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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효리씨! 3년 전 ‘독설’ 사과합니다

등록 2013-06-20 19:45수정 2013-06-21 09:43

이효리 5집 <모노크롬>
이효리 5집 <모노크롬>
서정민의 음악다방
지난 주말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여성 음악인들의 축제 ‘뮤즈 인 시티’에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이효리의 무대였다. 다들 돗자리를 펴고 앉아 소풍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와 이효리는 왠지 안 어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웬걸? 이효리는 아마도 난생처음이었을 페스티벌 무대를 그 누구보다도 멋지게 소화해냈다.

“그동안 뮤직 페스티벌을 좋아해서 많이 관람했는데, 이렇게 무대에 서게 돼서 영광이에요. 마음 같아선 맥주 한 잔씩 사드리고 싶네요.”

밴드·코러스·댄서들과 무대에 오른 이효리는 설레는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자작곡 ‘미스코리아’를 비롯해 지난달 발표한 5집 <모노크롬> 수록곡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타이틀곡 ‘배드 걸스’보다 방송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묻지 않을게요’, ‘사랑의 부도수표’, ‘쇼쇼쇼’, ‘노’ 같은 독창적이고 개성 강한 노래들을 할 때 더 빛나 보였다.

<모노크롬>은 이효리를 음악인으로 다시 보게 만든 좋은 앨범이다. 전자음 대신 어쿠스틱하고 아날로그적인 밴드 사운드를 바탕으로 깊고 다양한 색깔의 노래들을 담았다. 이효리 스스로 작사·작곡한 게 1곡, 작사만 한 게 8곡이다. 연인인 기타리스트 이상순을 비롯해 1990년대 전설의 음악공동체 ‘하나음악’ 출신의 조동희와 이규호, 인디 음악인 김태춘, 록 밴드 고고보이스 등도 힘을 보탰다.

이 앨범을 듣고는 3년 전을 떠올렸다. 2010년 발표한 4집 <에이치-로직> 수록곡 중 여섯 곡이 무더기로 표절 판명이 나면서 이효리는 고개 숙여 사과했다. 사람들을 속이려고 작심한 작곡가에게 이효리 또한 당한 셈이었지만, 어쨌든 책임은 앨범의 주인공인 가수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나는 이 지면 칼럼에서 이효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려 이렇게 썼다.

‘감히 조언합니다. 다시 음반을 내고 가수로 활동하려면 연예인보다 예술가로서의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머리 스타일, 화장, 의상으로 어떤 춤을 보여줄지보다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에 모든 걸 걸었으면 합니다.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면, 음악을 정말 잘 아는 실력 있고 믿을 만한 프로듀서를 만나면 됩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재야에 숨은 고수들이 많습니다. 뻔하지 않고 획기적인 음악으로 돌아올 자신이 없다면 가수의 길은 접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다음번엔 음악적 성취를 높이 평가하는 글로 만나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이만 마칩니다.’

지금 보니 심했다 싶을 정도로 독한 말들을 쏟아낸 것도 같다. 이효리가 이 글을 봤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확실한 건 지금 나는 이효리의 음악적 성취를 높이 평가하는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효리의 다음 행보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된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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