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 가설무대에서 열린 ‘2012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이 17년 만에 재결성한 들국화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이천/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화‘랑’] 록 페스티벌이 몰려온다
기념비적 폭우로 하루 만에 접었던 1999년 인천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을 기억하는가? 불과 수백명이 모여 눈물겨운 헤드뱅잉을 벌이던 풍경은 옛말, 올여름 수도권에서만 무려 5개의 행사가 각축전을 벌인다. 한국 ‘록페’의 14년 역사와 함께 올해 승자를 점쳐본다.
기념비적 폭우로 하루 만에 접었던 1999년 인천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을 기억하는가? 불과 수백명이 모여 눈물겨운 헤드뱅잉을 벌이던 풍경은 옛말, 올여름 수도권에서만 무려 5개의 행사가 각축전을 벌인다. 한국 ‘록페’의 14년 역사와 함께 올해 승자를 점쳐본다.
태초에 인천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 있었다. 1999년 7월 말 인천 송도에서 열렸다. 드림 시어터, 딥 퍼플,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프로디지 등 외국 유명 밴드들과 시나위, 크래쉬, 크라잉넛, 자우림 등 국내 여러 밴드들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한국 록 역사상 기념비적인 날 기념비적인 폭우가 쏟아지고야 말았다. 첫날 크래쉬, 드림 시어터, 딥 퍼플 등의 공연만 간신히 진행했을 뿐, 다음날 공연은 모두 취소되고 말았다. 바닥이 온통 진흙펄로 변해 신발을 삼켜버리기 일쑤였고, 텐트를 치고 야영하던 이들은 한밤중에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때부터 장화는 록 페스티벌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주최사인 예스컴의 윤창중 대표는 아쉬움의 눈물을 삼켰다.
이듬해인 2000년 예스컴은 다시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을 추진했다. 그린 데이 등 라인업을 발표했으나 티켓 판매 저조로 한달 만에 취소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록 페스티벌의 명맥은 다른 곳에서 이어졌다. 그해 부산시가 비용을 대는 무료 축제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이 처음 열렸다. 서태지가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열어 위성 생중계로 연결한 이티피(ETP)페스트도 그해 광복절 처음 시작됐다. 부산 록 페스티벌은 8월2~4일 14회를 맞기까지 꾸준히 열려왔다. 최초의 도심형 록 페스티벌인 이티피페스트는 서태지가 활동하던 시기인 2004·2008·2009년 세 차례 더 열렸고, 메릴린 맨슨, 린킨 파크, 나인 인치 네일스, 킨 등 외국 유명 밴드들이 다녀갔다.
1회성 록 페스티벌도 간간이 열렸다. 2001년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메탈페스트에는 슬레이어, 머신헤드, 세풀투라 등 세계적인 헤비메탈 밴드들이 출연했으나, 그 광활한 운동장에서 500명 남짓한 관객들만이 더욱 열광적인 헤드뱅잉을 하는 광경은 실로 눈물겹지 않을 수 없었다. 메탈페스트는 올해 12년 만에 부활을 노렸으나, 티켓 판매 저조로 슬래시 단독 공연으로 대체되고 말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열기가 채 가시기 전인 그해 7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는 레드 핫 칠리페퍼스, 제인스 어딕션 등 외국 밴드와 월드컵 거리응원에서 맹활약한 윤도현밴드, 크라잉넛, 레이지본 등이 출연한 ‘원 핫 데이’ 페스티벌이 나름 성황리에 열렸다.
2006년 중대한 사건이 벌어졌다. 단 한 차례 열리고 사라졌던 비운의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로 부활한 것이다. 예스컴에서 이름을 바꾼 아이예스컴과 99년 당시 예스컴에 있다가 독립한 김형일 대표의 기획사 옐로우나인이 공동주최자로 나섰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해마다 꾸준히 열리며 국내에 록 페스티벌 문화를 자리잡게 했다.
부활하고 쪼개지고 14년 굴곡
CJ E&M 밸리 안산으로 옮기자
지산포레스트 독자 페스티벌 현대카드 잠실 음악축제 신설
비슷한 시기 슈퍼소닉 초긴장 하지만 2009년 2개의 페스티벌로 쪼개지는 사태를 맞게 됐다. 갈등을 빚어오던 두 공동주최사가 갈라서면서 같은 날 아이예스컴 주최의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옐로우나인 주최의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 동시에 벌어지는 희한한 현상이 벌어졌다. 결과는 외국 밴드 섭외를 주로 맡아온 옐로우나인의 완승이었다. 출연진 이름값이 더 우세했기 때문이다. 이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의 다음주로 날짜를 옮기게 된다. 2010년에는 이전까지 투자자로만 나섰던 씨제이이앤엠이 아예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주최사로 나섰다. 지난해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밴드 라디오헤드를 출연시켜 역대 최다 관객인 연인원 11만명을 모았다. 록 페스티벌이 이제는 ‘여가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은 것이다. 지난해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을 찾은 회사원 이소영(33)씨는 “굳이 록 음악을 좋아하지 않아도 여름에는 록 페스티벌 한군데쯤 가는 게 주변에 유행처럼 번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새로운 페스티벌이 추가된 해이기도 하다. 씨제이이앤엠에서 나온 최성욱 대표가 <난타>로 유명한 송승환 회장의 피엠시(PMC)에 들어가 슈퍼소닉이라는 새로운 록 페스티벌을 출범시킨 것이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도심형 페스티벌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 기간이 겹치는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과 출연진을 공유했다면, 슈퍼소닉은 일본 서머소닉 페스티벌과 출연진을 공유했다. 첫해부터 스매싱 펌프킨스, 뉴오더, 티어스 포 피어스, 고티에 등 화려한 출연진을 섭외할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해까지 수도권 지역에서 3개였던 록 페스티벌이 올해는 5개로 크게 늘었다. 씨제이이앤엠의 밸리 록 페스티벌이 올여름 지산에서 안산으로 자리를 옮겨가자, 장소를 제공하던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가 독자적인 페스티벌을 열기로 한 것이다. 지산월드 록 페스티벌로 이름을 정하고 자미로콰이, 위저, 플라시보 등을 섭외했다. 두 페스티벌은 법정다툼까지 번지는 신경전을 벌였다. 지산월드 록 페스티벌이 외국 밴드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이전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사진을 이용해 명성에 편승하려 한다며 씨제이이앤엠이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이는 지난달 법원에서 대부분 기각됐지만, 두 주최사의 앙금은 아직 남아 있다. 슈퍼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내한공연을 주최해온 현대카드도 여름 음악축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시티브레이크라는 이름으로 8월 중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음악축제를 열기로 한 것이다. 당장 위기감을 느낀 쪽은 슈퍼소닉이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데다 메탈리카, 뮤즈 등 일본 서머소닉의 거물급 출연진을 현대카드에서 섭외해 갔기 때문이다. 공연계 일부에서는 현대카드가 막강한 자본을 내세워 외국 밴드들의 출연료를 천정부지로 올려놓았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는 일본 출연료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고 반박한다. 헤드라이너(주요 출연진)로만 보면 가장 막강한 현대카드 음악축제의 등장에 다들 긴장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올여름 음악축제 대전에서 마지막으로 웃는 쪽은 누가 될까? 아직까지는 전반적으로 티켓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 축제의 지금까지 예매분을 다 합쳐도 지난해 라디오헤드가 막강한 티켓파워를 발휘한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하나에 못 미친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씨는 “유명 외국 밴드들을 좀더 많이 접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국내 시장규모에 비해 공급과잉인 건 분명하다. 지금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1~2년이 지나면 내실을 다지지 못한 일부 축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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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슈퍼소닉 초긴장 하지만 2009년 2개의 페스티벌로 쪼개지는 사태를 맞게 됐다. 갈등을 빚어오던 두 공동주최사가 갈라서면서 같은 날 아이예스컴 주최의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옐로우나인 주최의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 동시에 벌어지는 희한한 현상이 벌어졌다. 결과는 외국 밴드 섭외를 주로 맡아온 옐로우나인의 완승이었다. 출연진 이름값이 더 우세했기 때문이다. 이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의 다음주로 날짜를 옮기게 된다. 2010년에는 이전까지 투자자로만 나섰던 씨제이이앤엠이 아예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주최사로 나섰다. 지난해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밴드 라디오헤드를 출연시켜 역대 최다 관객인 연인원 11만명을 모았다. 록 페스티벌이 이제는 ‘여가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은 것이다. 지난해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을 찾은 회사원 이소영(33)씨는 “굳이 록 음악을 좋아하지 않아도 여름에는 록 페스티벌 한군데쯤 가는 게 주변에 유행처럼 번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새로운 페스티벌이 추가된 해이기도 하다. 씨제이이앤엠에서 나온 최성욱 대표가 <난타>로 유명한 송승환 회장의 피엠시(PMC)에 들어가 슈퍼소닉이라는 새로운 록 페스티벌을 출범시킨 것이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도심형 페스티벌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 기간이 겹치는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과 출연진을 공유했다면, 슈퍼소닉은 일본 서머소닉 페스티벌과 출연진을 공유했다. 첫해부터 스매싱 펌프킨스, 뉴오더, 티어스 포 피어스, 고티에 등 화려한 출연진을 섭외할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해까지 수도권 지역에서 3개였던 록 페스티벌이 올해는 5개로 크게 늘었다. 씨제이이앤엠의 밸리 록 페스티벌이 올여름 지산에서 안산으로 자리를 옮겨가자, 장소를 제공하던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가 독자적인 페스티벌을 열기로 한 것이다. 지산월드 록 페스티벌로 이름을 정하고 자미로콰이, 위저, 플라시보 등을 섭외했다. 두 페스티벌은 법정다툼까지 번지는 신경전을 벌였다. 지산월드 록 페스티벌이 외국 밴드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이전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사진을 이용해 명성에 편승하려 한다며 씨제이이앤엠이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이는 지난달 법원에서 대부분 기각됐지만, 두 주최사의 앙금은 아직 남아 있다. 슈퍼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내한공연을 주최해온 현대카드도 여름 음악축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시티브레이크라는 이름으로 8월 중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음악축제를 열기로 한 것이다. 당장 위기감을 느낀 쪽은 슈퍼소닉이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데다 메탈리카, 뮤즈 등 일본 서머소닉의 거물급 출연진을 현대카드에서 섭외해 갔기 때문이다. 공연계 일부에서는 현대카드가 막강한 자본을 내세워 외국 밴드들의 출연료를 천정부지로 올려놓았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는 일본 출연료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고 반박한다. 헤드라이너(주요 출연진)로만 보면 가장 막강한 현대카드 음악축제의 등장에 다들 긴장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올여름 음악축제 대전에서 마지막으로 웃는 쪽은 누가 될까? 아직까지는 전반적으로 티켓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 축제의 지금까지 예매분을 다 합쳐도 지난해 라디오헤드가 막강한 티켓파워를 발휘한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하나에 못 미친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씨는 “유명 외국 밴드들을 좀더 많이 접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국내 시장규모에 비해 공급과잉인 건 분명하다. 지금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1~2년이 지나면 내실을 다지지 못한 일부 축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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