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배고픈 화가들 ‘뭉쳐야 산다’

등록 2013-05-23 19:36

kimyh@hani.co.kr
kimyh@hani.co.kr
상업화랑 주도 미술흐름 반기
작가들 협동조합 만들어 전시
수익금 70% 작가 몫으로 떼줘

시민들 자금 모아 전시회 열고
이자 붙여서 갚는 펀딩 방식도
불황이 길어지면서 미술계에서 새로운 방식의 불황 타개 시도들이 나오고 있다. 작가들이 협동조합을 만들고,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으로 대중들에게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올해 초 결성된 룰루랄라예술협동조합(이사장 전미영)은 22일부터 6월6일까지 서울시민청 지하 동그라미방에서 ‘멘붕 속에 핀 꽃’이라는 창립 기념전을 연다. 전시장에는 조합원 40명의 작품이 걸린다. 수익금의 70%는 작가한테 돌아가고 나머지 30%는 조합에 유보된다. 작품값 50%가 작가한테 돌아가는 상업화랑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

전미영, 이윤엽, 배인석, 손대선씨 등 40대 예술가들을 주축으로 한 이 조합은 지난달 15일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지금 미술판이 상업화랑과 부유층 컬렉터 위주로 짜여 건강성을 잃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다양한 형태의 전시와 기획을 통해 작가 개인의 개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세상과 소통 가능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 취지다. 한 계좌 10만원 이상을 출자한 작가들이 조합원이 되는데, 회화, 조각, 영상, 사진 등 다양한 장르에서 63명이 참여하고 있다.

조합은 △협동을 할 때만 한다 △흉내를 내더라도 무조건 예술적으로 한다 △내 그림은 내 손으로 직접 건다 등에 정파성을 배제하기 위해 △대통령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것까지 모토로 해서 부정기적으로 판매전을 열고 아트페어에도 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익이 나면 연말에 출자금의 10%를 배당하기로 했다.

화가 이경성(51)씨는 최근 크라우드 펀딩으로 아트페어 참가비를 마련했다. 이씨는 지난달 22일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1인당 8만원씩 20명이 도와주면 아트페어에 참가할 수 있다”며 “만일 목표가 성사되면 반드시 원금에 이자를 붙여 돌려주도록 노력하겠다”고 호소했다. 이씨의 시도는 단 6시간 만에 목표액이 채워졌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왜 알리지 않았느냐”는 반응이 이어져 마감을 2주 연장해 모두 250만원이 모였다.

이씨는 이 돈으로 6월13~17일 서울무역전시관(SETEC)에서 열리는 코리아아트서머페스티벌에 부스를 열어 작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판매 수익금이 생기면 후원금은 펀딩으로 지원해준 이들에게 돌려줄 예정이다.

그는 “중견작가에 속하는데도 한 해 1000만~1500만원 정도밖에 작품이 팔리지 않아 기초생활조차 힘들어 날삯 노동, 강의 등 닥치는 대로 여러 일을 해왔다”며 “페이스북 팔로어가 1500여명으로 꾸준히 팬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모금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흑요석’이란 이름으로 더 알려진 게임 일러스트레이터 우나영(34)씨도 최근 크라우드 펀딩으로 전시회 비용을 조달했다. 우씨는 6월17~30일 서울 화양동 갤러리카페인 아트스페이스 자코에서 개인전 ‘앨리스, 한복을 입다’를 열기로 하고 지난 2일 모금에 들어갔다. 모금 시작 3시간 만에 목표액 200만원을 넘겨 21일 현재 목표액의 8배가 넘는 1658만원이 모였다. 전시에는 서양 동화를 동양화풍으로 풀어낸 일러스트, 드로잉 등을 선보이며 판매수익금과 후원금은 모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 기부한다. 우씨는 “일본 우익의 망언이 잇따르면서 위안부 할머니들께 후원한다는 취지에 많은 이들이 공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죽인다”는 남편과 ‘협의’하라니…아내는 이혼소송중 살해됐다
나는 어쩌다 일베를 사랑할 ‘뻔’했나
무장괴한, 런던 한복판에서 흉기로 영국 군인 살해
시스루에 흰색 브라는 참아주세요
[화보] 노무현 전 대통령 4주기 추모 발길 이어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