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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불 꺼진 무대 막간에 무슨 일이

등록 2013-07-11 19:48수정 2013-07-11 21:37

[문화‘랑’] 문화 콕콕
‘암전테이프’ 따라 세트 교체…들키면 “바퀴벌레 됐네”
연극을 보다가 간혹 무대에 불이 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극 용어로 ‘암전’(暗轉)이라고 하는데 무대 조명을 어둡게 하여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재빨리 장면전환을 하는 시간입니다. 이때 배우들은 다음 장면을 위해 등퇴장을 하거나 무대세트가 바뀌곤 하죠. 물론 요즘은 무대 조명을 어둡게 하지 않고 ‘명전’(明轉) 상태 그대로 장면 전환을 하기도 합니다.

암전은 대개 10~15초 사이에 이뤄지고 30초가 넘지 않습니다. 암전 상태에서 배우들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무대 바닥에 손톱만한 크기로 표시된 암전테이프를 보고 동선을 찾아서 다음 연기를 할 위치로 갑니다. 무대전환 스태프는 암전 상태에서 무대세트를 치우거나 새로운 무대세트를 약속된 장소에 설치해야 합니다. 암전테이프는 암전 이전 무대에서 받은 조명의 여운으로 어두운 상황에서는 야광 테이프처럼 빛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관객들은 공연을 보는 동안은 빛에 눈이 노출되어 암전테이프가 잘 보이지 않지만 무대에 불이 꺼지면 암전테이프가 마치 별자리처럼 드러납니다. 무대세트 전환이 많을 경우에는 많은 암전테이프를 붙여야 합니다. 연극동네에서는 이럴 때 “무대에 은하수가 뜬다”고 말합니다.

관객들은 불과 10~15초 사이에 감쪽같이 변신한 배우들과 새로 놓인 무대 소품을 보면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암전테이프에 의존해서 재빨리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죽을 맛이죠. 그래서 공연을 하기 전 암전 시간과 동선을 확인하는 연습을 충분히 합니다. 그럼에도 간혹 암전 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황급하게 무대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관객에게 들키기도 합니다. 연극동네에서는 그것을 “바퀴벌레가 되었다”고 표현합니다. 밤중에 부엌에 불을 켜면 황급히 도망치는 바퀴벌레를 보는 것 같다는 데서 나온 말이라네요.

또 간혹 암전 상태에서 사소한 충돌도 일어나곤 합니다. 얼마 전 어느 젊은 극단의 공연에서 무대전환 스태프가 세트를 옮기는 과정에서 배우가 세트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암전에서 고군분투하는 배우와 스태프들을 생각한다면 그 틈을 이용해 휴대전화를 켜거나 연인끼리 스킨십 하는 건 자제하기 바랍니다.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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