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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무대와 객석 한통속…‘넘사벽’ 없었다

등록 2013-05-12 20:12

10일 일본 도쿄 신주쿠의 신국립극장에서 막이 오른 한·일 합작 연극 <아시아 온천> 공연에서 한국과 일본 배우들이 어울려 춤추고 노래 부르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 작품은 독도 문제를 연상시키는 섬 ‘어제도’의 소유권을 둘러싼 원주민과 외지인의 갈등 이야기를 다루는 점, 두 나라의 서로 다른 문화와 연극을 연결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한·일 연극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10일 일본 도쿄 신주쿠의 신국립극장에서 막이 오른 한·일 합작 연극 <아시아 온천> 공연에서 한국과 일본 배우들이 어울려 춤추고 노래 부르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 작품은 독도 문제를 연상시키는 섬 ‘어제도’의 소유권을 둘러싼 원주민과 외지인의 갈등 이야기를 다루는 점, 두 나라의 서로 다른 문화와 연극을 연결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한·일 연극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일 합작 연극 ‘아시아 온천’ 일본 초연 현장
마당놀이란 열린 연극으로
섬 소유권 둘러싼 갈등 풀어
일본 관객들 잔치 보듯 즐겨

의도된 연출인지 몰라도
서로 섞이지 못한 장면 있어

화제의 연극 <아시아 온천>이 얼어붙은 한-일 관계 속에서 10일 저녁 일본 도쿄 신주쿠의 신국립극장 중극장 무대에 올랐다.

서울 예술의전당과 국립극단, 도쿄 신국립극장이 한·일 공동 제작해 올해 초부터 두 나라 연극계의 관심과 기대가 쏠렸던 작품이다. 특히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섬 ‘어제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원주민과 외지인의 갈등 이야기란 점이 현재 한·일 간의 가장 첨예한 사안인 독도 문제를 연상시켜 더욱 그러했다. 또한 한국과 일본 연극계의 두 거장인 손진책(66·국립극단 예술감독) 연출가와 재일동포 극작가 정의신(56)씨의 만남, 한·일의 대표 연극배우들의 어울림도 주목되는 점이었다.

무대에 오른 <아시아 온천>은 한국과 일본의 전통 춤, 노래, 제의, 만담이 어우러진 신명나는 놀이 한 마당이었다. 손진책 연출가는 섬 소유권을 둘러싼 원주민과 외지인의 갈등구조를 그의 장기인 ‘마당놀이’라는 ‘열린 연극’ 형식으로 풀었다.

아시아의 어디엔가 있을 법한 외딴섬 ‘어제도’에는 조상 대대로 사탕수수밭을 일구고 전통을 지켜온 주민들이 산다. 어느 날 이 섬에 온천이 나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외지인들이 몰려들고, 섬의 평화는 깨지고 만다. 리조트 관광사업을 벌이려는 가케루와 아유무 형제가 섬사람들을 속여 토지를 사들이기 시작하자 마을의 정신적 지주인 ‘대지’가 맞선다. 그 과정에서 아유무는 대지의 딸 종달이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키워간다.

연극은 3시간가량 무대와 객석이 어울려 박수치며 웃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떠들썩한 잔치 분위기로 채워졌다. 막이 오르면 남녀 배우들이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면서 무대로 등장한다. 무대 뒤에는 거대한 사탕수수밭이 놓여 있고, 중앙에는 하얀 천 줄기들이 신목(신성한 나무)이 되어 하늘과 땅을 잇는다. 그 신목 아래 소복 차림의 무당이 조상을 모시는 제사를 준비하고, 마을의 지도자 ‘대지’(김진태)가 “자, 준비들 되었으면 이제 시작할까”라고 외치면서 잔치는 시작된다. 드럼과 기타, 북, 전자오르간, 샤미센으로 연주하는 신나는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한바탕 잔치는 우리에게 익숙한 마당놀이 형식이다. ‘대지’, ‘종달이’, ‘토끼’, ‘원숭이’ 등 동물 이름의 한국 배우들과 일본식 이름의 일본 배우들은 극의 노랫말처럼 “호랑이가 담배통으로 담배를 피운 어제의 얘기거나, 호랑이가 전철로 회사로 간 내일의 얘기거나 어느 쪽이든 상관없는” 가상의 ‘어제도’ 이야기를 연기와 춤, 노래로 꾸며나갔다.

두 나라의 이질적인 문화와 정서를 함께 담아내다 보니 연극은 중간중간 어쩔 수 없이 어색한 부분들도 드러났다. 한쪽에선 일본 배우들이 야한 일본 만담을 하고, 또 한쪽에선 한국 전통굿이 엄숙하게 벌어지는 장면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일부러 섞지 않고 계속 겉돌면서 중첩시키려는 연출의 의도였을까? 마치 가깝고도 먼 두 나라 관계의 거리로도 읽힌다. ‘어제도’의 갈등을 비련의 주인공 로미오와 줄리엣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로 풀어나가려는 것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손진책 연출가는 “한국과 일본 배우들의 ‘서로 다름’이 오히려 작품 속에서 더욱 강한 에너지로 표출될 수 있도록 했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서 관객의 국적, 개인적인 경험 등에 따라 자유롭게 읽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관객들의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관객 오노다 게이코(56)는 “기질과 성향이 다른 배우들이 만나서 굉장히 재미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일본 관객들은 부끄러움을 타는 부분이 있어서 좀더 극 속에 참가했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 온천>에는 한국 배우로는 김진태, 정태화, 서상원, 김문식, 김정영씨 등이, 일본 배우로는 개성파로 손꼽히는 가쓰무라 마사노부, 지바 데쓰야, 우메자와 마사요, 재일동포 성하·박승철·김지순씨 등이 출연했다. 무대와 음악, 조명, 의상 등은 일본 스태프가 꾸몄다. 26일까지 일본 공연을 끝내고 한국으로 건너와 6월11~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씨제이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도쿄/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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