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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클래식, 미니스커트 입고 연미복 벗다

등록 2013-06-20 19:50

연주자들이 전통적인 연미복과 드레스 차림을 거부하는 것은 자신만의 강한 개성 표현과 실용성 추구라는 점에서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사진은 미샤 마이스키. 크레디아 제공
연주자들이 전통적인 연미복과 드레스 차림을 거부하는 것은 자신만의 강한 개성 표현과 실용성 추구라는 점에서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사진은 미샤 마이스키. 크레디아 제공
연주복 고정관념 깬 연주자들
‘예의’ 대신 ‘실용’
여성 피아니스트 편안한 바지 의상
첼리스트 마이스키는 노타이 차림

‘격식’ 대신 ‘개성’
유자왕은 미니스커트·하이힐 선호
국내선 지용이 삭발에 흰양복 입어
“신인들 스스로 알리기 위한 연출”

클래식 음악 연주회가 옷을 갈아입고 있다. 여성 연주자들이 치맛자락을 길게 늘어뜨린 공주풍의 드레스 대신 미니스커트나 바지를 입고, 남성 연주자들이 연미복과 나비넥타이 대신 단추를 두세 개쯤 풀어헤친 실크 셔츠를 걸친 채 무대에 오르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예의와 격식을 중시해온 클래식 음악계의 이런 변화의 원인으론 ‘실용성 추구 경향’과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 연주자들의 등장’, ‘동영상 시대에 발맞춘 시각적 자극 필요’ 등이 꼽힌다.

지용. 크레디아 제공
지용. 크레디아 제공
최근 여성 피아니스트들의 바지 차림이 늘어난 것은 실용성 추구에 해당한다. 바이올린이나 플루트처럼 독주자가 주로 서서 연주하는 악기들과 달리 피아니스트는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일어났다 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를 꽉 조이고 치맛단을 치렁치렁하게 만든 드레스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여성성을 강조하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에도 남성 피아니스트와 비슷한 바지 차림을 택한다.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 마르타 아르헤리치, 임현정 등이 대표적인 바지 연주복 애호가이다.

연주할 때 팔과 어깨의 움직임이 많은 첼리스트도 미샤 마이스키를 필두로 대부분 턱시도를 버렸다. 한때 헐렁한 검정 실크 셔츠에 노타이 차림으로 무대에 오르는 마이스키가 관심을 받더니, 요즘은 대부분의 첼리스트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런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다.

유자 왕. 크레디아 제공
유자 왕. 크레디아 제공
하지만 좀더 주요한 원인은 ‘신세대 연주자들의 개성 표현’ 혹은 ‘강한 인상으로 청중에 각인되려는 의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영국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샤를 뒤투아)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하는 중국 출신 피아니스트 유자 왕(왕위자·26)은 아찔할 정도로 짧은 미니원피스에 굽 높이가 10㎝가 넘는 스틸레토 힐(굽이 송곳처럼 뾰족하고 높은 구두) 차림을 즐긴다. 언론에 실린 공연 리뷰를 보면 그날의 연주 의상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그는 ‘클래식 연주자의 옷차림’을 둘러싼 논쟁까지 일으켰다. 2011년 8월 유자 왕과 엘에이필하모닉의 협연 이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실린 평론은 연주력을 칭찬하면서도, “18살 미만은 부모 동반 하에 입장하도록 제한했어야 했다”며 그의 옷차림이 선정적이라고 비꼬았다. 그러자 반대편에서는 “연주자가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모든 것이 예술”이라며 “클래식 음악 연주자가 이런 차림을 해야만 한다고 원칙을 정해놓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라고 응수했다. <뉴욕 타임스>에 실린 한 평론은 “유자 왕의 특징적인 의상은 그에게 있어 부수적이지 않고 결정적”이라며 “의상의 파격과 매혹이, 자그만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음악과 함께 드라마틱한 순간을 만들어낸다”고 언급했다. 논쟁은 누리꾼들이 가세하면서 한동안 이어졌는데, 이는 유자 왕의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를 높이는 등 그의 유명세를 얻는 데 도움이 됐다.

국내에서는 ‘클래식계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앙상블 디토의 멤버 지용이 패션을 통한 과감한 자기표현으로 매년 디토 페스티벌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용은 머리를 삭발하고 흰 양복을 입거나, 자루처럼 생긴 배기팬츠에 군화 형태의 부츠를 신는 등 이전까지 본 적 없던 과감한 연주 의상을 시도했는데, 젊은 층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호의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고 본다. 연주자 매니지먼트 전문가 에드나 랜도는 “비주얼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에게는 실력 외에도 자신의 외모를 멋지게 관리할 책임이 있다”며 “취업 면접 준비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상민 워너뮤직코리아 클래식 마케팅팀 부장은 “과거에는 콩쿠르에서 우승해 이름을 알리거나 거장에게 발탁돼 스타로 키워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콩쿠르의 수준이 평준화되면서 영향력이 줄어들었고, 신인을 단박에 스타로 키워줄 만한 지휘자도 많지 않다”며 “유튜브 등을 통해 연주자 스스로 자신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패션, 메이크업 등 시각적인 연출에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해졌다”고 말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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