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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낮은 곳의 연주…제 영혼 치유됐죠

등록 2013-08-06 19:36수정 2013-08-06 22:33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
‘신동’ 불렸지만 심한 우울증
복지시설 연주 계기로 극복
교도소 등 돌며 무료 연주회
 요즘 그의 연주활동은 눈부시다. 어린 시절 만성우울증을 앓았던 이 같지 않다. 2011년 10월 한국인 연주자로서는 처음으로 뉴욕 카네기홀의 2011~2012시즌 개막 독주회를 갖더니 지난해 5월에는 여수세계박람회 개막식을 ‘지혜 아리랑’ 연주로 빛냈다. 또 올해 3월에는 세계 최대 강연 쇼인 테드(TED)의 메인 무대에 서서 우울증을 앓았던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감동어린 강연과 ‘치유의 연주’로 세계인의 가슴을 울렸다. 전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 ‘바이올린 여신’으로 불리는 박지혜(28)씨를 지난달 30일 서울 유니버설뮤직 사무실에서 만났다.

 “어렸을 때 음악은 저한테는 중노동처럼 느껴졌습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이 심해 우울증으로 발전한 거죠. 아무리 약을 먹고 조언을 들어보아도 치료가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음악을 틀어놓고 귀를 열어놓으니 음악이 ‘괜찮아’라고 말하더군요. 음악의 안에 스며들어 있는 치유력과 빛이 저한테 흡수되는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음악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는 “음악이 저를 살릴 수 있는 힘을 발견하고 난 뒤로 제가 열정을 쏟아볼 수 있는 목표가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남의 기준에 맞춰 나 자신을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음악을 찾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1985년 독일 마인츠에서 태어난 박지혜씨는 바이올리니스트인 어머니 이연홍(55)씨의 피를 물려받아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 신동’ 소리를 듣고 자랐다. 그는 독일 총연방 청소년 음악콩쿠르 2002~2003년 2회 연속 1등으로 바이올린 영재가 되었고 14살에 독일 칼스루에 국립음대를 들어간 데 이어 독일 정부 장학금으로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대학원을 마쳤다. 2003년에는 독일 정부 예술부 장학기관으로부터 세계적인 바이올린 명기인 1735년산 ‘페투루스 과르네리’를 지원받았다.

 그는 “남들이 보기에는 탄탄대로를 걷는다고 했지만 마음은 늘 공허했다”고 회고했다.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개인주의 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어요. 저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세계적인 연주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늘 시달렸습니다. 또 어머니께서 연주와 레슨활동으로 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자꾸만 내면으로 파고들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국의 복지시설에서 연주할 기회가 생겼고 자신의 연주를 듣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고 “영혼의 어두운 밤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그는 몇해 전부터 유럽과 미국, 한국의 교도소와 교회, 병원 등을 찾아다니며 무료 연주회를 펼치고 있다. 그가 평생의 목표로 삼은 ‘제이·에이치·피 콘서트’ 시리즈이다. ‘지혜박’이라는 그의 이름의 첫 글자를 따서 대중들을 위한 ‘조이 콘서트’, 치유를 위한 ‘힐링 콘서트’, 평화를 알리는 ‘피스 콘서트’로 지었다.

 올해 첫 ‘힐링 콘서트’는 9월5일 저녁 7시 경기도 안양시 샘병원 로비에서 환자들과 가족들, 의료진들을 위해 무료 연주로 꾸민다. 그가 올 2월에 유니버설뮤직의 크로스오버 레이블인 블랙데카를 통해 발매해 발표한 ‘바로크 인 락’ 음반의 수록곡들을 들려준다. 비발디의 <사계>와 헨델 <사라방드>, 파헬벨 <캐논>을 록 버전으로 재해석한 이 음반은 클래식 음반으로는 드물게 ‘골든디스크’를 기록했다.

 그는 오는 9월27~30일 일본 교토대학 초청 연주에 이어 11월에 남미 3~4개국 투어연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부천 필과 협연, 내년 봄 미국 시카고, 엘에이 등 5개 도시 투어 연주 등 ‘조이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다. 또 2015년 독일 통일 25돌을 맞아 한국과 미국과 독일, 북한 등 4개국을 도는 ‘피스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조이 콘서트’로 아무리 바빠도 ‘힐링 콘서트’와 ‘피스 콘서트’는 놓치지 않을 거여요. 다시 만난 제 ‘영혼의 친구’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스케줄이 허락된다면 상상하지 못한 곳까지 찾아가서 연주하고 싶어요.” 글·사진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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