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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혹시 당신 회사에도 짝퉁그림 걸렸나요

등록 2013-06-05 19:39수정 2013-06-06 11:31

하태임 작품 외 짝퉁 600여점
홍천 대명콘도에 걸렸다 내려
화가 “조악한 표절 기분 나빠”
콘도 “외부업체가 알아서 한 것”

인테리어 업체들 미대생 등 시켜
2만~40만원짜리 견본 만들어
저작권 문제되면 폐업하고 잠적

“실수한 거죠. 구상이면 대상이 다 네 것이냐며 빠져나갈 구멍이라도 있는데, 비구상은 빼도박도 못하죠. 비구상은 특징적인 몇 개의 코드로 구성돼 있어서 그걸 베끼면 제3자도 금세 알 수 있거든요.”

가나아트 저작권 담당 김영민씨는 ‘대명 소노펠리체 사건’을 두고 “특별한 경우”라고 말했다. 미술계에선 작품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아도 시비를 가리기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꼬리가 분명하게 잡혔기 때문이다.

대명콘도에서 벌어진 대규모 표절이 들통난 최근 일은 미술계에서 ‘대명 소노펠리체 사건’이라 불리며 화제가 됐다. 화가 하태임(40)씨 작품의 작품을 유명 콘도가 표절한 의혹이 불거진 사건이다.

사건은 하씨가 지난달 지인으로부터 콘도에 자신의 작품이 걸려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확인하러 홍천의 대명콘도 소노펠리체를 다녀오면서 드러났다. 작가가 콘도 메인 타워 2층에 가보니 키즈클럽 앞 복도에 35.3×44.5㎝(8호) 크기의 그림 6점, 같은 층 화장실 입구에 117×150㎝(80호) 한 점이 전시돼 있었다. 작가의 작품을 표절한 그림들이 분명했다. “2006년 제 전시회 도록을 보고 그렸더군요. 조악했어요. 10년 이상 닦아온 저만의 기법이 조악하게 처리된 것을 보고 솔직히 성희롱 당한 기분이었어요.”

작가가 항의하자 대명콘도 쪽은 “작품이 아니라 인테리어”라고 해명했다. 2009년 개장 때 내부장식을 외부 하청업체에 맡겼을 때 일어난 일이라 자신들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분개한 하씨가 전속화랑인 가나아트와 함께 법적 대응에 나서자 대명 쪽은 해당 작품을 내린 다음 원작을 구매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통상 한해 작품 임대료가 작품값의 30%인데, 3년6개월 동안 짝퉁을 건 대명 쪽이 나름 계산을 한 결과다.

문제는 ‘인테리어’가 하씨의 7점뿐 아니라 모두 600여점에 이르는 것. 그것도 객실을 빼고 계산한 수치다. 소노펠리체 객실은 모두 400여개로 객실 당 하나씩 잡아도 400점이어서 대명이 보유한 짝퉁 미술품의 숫자는 1000점을 넘을 수 있다.

대명은 전수조사를 거쳐 일단 600여점을 내리고 객실 인테리어도 문제가 될 경우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공개로 진행 중이어서 정확한 짝퉁 작품 수와 표절대상이 된 작가가 누구인지는 모두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이처럼 작가들의 그림을 베껴 인테리어용으로 짝퉁 미술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은 한 두 곳이 아니다. 2만~3만원 짜리 외국 명화복제품에서부터 5만~40만원짜리 유화작품까지 다양한 견본을 내놓고 영업하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렬씨의 작품을 변조한 것은 대부분의 업체들이 인기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런 ‘인테리어 그림 업체’에 근무했던 한 종사자는 “온라인으로 주로 주문을 받아 명화를 복제한 액자를 주로 판매한다”면서 “명화는 작가가 사망한 지 수십 년이 지나 저작권이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화보에 있는 이미지를 스캔한 뒤 복사해서 액자를 끼워 판매한다고 한다. 고객이 원하는 사이즈와 원하는 액자로 제작해 작은 것(2호)은 7만원, 큰 것은 30만~50만원에 판매한다. 생존 작가여도 특정 작품을 복제해달라고 주문하면 샘플 이미지를 이메일로 받아 서울 삼각지 일대의 작가들에게 작업을 주문해 한 장에 5만~10만원 정도에 납품 받고, 구매자에게는 30만~50만원에 넘긴다고 한다.

대명처럼 표절이 밝혀진 경우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논문에서는 ‘연속된 몇개 단어’처럼 표절기준이 있지만 그림에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표절 의혹이 나와도 부인하면 그만이다. 표절을 하는 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문제가 되면 폐업신고를 하고 잠적한다. 대명에 인테리어를 납품한 디자인파이브 역시 폐업을 했으며 ㅈ아무개 대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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