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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문세 ‘꿈의 무대’ D-9
이젠 5만석이다…감동 시나리오 준비 끝!

등록 2013-05-23 17:04수정 2013-05-23 17:35

6월1일 올림픽 주경기장 데뷔 30주년 콘서트
공연기획사 무붕의 사무실은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아파트에 있다. 가정집 거실과 방에 책상과 의자를 놓고 업무공간으로 꾸렸다. “여자 혼자 밤 늦게까지 남아 일하더라도 일반 사무실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조설화 홍보마케팅팀장은 귀띔했다.

“그래도 여기서 절대로 밥을 해먹거나 잠을 자지는 말자는 원칙을 세웠어요. 만약 그러기 시작하면 이 공간이 너무 우울하고 칙칙해지지 않겠어요? 하하~. 아무리 늦어도 반드시 집으로 퇴근하기로 방침을 정했어요. 이불·침대·쇼파 따위를 놓지 않은 이유죠.”

22일 찾은 무붕 사무실에선 수시로 전화벨이 울려대는 가운데 직원 서너명이 바쁜 손놀림을 하고 있었다. 벽에 붙은 포스터가 이들이 더욱 바빠진 이유를 설명해주는 듯했다. ‘대한민국 이문세’, 6월1일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5만석 규모의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공연이다. 정확히 열흘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거실을 지나 작은 방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이재인 무붕 대표를 만났다. 영국 런던 브리지를 닮은 무대 모형을 보며주며 그는 말했다. “가수와 관객을 이어주고 관객과 관객을 이어주는 다리 같은 무대를 선사하겠다는 의미죠.” 실제 무대는 길이 100m, 높이 30m 규모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무붕은 2009년부터 이문세의 공연을 제작해왔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야외공연을 시작으로 ‘2009~2010 이문세 붉은 노을’ 투어, 2010년 1만석 규모의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이문세 더 베스트’ 공연, ‘2011~2012 이문세 붉은 노을’ 투어 등을 함께 해왔다. 특히 지난 투어에선 40개 도시 100회 공연이라는 흔치 않은 기록을 세웠다. 경주, 당진, 목포, 거제 같은 소도시부터 캐나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 해외까지 돌았다. “이 모든 과정이 올림픽주경기장 공연까지 오기 위한 단계였던 것 같다”고 이 대표는 되돌아봤다.

지금까지 이문세 공연은 대부분 매진됐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이번 공연 역시 남은 자리가 얼마 없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주경기장 대관을 확정하고 나서 잠을 편히 잔 적이 거의 없어요. 제작비 30억원이 들어가는 공연에 대한 부담이 왜 없겠어요? 그래도 표가 많이 팔려 마음이 좀 놓이네요. 기업 협찬 없이 개별 티켓 판매만으로 공연을 이끌어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 말이죠.” 이 대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2000년대 초반 설립된 무붕의 임직원은 이 대표를 포함해 7명뿐이다. 설립 당시 일부 가수의 립싱크 논란이 일자 “우리 공연에 붕어는 없다”는 의미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안치환, 박화요비 등의 공연을 제작하며 성장해 오늘날까지 왔다. 이 대표는 “대기업까지 줄줄이 진출한 공연시장에서 규모는 작아도 그 어디보다도 더 공연을 잘 만드는 회사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문세 공연의 가장 큰 강점은 방대한 히트곡을 바탕으로 폭넓은 계층에 소구한다는 점이다. ‘소녀’, ‘사랑이 지나가면’ 등 1980~90년대 히트곡은 중장년층에게 추억을 되살린다. ‘붉은 노을’, ‘광화문 연가’, ‘옛사랑’ 등 젊은 아이돌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된 노래는 20~30대 젊은 관객층까지도 사로잡는다. 느린 발라드 위주이면서도 간간이 빠른 템포의 노래를 섞어 흐름을 조절한다. 이문세는 “선곡과 편곡을 통해 완급을 조절하고 다양한 무대 연출로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자신만의 공연 노하우를 전했다.

관객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다른 공연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문세 공연장 앞에는 보통 여러 천막들이 마련된다. 공연 보러 온 이들에게 따끈따끈한 붕어빵·국화빵을 나눠주는 ‘광화문 빵집’, 커피를 주는 ‘가로수 다방’ 등이다. 이문세 관련 문제를 풀어 좋은 성적을 거두면 선물을 주는 ‘학력고사장’이 있는가 하면, ‘파랑새 우체국’에서 주소를 적으면 나중에 집으로 연하장이 날아오기도 한다. “공연장 오는 것 자체를 축제처럼 만들고 싶어 짜낸 아이디어다. 다만 주경기장 주변에는 마땅한 공간이 없어 이번에는 이런 천막들을 설치하지 못할 것 같다”고 이 대표는 아쉬워했다.

공연 중에도 관객들과 교감하는 순간이 돋보인다. 관객들을 여러 파트로 나눠 코러스로 참여하게 하거나 미리 나눠준 셰이커·캐스터네츠·트라이앵글을 함께 연주하며 합창하는 순서를 마련하기도 한다. 공연 도중 뜨거운 반응을 보여준 관객을 선정해 태블릿피시 등 선물을 주거나 연예인들이 많이 타는 고급 승합차로 집까지 데려다주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공연이 끝나면 예매하면서 전화번호를 남긴 관객들에게 “오늘 공연에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이 나의 최고 관객입니다. -행복한 이문세” 같은 휴대전화 문자를 보낸다. 그러면 관객들의 답문자가 쏟아진다. “다음달 태어날 아기 태교차 왔다가 애 낳을 뻔했습니다. 행복한 시간 감사드려요.” “엄마와 함께 공연 봤는데요, 엄마의 소녀 시절을 엿볼 수 있었어요.” “덕분에 20대의 그날로 돌아갔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20대인데요, 아이돌보다 몇억배 진심 어린 감동입니다. 최고예요.”

공연을 만드는 이들이 생각하는 좋은 공연이란 어떤 걸까?

“티켓이 얼마나 팔리느냐는 아무래도 가수의 인기에 비례하죠. 사람들이 많이 와주면 좋지만, 꼭 그렇다고 해서 좋은 공연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중요한 건 관객들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정말 감동적인 공연이었다’는 관객 문자와 후기를 볼 때면 공연 준비하느라 얻은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고 힘이 불끈 솟아요. 이 맛에 이 일 하는 거죠.” 이 대표의 말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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