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업 기자
울림과 스밈
전북 완주군에 있는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주목할 만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인물화를 중심으로 자아와 사회를 들여다보는 ‘인물파노라마’(7월14일까지). 추억의 얼굴, 사회적 풍경, 실존과 자아, 전북인-우리의 얼굴 등 4개 섹션으로 나눠 작가 35명의 작품 82점을 걸었다.
네번째 ‘지역미술활성화 시리즈’인 셈인데, 그 취지에 맞춰 김지연, 김녕만, 오상조, 박천복, 임운택, 샌정 등 전북에서 활동하거나 그곳 출신 작가들 작품이 비중있게 전시됐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주로 활동하는 윤석남, 서용선, 김덕용, 김옥선, 오형근, 이환권, 허윤희 등이 합류해 자칫 지역작가들의 잔치에 그칠 수 있는 ‘지역미술활성화 시리즈’ 전시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번 전시에 맞춰 영상작가 뮌은 익산 남성중학교, 전주 반월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의 꿈을 기록하고(‘관객의 방백 2013’), 동양화가 김선두는 지역출신 작가의 초상을 그렸다.(‘행-김형경, 행-노시중’) 독일에서 활동하는 샌정은 전시의 취지에 공감해 독일에서 그림 두 점을 보내왔다. 이발소 시리즈를 낸 사진작가 김지연은 고향의 미술관에 처음으로 초대받았다.
전시를 기획한 이선화 학예사는 친근한 소재인 인물화를 택하여 관객과의 소통을 꾀하고, 외부의 시선으로 전북을 바라본 작품 또는 외지 작가의 작품을 지역작가와 나란히 걸어 작품을 통한 작가들끼리의 소통을 함께 모색했다고 말했다. 전시를 둘러본 한 기획자는 “지역 미술관이 흔히 범하기 쉬운 지역연고를 벗어나 전국에서 작가를 불러모아 다양한 작품을 보여줘 주민들의 편식을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학예사가 정규 1명, 계약직 2명에 불과한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짧은 기간 안에 이만한 전시를 꾸려낸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18일 오후 개막식에는 외지 작가들이 다수 참여했으며, 뮌과 김선두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참여해 흥을 돋웠다고 한다.
하지만 내부에서 보는 시각은 다른 것 같다. 이흥재 전북도립미술관 관장은 개막식 직후 전시에 대한 평가를 유보한 채 개막식에 참여한 도 관계자의 수를 따지는 등 전시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학예사를 배제한 내부모임에서 이 학예사를 본관전시 기획에서 배제하고 소규모 지역순회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맡길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처럼 폐쇄적이지 않은, ‘열린’ 지역 문화의 개념과 가능성을 보여준 이번 전시에 대한 외부의 호의적 평가를 이 관장이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임종업 기자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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