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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다정다감한 목동자들, 어느 장인 솜씨일꼬

등록 2013-05-01 19:44수정 2013-05-01 21:10

(※클릭하면 이미지가 커집니다.)
제주 본태박물관 개관 첫 기획전
17C 사찰 명부전 목동자 50여점
보는 각도 따라 얼굴표정 달라져
양갈래로 머리를 모아 올린 모습이 영락없는 조선 시대 동네 꼬마다. 어떤 녀석은 웬 짐승 하나를 들고 있고, 어떤 녀석은 연꽃 또는 책을 들고 있다. 동자의 손에 매달린 짐승은 바로 사자.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백수의 왕이 아니라 흔한 동네 강아지처럼 귀여운 사자다.

최근 새로 문을 연 제주도의 본태박물관이 마련한 ‘다정불심-조선후기 목동자전’은 귀엽고 인간적인 조선 조각의 숨은 장르 ‘목동자’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목동자는 불교 사찰에서 시왕을 모시는 권속인 동자들을 형상화한 나무 조각품으로, 화려한 채색과 은은하고 오묘한 표정, 그리고 재미있는 곁다리 장식 요소들이 매력적이다. 불상처럼 미술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비주류 장르지만 인간적이고 보는 재미가 있어 조선 시대 공예와 미감을 더욱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장르다.

본태박물관과 미술사학자인 유홍준 명지대 교수가 함께 기획한 이번 전시는 평소 쉽게 보기 어려운 조선 목동자들만 모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성리학 이념이 지배했던 조선은 조각이 크게 위축된 시기로 고려와 달리 두드러지는 조각 작품이 실로 드물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나름의 장르를 이룬 것이 민간과 불교의 나무 조각들이었다. 특히 불교가 억압받았던 전기와 달리 조선 후기에는 다시 불교가 융성하면서 다양한 목조각들이 등장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목동자다.

임진왜란 이후 내세와 죽음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전쟁 중 승병들이 적을 물리치면서 조선 왕조가 불교에 대해 우호적으로 바뀌어 조선 후기는 불교가 부흥하게 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전국 주요 사찰들에는 인간을 구원하는 지장보살과 저승 세계를 관장하는 염라대왕 등을 모시는 명부전이 집중적으로 지어졌다. 그리고 이 명부전의 내부에 주요한 상징물로 다양한 목동자들을 만들어 넣었다.

전시에 나온 목동자들은 조선 후기 것들로, 모두 5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사찰에 있다가 시중에 흘러나온 것들이어서 정확한 작품 이름이나 연대는 없지만 주로 17세기 것들로 추정된다. 목동자들은 표정이 묘해 보는 각도에 따라 그 느낌이 사뭇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동자상들과 함께 전시하는 다양한 짐승 조각들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인간을 해치는 맹수였다가 불교에 감화되어 상징 동물이 된 사자를 조선 장인들은 귀엽고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시켰다. 수미단을 장식하던 받침대용 나무 사자들은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요즘 만화 캐릭터 못잖게 해학적이다.

이번 전시는 본태박물관이 건물 완공 이후 대중들과 본격적으로 만나는 첫번째 기획전이다. 현대그룹 오너 가족인 이행자씨가 평생 모은 공예품들을 전시하기 위해 설립한 박물관으로, ‘본태’라는 이름은 사물의 본래 모습을 뜻한다. 본태박물관은 특히 조선 시대 여성들과 관련된 다양한 공예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보자기와 나무 소반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다.

박물관 건물은 일본의 유명 스타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것도 화제다. 안도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 구조체와 건물과 물로 꾸미는 수경공간이 어우러지는 건물로, 내외부 공간을 모두 크고 작게 쪼개 다양한 동선으로 관객을 유도하면서 정제되고 선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소장 작품 상설 전시장인 제1박물관과 달리 기획전을 여는 제2박물관은 신발을 벗고 구경하는 마루 형식으로 바닥을 처리했다. 전시는 하반기까지 계속. 문의 (064)792-8108.

제주/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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