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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 사람] “1300년전 ‘신라금’ 소리 들으니 기쁘고 보람 느껴”

등록 2013-07-04 19:24수정 2013-07-04 22:14

‘신라금’ 복원을 주도한 오사카의 재일동포 문만일
‘신라금’ 복원을 주도한 오사카의 재일동포 문만일
일본 왕실 수장 ‘신라금 복원’ 주도 재일동포 2세 문만일씨

일본 쇼소인에 보물 수장 신라금
고악기 전문가에 의뢰해 되살려
가야금 등 복원 악기만 수백점
‘신라금’이 1300여년 만에 신라의 소리를 냈다.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기오이홀에서 열린 양주풍류악회의 전통국악 공연 <한국의 풍류>에서 양연섭(64) 한양대 음대 학장이 가야금의 뿌리인 옛 신라의 현악기 ‘신라금’으로 <영산회상> 별곡을 연주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1300여년 동안 일본에 갇혀 있던 신라금의 소리를 들으니까 너무 기쁘고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나라에 그 시대에 이런 좋은 악기가 있었고 이것이 일본으로 건너가 지금까지 전해 온다는 것을 알리는 일이 우리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라금’ 복원을 주도한 오사카의 재일동포 문만일(67·사진·아이키그룹 회장)씨는 “신라금을 복원하는 일은 우리의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고 우리의 원점을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라금’은 신라에서 일본으로 전래되어 나라현의 큰절 도다이사(동대사)에 있는 일본 왕실의 옛 유물 창고인 쇼소인(정창원)에 보물로 수장되어 있다. 이번에 문 회장이 일본의 고악기 복원전문가 류홍쥔(67·쇼소인 천평악부 음악감독)에게 의뢰해 신라금을 그대로 복원한 것이다.

문 회장은 1946년 ‘제주 4·3’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온 대정 출신의 부모에게 태어난 재일동포 2세이다. 그는 “2005년 오사카에서 열린 슬기둥 공연을 처음 보고 우리 악기와 국악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 뒤로 그는 한국 국악 연주자나 단체가 일본에 오면 오사카의 자택에 초대해 하우스 콘서트를 무료로 열어왔다. 그동안 안숙선·이준호·양연섭·이세환·정수년·김정수씨 등 명인·명창들이 초대받았다.

“바로 눈앞에서 우리 악기를 보고 연주를 듣는 것은 엄청난 충격이고 감동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미쳐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에 있는 우리 고악기를 복원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뒤로 그는 일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우리 고악기를 찾아 복원하는 일에 나섰다. 그러다 4년 전에 쇼소인의 참관을 지낸 류홍쥔이 쇼소인의 고악기들을 복원해서 연주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지금까지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몇 차례 쇼소인을 찾아간 적이 있었지만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류홍쥔을 찾아가 ‘저도 가야금이나 거문고, 비파, 생황 같은 악기를 복원하고 있다. 뜻깊은 일을 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말했어요.”

그의 진심 어린 부탁에 류홍쥔은 ‘최소한 100년 이상 되고 결이 고운 오동나무 원목을 구해줄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때부터 그는 2년 동안 일본은 물론 한국·중국까지 뒤져 기어이 뤄양에서 150년 넘은 오동나무를 구했다. 류홍쥔은 쇼소인에 있는 신라금의 도면을 직접 떠서 1년 동안 작업한 끝에 복원해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 고악기 복원에 쓰일 나무를 찾아다닌다. 오사카 자택에는 이렇게 복원된 악기가 거문고 20여점, 가야금 20여점, 대금 100여점, 단소 100여점 등 수백점이 보관되어 있다. 그는 복원된 악기들을 한국 연주자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틈만 나면 집에 있는 우리 악기들을 들여다보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어요. 많은 분이 제가 복원한 우리 악기로 우리 음악을 연주한다면 그보다 더 보람있는 일이 있겠습니까?”

도쿄/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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