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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남들 꺼리는곳 난 끌렸어요” 무대디자이너 김종석씨

등록 2005-08-24 17:52수정 2005-08-24 18:35

무대 디자이너 김종석씨
무대 디자이너 김종석씨
무대위아래사람들

“막연한 동경이 있었죠. 무용이란 거. 사실 건축가들 생각하는 방식이 무용수들과 비슷하거든요. 추상적 언어를 사용한다거나 이성적 텍스트 대신 직감을 논리로 삼거나.”

김종석(34)씨는 신세대 무대 디자이너다. 여느 무대 디자이너와 달리 특히 무용 쪽을 고집한다. 무용을 근거지로 삼는 무대 디자이너들, 국내에 채 열 명이 안 된다. 그 중에서도 현대 무용. “뭐, 이제 다른 데선 불러 주지도 않아요. 연극 쪽에선 제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고.” 크게 웃는다.

기호나 생각의 깜량이 닮았기 때문이다. 고려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386 세대’를 매듭지은 89학번. 운동권이었다. 1994년 복학했을 때 신자유주의 물결이 들이밀었다. 많은 후배들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은 학기를 꽉 채워 수업을 들어야 간신히 졸업이 가능했다.

창작자금 빠듯한 무용판 고집
“시각적 정서 끌어내는게 내 일”

“디자인 회사를 6개월 가량 다녔어요. 아니다 싶었죠.” 미련없이 그만 뒀다. 문예진흥원에서 무대 스태프를 육성하는 ‘무대예술아카데미’ 4기 과정(97~98년)에 들어갔다. 그때까지도 동경과 현실의 차는 컸다. 공연 본 게 <지하철 1호선> 하나였던, 그것도 건축학도가 ‘동경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었다. 그러곤 무용을 만났다.

지금까지 무대 디자인한 작품이 대략 100여 편. 그 사이 미국으로 건너가 2년간 공부했다. 안애순, 박호빈 등 주요 현대 무용가들의 작품이 많다. 미니멀하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 “무대 장치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무대의 시각적 정서를 이끌어내는 일”이 그의 몫이다.

매번 성공할 순 없다. 개념이 덜 선 안무가도 있고 결국 안무가와 ‘코드’ 가 어긋난 때도 적잖다. 구차하게 ‘미장센’만 많아지고 만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게 더 어렵다. “간단해 보이잖아요? 천만원, 천오백만원을 훌쩍 넘어요.” 창작자금이 넉넉지 못한 무용판에선 더더욱 지능적으로 비워야 한다.

“산이 열리면 뒤에 강물이 흘렀으면 좋겠어요.” “바다 느낌이 날 순 없을까요?” “저 천장 위에서 사람이 매달려 내려올 순 없나요?” ……. 안무가는 말할 뿐이다.

디자이너의 역량은 극장 시설에 종속되기도 한다. 엘지아트센터를 치켜세웠다. 15cm마다 배튼(일종의 도르래 장치)이 설치되어 있다. “걸리는 게 없어요. 디자인을 더 정확히 구사할 수 있어요.”

세종문화회관은 너무 크다. 배튼이 전체 5개 남짓밖에 없는 강당 수준의 극장도 있다. 그런데도 차라리 그 ‘강당’이 날 때가 있다. “무용 무대라면 응당 ‘댄스 플로어’라는 고무 재질의 판을 깔거든요. 이건 일종의 소모품이죠. 그런데 이걸 아껴요. 특히 지방 극장에선. 뭘 올려 놓지도 말라거나 바닥에 못도 못 박게 하는 거예요. 예술 마인드가 아니라 자산 관리 마인드예요. 미국은 바닥 뜯고, 메우고 또다시 뜯는 게 일인데 말이죠.”

지난 20~2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선 <퀸스 나이트>란 복합 장르물이 소개됐다. 대중음악을 재해석해 춤, 영상 따위로 시각화한 종석씨의 첫 창작품이다. 8년 만에 다시 인생 무대를 새로 디자인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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