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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표지 예뻤지만 맥락 놓친 ‘백과사전’

등록 2013-06-13 19:34

중국의 아이웨이웨이
중국의 아이웨이웨이
리뷰 l 베네치아 비엔날레

100년간 등장한 모든 예술
모두 집대성해 가치 되짚어
일관적인 흐름 없어 아쉬워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문화관광 전략상품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1일 막을 올렸다. 88개 나라가 참여한 이번 비엔날레는 11월24일까지 이어진다. 공식 국가관을 비롯해 베네치아 시내 곳곳의 국가관들은 나름대로 자국의 문화적 역량을 과시하려고 상당히 힘을 준 모양새이다.

이번 비엔날레 주제는 이탈리아계 미국 작가 마리노 아우리티의 아이디어에서 차용한 ‘백과사전식 전당’(En cyclopedic Palace)이다. 말 그대로 인간이 모더니즘이란 것을 고안한 이래 지난 100년 동안 등장한 모든 예술 또는 미술은 물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가치와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했다.

전시는 유명 작고 작가부터 생존 작가 그리고 철학, 심리학, 지리학 등 인문학 전반의 대가들을 포함해서 예술가의 반열에서 들지 못했던 무명 또는 익명의 작가들의 작품들까지 인간이 창조한 성과물을 백과사전처럼 집대성했다. 군함을 수리하던 조선소 건물을 거의 그대로 전시장으로 썼던 것과 달리 올해는 전통적 미술 전시공간인 화이트 큐브(하얀 네모꼴 공간)에 가깝게 전시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예술감독 마시밀리아노 조니가 기획한 본 전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집중적이고 세련된 외형을 갖추었다.

하지만 전시는 사전처럼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고 해설하는 편찬 방식에 소홀히 함으로써 ‘맥락’을 놓치고 말았다. 편차가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전시공학’적 측면에선 세련되고 성공적으로 보였지만 ‘전시’로서는 2% 부족한 느낌이다. 세상 모든 지식과 예술을 집대성하고 보니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늘 새로워야 한다는 예술가들을 짓누르는 강박관념에도 불구하고 현대미술이 새로울 것 없이 모델 번호만 달리하는 냉장고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만든 미로 속에 갇혀버린 한계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게다가 동양은 빠져 있는 반쪽짜리 백과사전이었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사고의 시스템을 서양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편협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보는 형식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도록 해주었다. 모든 의문이, 의문이 될 순간도 없이 손안의 휴대전화에서 해결되는 인스턴트 지식의 시대에 미술의 진정성 또는 관객으로서의 의무와 의미를 되새겨 보게 했다.

단연 돋보인 작가는 중국의 아이웨이웨이(작품 사진)였다. 적절하게 사회적, 정치적 이슈와 작품을 결합시키는 역량이 한몫을 한 덕분이겠지만 반골로서의 예술가 정신이 확실하게 드러난 때문일 것이다.

과도한 상업주의와 ‘보는 것’이 아닌 ‘보이는 것’에 불과했던 탓에 우리 미술은 지난 10여년간 체질이 매우 허약해졌다.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관의 김수자는 독야청청했다. 비엔날레 전체를 관통하는 과도한 소음과 설치와 영상 그리고 난삽한 소비지향적 물량주의 미술과 대비되어 마치 산사에서 마음을 닦는 듯 조용하고 그윽하게 자신을 비춰보고 들여다보게 하는 ‘침잠’의 미술이기 때문이다.

정준모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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