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극한의 상황에서 편지를 쓰고 있는 사람들의 절절한 사연들을 만난다. 연극 <달아나라, 편지야>의 지난해 10월 공연 장면.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제공
[문화‘랑’] 문화인
동네방네 ‘달아나라, 편지야’
동네방네 ‘달아나라, 편지야’
“당신하고 같이 사진 한 번 찍지 못한 것이 유감이 되어 어떡하면 좋을는지 막 안타까운 것은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사진은 내 가슴에서 죽을 때까지 있다는 것을 알고, 당신에게 내 사진을 보내드리니, 살아 있는 동안에 잊지 말 것을 부탁합니다. 1950년 10월11일 오후 10시10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평안남도 평원군 백노리에 있는 사법간부 양성소에서 연수 학생 신분으로 교육받던 젊은 아내가 후방에 있는 남편에게 쓴 편지다. 이 이름 모를 인민군 여간부는 10월8일부터 나흘에 걸쳐 편지 세 통을 써서 한 봉투에 담아 평양중앙우체국으로 보냈다. 그러나 미군이 38선을 넘어 북진 중이어서 이 편지는 우체국 소인만 찍힌 채 남편에게 부쳐지지 못했다.
극단 동네방네가 25일부터 새달 11일까지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시와이(CY)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달아나라, 편지야>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전 <시사저널> 기자 이흥환씨가 2008년 11월 미국 국립문서보관소(NARA)의 열람실에서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노획한 북한 문서 속에서 발견한 편지들을 엮어 2012년 펴낸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도서출판 삼인)를 연극으로 꾸민 것이다. 이씨는 북한 문서 상자 1100여개 가운데 두 상자에서 편지 728통과 엽서 344장을 발견했다. 미군 노획 당시 상태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편지지와 편지 봉투는 신문지를 자르거나 찢어 만든 것부터 누런 마분지 등 겨우 종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 많았다고 한다. 이 편지들은 미 국립문서보관소가 1977년 비밀을 해제해 일반에 공개했지만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취인 불명으로 있다.
지난해 10월 작가 정영훈씨가 대본을 구성·창작하고 유환민(극단 동네방네 대표)씨가 연출을 맡아 초연했던 이 작품은 올해 종전 60돌을 기념해 다시 무대에 올랐다. 공연을 공동기획한 가톨릭청년회관 다리와 극단 동네방네는 “어렵사리 60여년 만에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낸 편지들에게 날개를 다는 심정으로 이 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배우 주혜원, 최희진, 정무, 이상민, 이새별씨가 내레이터(해설자)와 편지를 쓴 사람들로 출연한다. 070-8668-5796.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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