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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공연장에도 궁합 있다…장르별 최고 짝은?

등록 2013-06-20 20:07수정 2013-06-20 22:35

어느 공연장이 어떤 공연에 가장 적합할까? 최근 다양한 문화 공연장들이 늘면서 장르별로 손꼽히는 공연장 판도도 바뀌고 있다. 공연하기 좋은 곳으로 꼽히는 뮤지컬 전문극장 디큐브아트센터. 각 공연장 제공
어느 공연장이 어떤 공연에 가장 적합할까? 최근 다양한 문화 공연장들이 늘면서 장르별로 손꼽히는 공연장 판도도 바뀌고 있다. 공연하기 좋은 곳으로 꼽히는 뮤지컬 전문극장 디큐브아트센터. 각 공연장 제공
[문화‘랑’] 예술인들이 선호하는 무대는 어딜까

뛰어난 음향과 첨단시설을 갖춘 서울 예술의전당과 엘지아트센터는 장르 불문하고 오랜 세월 한국 최고의 공연장 자리를 놓지 않았다.
이 아성이 클래식의 고양아람누리, 뮤지컬의 블루스퀘어 등이 등장하며 흔들리고 있다. 이곳들의 무엇이 사람들을 매료시키나.
세계적인 테너 호세 쿠라는
아람음악당 공연 마친 뒤
개런티 없어도 서고 싶다 했다

좋은 시설서 좋은 작품 나오는 법
첨단시설 새 단장 공연장들이
궁합의 공식을 바꾸고 있다

#1 지휘자 정명훈씨가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주요 공연에는 본가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두고 한강 건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고집한다. 왜 그럴까?

#2 섬세한 연주로 유명한 세계적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르스는 1996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경험한 첫 내한공연을 이렇게 회고했다. “공연장 상황은 나로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고, 어떤 피아노로도 해결할 수 없었다.” 그는 17년 만의 두번째 내한 연주회를 지난 3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 꾸몄다.

왜 클래식 연주자와 관객들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선호하나? 무엇보다 공연장의 음향 때문이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클래식 음악 연주만을 위해 지은 국내 최초의 연주장이다. 소리가 머무는 잔향 시간이 2.1초로 소리를 가장 멀리, 풍부하면서도 부드럽게 전달하는 울림이 뛰어나 클래식 음악 감상에 최적으로 꼽힌다. 잔향 시간이 2.0초 이하로 짧으면 소리가 명확한 대신 풍성하지 못한데, 다목적홀로 지어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1.3~1.5초로 클래식 연주장으로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공연장에도 ‘궁합’이 있다. 클래식, 국악, 연극, 뮤지컬, 무용까지 다양한 공연 장르별로 선호하는 공연장은 따로 있다. 공연 문화가 점점 성숙하고, 다양한 전문 공연장들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공연계의 지형도도 바뀌고 있다.

카레라스도 감탄한 고양아람누리

세계적인 테너 호세 쿠라는 2010년 5월 내한공연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개런티가 없어도 다시 연주하고 싶은 놀라운 음향입니다!” ‘세계 3대 테너’로 불렸던 호세 카레라스 역시 2009년 3월 이곳에서 노래한 뒤 “정말 놀라운 어쿠스틱 홀”이라고 감탄했다. 바로 경기도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이다.

현재 국내에서 클래식 음악 최고의 음향을 들을 수 있는 콘서트 연주장으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세라믹팔레스홀 등이 꼽힌다. 특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국내외 연주자와 연주단체가 가장 서고 싶어 하는 무대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은 뛰어난 음향으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아람음악당은 클래식 음악이 가장 잘 전달되는 직사각형 ‘슈박스’ 형식을 도입해 어느 자리에서든 소리의 왜곡이 없고, 소리가 적절하게 울리는 잔향성과 소리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지향성이 좋아 연주자들 사이에서 공연하기 좋은 연주장으로 손꼽힌다.

클래식 음악 전문 공연장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각 공연장 제공
클래식 음악 전문 공연장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각 공연장 제공

강남권 양대 산맥 엘지아트센터와 예술의전당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아이다>, <맘마미아>, <캣츠>.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이 뮤지컬들은 모두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와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급 공연물일수록 이 두 공연장에 대한 선호는 실로 강하다. 그래서 좋은 공연은 이 두 공연장을 거쳐간다는 것이 정설이 되었을 정도다.

엘지아트센터는 2001년 미국극장기술협회(USITT)가 극장 건축, 무대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극장에 주는 ‘미국극장기술협회 건축상’을 국내 최초로 받았을 만큼 첨단 시설을 자랑한다. 연주 소리와 연기 소리 모두 분산이 되지 않아 관객들이 몰입하기에 좋고, 무대 어느 곳에서도 관객들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연주자와 관객들과의 소통이 잘 이뤄지는 점에서 국내 최고라는 평을 듣는다.

1988년 개관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대극장은 고급스럽고 화려한 실내, 고전적인 말굽형 극장으로 전통적으로 명품 공연들이 가장 많이 초연되었던 곳이다. 무대는 프로시니엄 아치형(액자형)으로, 무대가 깊게 설치되어 있고 좌우측 무대와 뒤쪽 무대가 컴퓨터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되어 공연자들이 선호했다. 2009년 오페라, 발레 전용 공연장으로 재개관하면서 건축음향 잔향 시간을 1.2초에서 1.5초로 조정해 사람 목소리의 명료함과 악기 소리의 풍부함을 잘 조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급 복합공연장 엘지아트센터. 각 공연장 제공
고급 복합공연장 엘지아트센터. 각 공연장 제공
새로 떠오르는 3대 뮤지컬 공연장

그러나 최근 들어 예술의전당과 엘지아트센터의 막강한 위상에 강력한 도전자들이 등장했다. 블루스퀘어, 샤롯데씨어터, 디큐브아트센터로 모두 1000석 이상의 대형 뮤지컬 전용관들이다. 이들은 불과 2년 새 ‘대형 명품-엘지아트센터, 예술의전당’의 궁합을 무너뜨리고 있다.

서울시가 2011년 민간과 손잡고 만든 국내 최대 뮤지컬 및 콘서트 전용 공연장인 블루스퀘어는 서울 강남과 강북 사이에 있는 입지 조건에다 뮤지컬과 콘서트에 적합한 음향으로 단숨에 인기 공연장으로 자리잡았다. 주공연장인 삼성전자홀은 만석(1760석)일 경우 전체 음향 잔향 시간이 1.0초에 지나지 않아 소리의 울림이 없이 깨끗해서 마이크를 쓰는 뮤지컬이나 콘서트 공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블루스퀘어는 개관작이었던 뮤지컬 <조로>부터 <엘리자벳>,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등 주로 국내 초연 라이선스 뮤지컬들을 선보여 엘지아트센터의 아성을 위협하면서 가장 각광받는 공연장으로 떠올랐다.

같은 해 서울 구로구에 들어선 디큐브아트센터는 서울 서남권 최대 규모의 공연장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과 직접 연결되어 부천, 인천, 수원 관객들이 많이 찾는다. 대극장은 1층 객석 맨 뒷자리에서 무대까지 24m, 2층 객석 맨 뒷자리로부터는 28m로 어느 자리에서도 무대가 가깝게 보이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또한 스피커에만 8억원, 모두 20억원을 투자한 음향 시스템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이 두 곳보다 5년 앞서 2006년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문을 연 잠실의 샤롯데씨어터는 개관작 <라이온킹>을 비롯해 <맘마미아>, <캣츠>, <드림걸즈>,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 대형 고급 뮤지컬들을 공연한 곳이다. 뮤지컬 마니아 강봉국(38·서울 동작구 흑석동)씨는 “스피커가 중요한데 고역대와 저역대 소리를 균형있고 지향성 높게 전달해줘 기계음이 갖는 차가움이 적으면서 자연스런 소리를 들려준다”고 샤롯데씨어터의 강점을 평했다.

연극 전문극장 남산예술센터. 각 공연장 제공
연극 전문극장 남산예술센터. 각 공연장 제공
젊은 연극 남산예술센터, 실험은 두산아트센터

서울 남산예술센터는 480여석 규모 객석이 반원형으로 무대를 감싸고 프로시니엄무대와 돌출형 무대가 결합한 독특한 구조를 갖춘 국내 유일의 연극 전용 공연장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창작 연극들이 주로 공연되어 20~30대 젊은 연극팬들이 몰린다. 2007년 개관한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도 젊은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서 단연 인기가 높다. 뮤지컬과 연극 분야에서 젊은 창작자들을 발굴하고 다양한 실험을 지원하면서 늘 새로운 공연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란 이미지를 굳혔다.

70년대 중반까지 한국 공연예술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옛 국립극장 자리에 2009년 새롭게 들어선 명동예술극장은 명품 연극 전용극장으로 통한다. 일체의 대관을 하지 않고 극장이 국내외 명작들을 엄선해서 독자적으로 기획·제작하는 ‘공연제작극장’ 전략이 빠른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또 2005년 개관과 함께 전략적으로 창작뮤지컬 장르에 집중해 강북 최고의 뮤지컬 전문극장으로 자리를 굳힌 충무아트홀도 있다. 강남권 관객 유치에 불리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지만 첨단 무대 시스템을 갖춘 대극장(1255석)과 원형 구조의 중극장 블랙(327석), 창작 스튜디오 개념의 소극장 블루(218석) 등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극장을 고루 갖춰 창작 뮤지컬 제작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연장이 됐다. <미녀는 괴로워>, <엄마를 부탁해>, <라디오 스타>, <광화문 연가>, <식구를 찾아서> 등이 이곳에서 주목받은 뒤 더 큰 무대로 뻗어나갔다.

정상영 유선희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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