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심각한 이야기 웃자고 달려든다

등록 2013-07-24 19:33수정 2013-07-29 17:25

연극인 오세혁씨
연극인 오세혁씨
팔방미인 연극인 ‘오세혁’
요즘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오세혁씨가 올해 상반기 무대에 올렸던 작품들의 포스터. 올 한해만 그가 쓴 7편이 공연됐거나 공연될 예정이다.
요즘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오세혁씨가 올해 상반기 무대에 올렸던 작품들의 포스터. 올 한해만 그가 쓴 7편이 공연됐거나 공연될 예정이다.
올해 작품 7편 전국 무대에 올린
희곡 작가이자 배우·연출가
비정규직 등 시대의 문제의식
풍자·해학으로 작품에 담아내

찰리 채플린 닮고파 자칭 ‘오플린’
“웃음은 가장 정치적인 공격수단”

그는 욕심이 많다. 영국의 전설적인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1889~1977)의 연기를 닮고 싶어서 스스로 ‘오플린’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또 2011년 두 일간지의 신춘문예에 희곡 두 편이 동시에 당선된 뒤로 대학로의 젊은 연출가들이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하는 인기 작가이다. 짬짬이 연출에도 손을 대 선후배 연출가들을 긴장시킨다.

팔방미인 연극인 오세혁(32)씨를 지난 22일 경기도 안산에 있는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대표 최현미·이하 극단 걸판)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는 제13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예술감독 이윤택, 24일~8월4일)에 초청받은 연극 <세상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널 지켜줄 거야 친구야>의 극본과 연출을 맡아 극단 걸판 배우들과 함께 마무리 작업에 땀을 쏟고 있었다. 25~26일 밀양연극촌에서 공연된 뒤 29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 무대에도 오른다.

<세상 무슨 일이…>는 한국 식민지와 해방, 한국전쟁 등 우리 역사의 격변기에서 친일·반일, 좌우 대립에 휩쓸리면서도 우정을 잃지 않는 네 친구의 삶을 해학과 풍자로 꾸민 블랙코미디극. “최근 몇년 사이 우리 사회가 무언가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서 올해 초 대본을 썼습니다. 지금 좌우와 세대, 빈부, 계층, 지역의 갈등이 이승만 독재 시대의 수준까지 미치고 있어요. 그러나 그 갈등의 주체는 다 주변 사람들입니다. 또 아무리 극심한 갈등도 사소한 것으로부터 비롯되죠. 서로 잘 지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요즘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오세혁씨가 올해 상반기 무대에 올렸던 작품들의 포스터.
요즘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오세혁씨가 올해 상반기 무대에 올렸던 작품들의 포스터.
그는 “팍팍한 현실과 응어리진 사람의 마음을 웃음으로 무장해제시키는 것이 연극의 힘이자 매력”이라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어느 날 한 배우로부터 일제 강점기 시절 소작쟁의를 했던 자신의 할아버지가 해방 후 좌우 갈등 시기에 지주집 친구들을 숨겨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도 잘 살 수 있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고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요즘 연극계의 가장 ‘뜨거운’ 작가답게 올해 그가 쓴 연극 7편이 서울과 지방의 무대에 섰거나 공연될 예정이다. ‘재능교육’ 해고노동자의 하루를 그린 <한밤의 천막극장>(연출 김한내)은 2월과 6월 공연된 데 이어 8월3~4일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 소개된다.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베세토연극제에선 일본인 연출가에 의해 일본어 버전으로 선보인다. 현대인들의 잃어버린 꿈을 다룬 <홀연했던 사나이>(연출 이윤주), 기륭전자, 이랜드 등의 노동탄압과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그와 그녀의 옷장>(연출 오세혁)이 상반기 공연됐고, 찰리 채플린과 일제 강점기 최고의 만담가인 신불출(1905~?)을 등장시켜 한국과 미국의 ‘레드 콤플렉스’를 풍자한 연극 <레드 채플린>(연출 김한내)은 25일~8월4일 혜화동 1번지 무대에 오른다. 9월 도시인들의 원시성 회복을 꿈꾸는 연극 <우주인>(연출 오세혁), 10월 학교 폭력과 주변 세상을 비꼬는 연극 <한번만 좀 때려볼 수 있다면>(연출 홍영은)도 줄줄이 대기중이다.

요즘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오세혁씨가 올해 상반기 무대에 올렸던 작품들의 포스터.
요즘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오세혁씨가 올해 상반기 무대에 올렸던 작품들의 포스터.
그의 작품에는 늘 시대의 첨예한 주제가 기발한 풍자와 건강한 웃음의 옷을 입고 등장한다. 그는 “한양대 재학 시절 풍물패 ‘한우리’에서 활동하면서 우리 마당극과 민족극에서 건강한 풍자와 해학 정신을 많이 배웠다”며 “과연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당연한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술이 필요한데 바로 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 채플린이 위대한 것은 영화 <모던 타임스>같이 상당히 심각한 노동문제를 다루지만 사람들이 재미있고 유쾌하게 즐기면서 받아들인다는 거죠. 어느 작가가 말한 ‘웃음은 가장 정치적이면서 가장 비폭력적인 공격수단’이라는 교훈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는 2005년 한양대 사회학과를 중퇴하고 대학 선배인 김태형 전 대표와 동기인 최현미 현 대표와 함께 ‘한세상 걸판지게 놀아보자’고 극단을 만들었다. 극단 걸판은 경기도 안산을 터전으로 삼아 1년에 150여회를 지방공연으로 채우고 있다.

“저희의 기치는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간다’입니다. 대학로에 안주하지 않고 지역의 숱한 현장을 돌아다니니, ‘전국구 극단’이라고 할 수 있죠. 팍팍한 현실에서 두렵고 소심한 사람들이 저희 연극을 보고 한바탕 웃고 극장 밖으로 걸어나가길 바랍니다.”

안산/글·사진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설마 놀리려는 건 아니겠죠?”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히치콕의 영화’ 그 호텔에서 590억대 보석 무장강도
축구 한-일전 응원 ‘유감’…‘스포츠 민족주의’는 이제 그만!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 악취나는 ‘9개의 호수’로…4대강 완료 1년 뒤
[화보] ‘정전협정 60주년’ 맞은 평양에선 지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