었어요. 연극은 행동과 대사로 표현되어야 하는데 원작 소설은 독백이나 잠언같이 대부분 진술의 형태로 이뤄져 있어요. 한 사람의 영웅적인 목소리만 들려오는 원작 텍스트를 그 인물과 그 뒷면에 있는 마을 사람들이나 주변 인물들과 함께 펼쳐놓는 작업을 주로 했습니다.”

배삼식 작가는 원작의 ‘크레타’라는 공간이 그리스에 속해 있지만 본토와는 전혀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공간이며, 터키와 그리스 사이에서 참혹한 분쟁을 겪고 있던 지역이란 점에 주목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영향력이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지역, 그리고 경계와 변경으로서의 공간을 찾아 러시아 연해주 지역으로 조선인들이 몰려가 모여 살았던 점에 착안해 무대를 골랐다고 설명했다.

연출가 양정웅씨는 지금 어렵고 팍팍한 현실에서 희망을 잃어가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서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삶에 질곡이 있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 살아가자는 것”으로 정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이번 연극은 오히려 더 즐겁게 꾸민다고 한다. “로맨스와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펼쳐지는 한편의 연극을 지나간 노래와 음악극의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볼 생각입니다.” ‘오빠는 풍각쟁이’, ‘코스모스 탄식’, ‘이태리의 정원’ 등 1930~40년대에 유행했던 노래들과 손풍금 연주, 러시아 전통 춤 등이 어우러질 예정이다. 한국에서 활동중인 일본인 가수 겸 작곡가 하찌가 음악감독을 맡아 자작곡도 선보인다.

직업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자유인 조르바는 ‘라오지앙후 최막심’으로 바뀌었다. 한국에서 흔한 성 최씨에 역시 러시아에서 흔한 이름 막심을 붙인 것이고, 별명인 라오지앙후(老江湖)는 ‘떠돌이’란 뜻의 중국어다. 자유를 상징하는 최막심은 이상을 추구하는 김이문과 대립된다.

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최막심은 “사랑이 넘치는 사람, 모순덩어리이면서 자신을 스스로 성찰할 줄 아는 사람”이자 “있는 그대로의 삶과 인간, 고통과 기쁨, 괴로움과 즐거움까지 다 포함해서 삶을 사랑한 사람”이다. 양 연출가가 본 그는 “격동의 시대에 온몸으로 삶을 경험한 진짜 살아있는 사람”이기에 “순수하면서 동물적이고 본능적이고, 그래서 모든 도덕과 관념, 국가,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이다.

주로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해온 남경읍(55)씨가 ‘최막심’을 맡고, 탤런트이자 영화배우 오미연(60)씨가 사랑스러운 여인 ‘오르땅스’를 맡아 모처럼 연극무대에 서는 점도 눈길을 끈다. 김이문 역은 국립극단 배우 한윤춘(42)씨가 연기하며 유순철, 이용이, 지춘성, 김리나, 천정하씨 등 중견 배우들이 출연한다. 6월2일까지. 1644-2003.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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