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뮤지컬은 웅장한 음악, 드라마틱하고 탄탄한 이야기 등으로 최근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재공연에 들어간 <엘리자벳>의 한 장면. 각사 제공
음악
녹음 반주는 절대 금지!
21~32인조 웅장한 오케스트라 이야기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과 달리
탄탄한 드라마로 감동 안겨 현지화
음악·줄거리 뺀 무대·의상 등
한국 관객 입맛 따라 재구성 뮤지컬 <엘리자벳>이 마지막 티켓(31일~9월7일 공연) 판매를 시작한 지난 6일, 예매 방문자가 폭증하면서 예술의전당 누리집에 접속장애가 일어났다. 예술의전당 누리집이 예매자가 몰려 멈춘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달 26일 개막한 <엘리자벳>은 지난해에 이은 두번째 공연으로, 앞서 2차 티켓 예매 때도 9회차분 약 2만장이 5분 만에 매진된 바 있다. 2010년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객석을 연일 꽉 채웠던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황태자 루돌프>(2012), 그리고 요즘 공연중인 <엘리자벳>과 올해 <레베카>에는 모두 ‘비엔나 뮤지컬’이란 공통점이 있다. 최근 몇년 새 비엔나 뮤지컬이 한국에서 전성기를 맞으면서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뮤지컬의 각축장이었던 국내 뮤지컬 시장 판도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 동유럽 뮤지컬 바람, 체코 뮤지컬로 시작 비엔나 뮤지컬의 돌풍은 체코 뮤지컬 바람을 잇는다. 2000년대 중후반 <햄릿> <삼총사> <살인마 잭>(잭 더 리퍼) <클레오파트라> 등 체코 뮤지컬들이 잇따라 수입되면서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동유럽 뮤지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삼총사>와 <잭 더 리퍼> 등을 공연한 엠뮤지컬 이현일 회장은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에 관객들이 식상해할 때, 신선한 소재의 체코 뮤지컬에 눈을 돌렸다”며 “로열티가 공연 회차당 정액제로 매출액 대비 몇%씩 지급하는 브로드웨이에 견줘 5분의 1 이하여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체코 뮤지컬은 <삼총사> <잭 더 리퍼> 등이 한국 인기를 기반으로 일본에까지 수출하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햄릿> <드라큘라> 등은 큰 주목을 끌지 못하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 왜 비엔나 뮤지컬인가 그리고 이제 비엔나 뮤지컬이다. 일본에선 1990년대 중반부터 비엔나 뮤지컬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선 2010년 <모차르트>가 상륙하면서 본격적으로 인기몰이가 시작됐다.
비엔나 뮤지컬은 작품의 제작, 관리가 엄격하다. 오스트리아는 뮤지컬 저작권이 작가가 아니라 극장협회에 있다. 그래서 작품을 많이 만들지 않는 대신 한 작품을 5~6년씩 걸려 제작해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음악에 공을 많이 들여 웅장하고 압도적인 오케스트라 구성이 국내 관객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첫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비엔나 뮤지컬을 배급하는 김지원 떼아뜨로 대표는 “고전음악 발상지답게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라 오스트리아는 엠아르(MR, 녹음 반주)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며 “다른 뮤지컬들이 11~17인조 오케스트라인 데 견줘 비엔나 뮤지컬은 21~32인조나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레베카>의 ‘레베카’, <엘리자벳>의 ‘마지막 춤’ 등 ‘귀에 확 꽂히는’ 대표곡들이 있는 점도 강점이다.
■ 묵직하고 탄탄한 드라마, 한국 관객들 입맛에 딱 두번째 인기 요인은 이야기다. <엘리자벳> <황태자 루돌프> 등은 오스트리아 황실의 역사를 담은 시대극이고, <모차르트>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작곡가의 일대기를 한 인간의 자아 문제로 풀어냈으며, <레베카>는 인간관계의 진정성과 사랑이란 주제를 다룬다. 모두 깊이 있고 철학적인 내용들이다. <엘리자벳>을 제작한 엄홍현 이엠케이 뮤지컬 컴퍼니 대표는 “브로드웨이는 ‘쇼 뮤지컬’이 주류인데, 국내 관객들은 극적 요소가 가미된 드라마를 선호한다”며 “이런 한국 팬의 기호가 비엔나 뮤지컬의 특징과 잘 맞아떨어진 듯하다”고 분석했다.
■ 현지화 문 열어 둔 개방주의 전략도 한몫 음악에 대한 고집과 달리 무대장치·의상 등 나머지 부분은 ‘적극적인 현지화’를 허용하는 비엔나 뮤지컬의 개방성도 성공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야기 뼈대와 음악 외에는 모두 한국 관객의 기호에 맞게 재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엘리자벳>은 나라별 버전이 각각 다르다. 브로드웨이 쪽이 신발 한 켤레까지 현지에서 공수하도록 하는 등 경직성을 띠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고 말했다.
이런 비엔나 뮤지컬 열풍에 대한 시각은 아직 엇갈린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브로드웨이에 버금가는 로열티를 내며 계속 외국 뮤지컬을 수입하는 것은 창작 뮤지컬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비엔나 뮤지컬 역사는 20년밖에 되지 않고 작품 수도 적어 인기가 지속될 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오스트리아와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작품을 합작하는 등 창작 뮤지컬 발전에 오히려 덕을 봤으며, 상당수 인기작들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10년 이상 공연되면서 스테디셀러로 확실히 자리잡았다는 평가도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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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한 장면. 각사 제공
<레베카>의 한 장면. 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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