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업 기자
울림과 스밈
분단을 주제로 삼은 전시인 ‘리얼 디엠제트(DMZ) 프로젝트 2013’이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역 접경지 일대에서 27일부터 석달 동안 열린다.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을 지낸 김선정 큐레이터가 기획한 대규모 전시로 작년에 이어 두번째다. 지난 22일 폭우 속에 미리 둘러본 느낌은 “역시 김선정”이다.
철원은 38선 이북으로 해방 뒤 북한에 속했다가 한국전 때 남한에 편입된 땅. 대부분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안쪽이어서 병사들과 허가받은 사람들만 출입할 수 있다. 민통선 초소, 옛 노동당사 등이 폭격 뒤 잔해로 서 있고, 철의삼각전적지 관광사업소를 시작으로 철원평화전망대, 월정리역, 디엠제트 평화문화관이 전차방어벽을 배경으로 들어서 있다. 분단과 전쟁, 그리고 60년째 정전중인 상처 위에 설치된 작품들은 근현대 유적에 녹아들어 가외로 두세배의 아우라를 뿜어낸다. 정연두, 오형근 등 익숙한 이름이 있고, 윤수연, 김선경, 함양아, 황세준 등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작가가 대부분이다. 제시 존스, 파레틴 오렌리, 폴 카잔더, 락스미디어콜렉티브, 히만 청 등 국외의 진객도 있다. 디엠제트의 예술적 가치를 알아본 김선정 큐레이터의 명민함과 국내에 짱짱한 인맥을 거느린 그의 마당발 덕이다. “역시 김선정”이란 이런 의미다.
철의삼각전적지 관광사무소에서 진행된 ‘심령적 통일 프로젝트’부터 인상적이었다. 통일이 될까, 금강산 관광은 재개될까, 김정은 체제는 안정적으로 유지될까 등 즉석 질문을 타로점괘로 풀어냈다. 이날 얻은 점괘는 비교적 낙관적이었다.
특별히 기자를 사로잡은 작품은 디엠제트 평화문화광장에 설치된 구정아 작가의 ‘의식 확장’. 철원 일대에서 사연이 있을 법한 바윗덩이를 모아들여 너른 광장에 흩어놓았다. 평화문화광장은 안보관광 코스에서 비켜나 거의 비어 있는 공간인데, 들판의 일부를 메워 만든 광장의 벽돌 무늬를 따라 널린 흑갈색 현무암 바위들이 용암이 대지를 덮어 땅 위에 금이 없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분단이란 주제를 가볍게 다룬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한없이 무거운 것을 경쾌하게 접근해 일반인들의 거부감을 없앤 것까지는 좋은데 일부 작품은 ‘분단놀이’ 같은 느낌을 준다. 아무래도 큐레이터의 성향과 인맥의 영향일 터인데, 진중한 작가들이 빠져 아쉽다. 평생 분단에 천착해온 이반 작가가 대표적이다. “역시 김선정”엔 이런 의미도 있다.
임종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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