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기자
울림과 스밈
최근 연극계에 일본 현대 희곡 바람이 거세다. 이달에만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의 <해변의 카프카>와 노다 히데키의 <더 비>, 가네시타 다쓰오의 <어른의 시간>, 나가이 아이의 <나, 왔어요… 엄마>, 재일동포 정의신씨의 <아시아 온천>과 <가을 반딧불이> 등 6편이 주요 공연장 무대에 올라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일본 현대연극을 대표하는 인기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희곡집1, 2>가 국내 유명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되기도 했다.
연극계에서는 ‘뮤지컬의 한류(韓流)’에 빗대어 ‘연극의 일류(日流)’라는 말도 나온다. 이유가 뭘까?
올해 노무라 만사이의 <맥베스>와 노다 히데키의 <더 비>를 초청한 명동예술극장 구자흥 극장장은 ‘작품의 다양성’을 꼽았다. 일본 연극계는 한국보다 작가 층이 두텁다 보니 그만큼 작가 활동이 활발하고, 끊임없이 다양한 신작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일본 희곡 작가들은 일상에서 소재를 뽑아내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이지메(집단따돌림), 오타쿠(열광적인 마니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구조조정, 해외 원정 은둔생활 등 현대 사회병리를 일본 작가들은 일찍부터 연극 소재로 뽑아내 지적이고 세련되게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일본 중학교의 이지메 문제를 다룬 하타사와 세이고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지난해 국내에 소개한 김광보 연출가는 “일본 희곡은 한국 희곡에 견줘 메시지가 강하거나 극적이지는 않지만 이야기 구조가 치밀하고 표현방식이 매우 신선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히라타 오리자, 사카테 요지 등으로 대표되는 ‘조용한 연극’을 들었다.
한국희곡작가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작가 270여명 중 60여명이 한국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인기작가를 제외하고는 연극 무대에 작품을 올릴 기회가 없다. 씨제이문화재단이나 한국공연예술센터 등에서 작가 발굴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소수의 지원에 그치고 있다.
한국희곡작가협회 김태수(54) 회장은 “희곡 전업작가들이 작품을 써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고서는 뛰어난 작품들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전업작가 지원, 연출가와 작가를 연결하는 인큐베이팅 지원 등의 기회를 더 많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연극의 일류’ 바람은 그만큼 한국 창작 희곡의 위축을 뜻하며, 열악한 한국 희곡 작가들의 현실을 거꾸로 반영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정상영 기자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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