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선욱
[문화‘랑’] 문화인
119회 맞은 영국 클래식 음악축제
한국인 음악가론 네번째 초청받아
119회 맞은 영국 클래식 음악축제
한국인 음악가론 네번째 초청받아
영국 런던에서는 해마다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로열 앨버트 홀에서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축제가 열린다.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가 1895년부터 열고 있는 ‘비비스 프롬스’(BBC PROMS)다. 올해 119회를 맞은 ‘비비스 프롬스’에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선욱(25)씨가 특별 초청받았다.
그는 8월14일 우크라이나 출신의 주목받는 젊은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37)가 지휘하는 영국 본머스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연주한다. 이 연주는 비비시의 생방송 중계로 세계 음악팬들에게 선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한국인 가운데는 지휘자 정명훈씨와 작곡가 진은숙씨, 첼리스트 장한나씨 등 정도가 이 무대에 초청받았을 뿐이다.
김선욱은 지휘자 카라비츠와는 2009년 서울시향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면서 처음 만났고, 올해 5월에도 카라비츠의 본머스심포니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해 호평을 받았다.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그를 8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큰 무대에서 원하던 곡과 원하는 오케스트라 그리고 지휘자와 만나 무척이나 설렌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비비시 프롬스에는 두달 동안 수많은 연주자와 지휘자, 오케스트라가 서는데 각자 원하는 레퍼토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겹치면 안 되죠. 그런데 운 좋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연주하게 되어서 너무 기뻐요. 카라비츠는 서로 각자의 연주와 지휘를 좋아해요. 재능이 뛰어나고, 특히 젊기에 서로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본머스심포니와 할레오케스트라도 매년 연주를 했고 단원들과도 친해서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올해 김선욱은 11일부터 일본 4개 도시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매달 서울과 영국, 아르헨티나, 스위스, 프랑스, 스웨덴 등을 순회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서울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엘지아트센터에서 시작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개 전곡 연주의 마지막 두 차례 무대를 남겨두고 있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7~29번(9월14일)과 30~32번(11월21일)이다.
“칠부능선을 넘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이제 초현실적인 마지막 6곡이 남았고 끝까지 잘 준비해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어요. 전곡 연주를 하면서 무엇보다도 베토벤에 대한 저의 주관이 조금 뚜렷해졌습니다. 이제는 다른 누구의 색깔이 아닌 제 고유의 색깔로 해석을 입히는 작업이 즐거워요.”
올해 그가 연주하는 곡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베토벤과 브람스 등 독일 음악이다. “베토벤은 기존의 음악 형식이나 구조, 조성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공식을 만든 작곡가입니다. 마치 모든 공식의 집합소 같아요. 그리고 곡의 조성이 항상 집을 떠나서 여기저기를 방랑하다가 결국에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형식입니다. 그럴 때 긴장감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저는 그런 형식과 틀이 좋고, 그 맛에 베토벤을 칩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지금까지 도전해 보지 않은 작곡가를 공부해서 비독일권 작곡가들도 파고들 겁니다.”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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