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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흐름은 좀 끊겨도 생동감 최고
도전정신 더 최고!

등록 2013-05-09 19:49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리뷰 l 서울시향 ‘니벨룽의 반지’
지난 1월 지휘자 정명훈의 허리 통증 악화로 공연이 취소되는 바람에 바그네리안(바그너 애호가)들을 안타깝게 했던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관현악 버전 하이라이트가 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됐다.

서울시향은 1부에 <탄호이저> 서곡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에서 조심스럽게 바그너적인 음향을 빚어내기 시작해, 2부에 본프로그램인 <니벨룽의 반지>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연주력을 한껏 드러냈다.

<탄호이저> 서곡의 ‘순례자의 합창’은 객원 수석으로 참여한 야스퍼르 더발(전 왕립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호른 수석)의 수훈에 힘입어 무리 없이 진행됐다. 정명훈은 부분적으로 빠르기나 셈여림을 바꾸며 음악이 내포한 줄거리를 섬세하게 전달하려는 듯했는데, 이런 시도는 간혹 음향의 장대한 맛을 약화시키기도 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역시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았지만, 지난해 전막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바그너 특유의 관능적이고 신비로운 음색은 충분히 구현되지 않았다. 신화의 세계로 청중을 빨아들이는 힘이 부족했다.

2부의 <니벨룽의 반지>는 네덜란드 작곡가 헨크 데 블리거의 관현악 편곡판으로 연주됐다. 이 편곡판은 연주시간이 16시간에 이르는 4부작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의 서사를 60여분(총 14곡)으로 압축하고 성악 부분을 모두 기악으로 대체했다. 가사의 내러티브, 인성(人聲)의 극적인 긴장감, 독일어 악센트가 유발하는 자연스러운 강약을 모두 오케스트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연주가 매우 까다로웠으리라 짐작된다.

서울시향은 ‘라이트모티프’(지도 동기)의 특성을 십분 살려 음악만으로 마치 눈앞에 무대가 펼쳐지는 듯한 감흥을 선사했다. 보탄이 황금을 빼앗기 위해 연기가 자욱한 지하 세계의 대장간으로 내려간 장면에서 ‘니벨룽의 동기’ 리듬에 맞춰 난쟁이들이 모루를 두드리는 소리는 놀랄 만큼 시각적이었다. ‘발퀴레의 기행’에서는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금관의 ‘발퀴레 동기’가 날개 달린 말을 탄 여신들을 생동감 있게 그렸다. 수많은 ‘라이트모티프’들이 섞여 장대한 피날레로 화하는 ‘브륀힐데의 희생’에서는, 욕망이 점철된 반지를 지니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브륀힐데를 지켜보는 듯했다.

서울시향의 금관 앙상블은 야스퍼르 더 발의 주도하에 단단하고 빛나는 음향을 뽑아내며 실황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반지의 마력’에 흠뻑 취하게 해줬다. 그러나 팀파니 수석 아드리앵 페뤼숑이 빠진 빈자리는 상당히 컸다. 레이저처럼 정확하게 흐름을 재단하는 그의 솜씨가 못내 아쉬웠다. .

이제 막 바그너 레퍼토리를 구축하기 시작한 서울시향의 연주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실황 연주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지금은 국내 연주 단체들이 감히 다가서지 못했던 영역을 차례로 섭렵하며 성장을 거듭한다는 점만으로도 아낌없는 격려를 보낼 일이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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