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에서 공연되는 공포 연극은 바로 눈앞에서 전개되는 충격적인 사건을 오감으로 즐길 수 있어서 공포 영화보다 더 생생한 재미가 있다.<우먼 인 블랙>
공포연극 원조 ‘우먼 인 블랙’
잊었거나 잊은 척하는
과거의 악몽 ‘좋은 친구’ ‘흉터’
연쇄살인범 다룬 ‘몽타주’
지금 공연장은 납량특집 시즌
잊었거나 잊은 척하는
과거의 악몽 ‘좋은 친구’ ‘흉터’
연쇄살인범 다룬 ‘몽타주’
지금 공연장은 납량특집 시즌
한밤중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비명이 터져나온다. 왜? 여름에 몰려오는 공포 스릴러 연극 때문이다. 무시무시한 포스터를 보고 극장에 들어가면 초반부터 고막을 찌를 듯한 음향과 으스스한 조명, 허를 찌르는 반전이 오감을 자극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공포 연극은 공포 영화보다 더 생생한 재미가 있다. 그래서 공포 연극을 재미있게 보려면 무조건 맨 앞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바로 눈앞에서 극중 인물의 분장과 표정, 몸짓을 보는 것이 더 실감나기 때문이다. 올여름 찾아온 공포 연극들을 모아봤다.
■ 내 악몽 속의 그녀는 누구? <우먼 인 블랙>(연출 이현규)은 여름 공포 연극의 원조 격인 작품으로, 요즘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서 4번째 시즌 공연중이다. 영국 <가디언>이 ‘세계 5대 공포 소설의 하나’로 꼽기도 했던 수전 힐의 동명 소설을 연극으로 옮긴 작품. 끔찍한 과거의 사건 때문에 악몽과 불안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 안의 공포와 마주하는 과정을 극중극 형식으로 담았다. 2007년 국내 초연에서 실화로 착각할 만큼 호소력 있는 이야기, 빛과 소리만을 이용한 세련된 무대 기법, 심장을 조여오는 서스펜스로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작품은 과거의 젊은 킵스와 현재 중년의 킵스가 꾸미는 2인극이다. 옛날의 끔찍한 사건으로 고통받는 아서 킵스는 젊은 시절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는 검은 옷 여자의 기억을 떨쳐버리기 위해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연극으로 재구성하여 들려주기로 한다. 그는 배우 한 명을 고용해 ‘과거의 젊은 킵스’를 연기하게 하고, 그 자신은 ‘과거에 만났던 인물들’을 연기하며 당시 사건을 연극으로 펼쳐나간다. 9월22일까지. (02)766-6007.
■ 20년 기억 속에 봉인된 무서운 진실 연극 <좋은 친구>는 지난해 공포 연극 <오래된 아이>로 히트를 친 오승수 사단과 마루컴퍼니가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서울 대학로 열린극장 무대에서 공연중이다. 장난으로 했던 행위가 다른 이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무서운 진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과거의 끔찍한 기억이 사람의 형상으로 되살아나 충격과 공포를 준다.
어느 날 강력계 사고뭉치 형사 강인우에게 20년 전 어린 시절을 보냈던 봉래동에서 소포가 배달된다. 소포에서 폭탄이 터지는 것을 예고로 하여, 강 형사의 옛 친구들인 창, 준, 지환 등이 하나둘 죽기 시작한다. 그는 봉래동에서 살던 어린 시절에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던 사건을 떠올린다. 그는 연쇄 살인이 기억나지 않는 한 친구의 짓이라고 생각하고, 기억 속에 봉인된 그 사건을 추적하다 무서운 진실과 마주친다. 연극 <영웅을 기다리며>의 이주용 작가와 오승수 연출가가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9월1일까지. 070-8836-6235.
■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지난해 10월부터 대학로 지즐소극장에서 장기 공연하고 있는 <흉터>는 대학 동기 세 명이 8년 전 등산 때 벌어진 일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추리로 풀어가는 이야기다. 귀신과 영혼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보다도 인간이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대학교 때부터 사랑과 우정을 이어온 사회 초년생 세 친구 동훈, 재용, 지은. 어느 날 등산 중에 지은이 돌발적인 사고로 죽는다. 8년이 지난 어느 날 재용과 동훈은 지은이 사고사를 당한 그 산을 다시 찾다 길을 잃는다. 두 친구는 가까스로 검은 산장을 발견하고 구조를 기다리다가 8년 전의 끔찍한 사고를 떠올린다. 대학로 배우 출신 연출가 석봉준씨가 대본을 쓰고 연출했다. 오픈런. (02)765-1776.
■ 퍼즐을 맞추면서 더해지는 서스펜스 2월부터 대학로 우리네극장에서 장기 공연 중인 <몽타주>도 스릴러 연극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이다. 유년 시절 아버지를 죽인 연쇄살인범을 쫓기 위해 몽타주 화가가 된 서정민은 연쇄살인범 유홍준의 몽타주를 그린다. 유홍준은 검거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와 서정민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서정민을 짝사랑하는 강력반 형사 조상철은 애인을 지키기 위해 나선다.
이 작품은 공연장 전체를 주인공의 집으로 꾸며 관객과 무대의 거리를 좁힘으로써 극적인 몰입도를 높였다. 또 관객들이 객석에 앉아서 완전범죄를 꿈꾸는 살인자와 살해 위기에 처한 여자, 살인자를 집요하게 뒤쫓는 형사를 지켜보면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재미가 있다. 오픈런. (02)745-761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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